박두웅 편집국장
박두웅 편집국장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이 있다. ‘부관흑묘백묘(不管黑猫白猫), 착도로서(捉到老鼠) 취시호묘(就是好猫)’의 줄임말이다.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주장하면서 유명해진 말로, 흔히 흑묘백묘론이라고 한다.

즉 고양이 빛깔이 어떻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뜻이다.

쓰촨성 출신 덩샤오핑은 쓰촨성의 속담인 검은 고양이든 노란 고양이든 쥐 잘 잡는 고양이가 최고라는 흑묘황묘론(黑猫黃猫论)’을 노란색보다는 검은색과 더 선명한 대비가 되는 흰색 고양이로 각색해 흑묘백묘론(黑猫白猫论)’을 주창했다.

흑묘백묘론(黑猫白猫论)’의 기치를 앞세워 40여년간의 자본주의를 도입한 시간 속에서 중국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70%에 달하는 거대한 경제 규모를 갖게 됐다.

1978년 이후 자본주의 숲과 밀림이 무성하게 자라났고 여기서 수많은 스타기업과 기업인이 등장했다. 포춘 500대 기업에 중국은 143개를 올려, 미국의 122개를 제치고 2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40여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흑묘백묘(黑猫白猫)’얼룩고양이(虎斑猫)’가 됐다.

극심한 양극화가 문제다. 중국의 상위 1% 부자들의 소득은 하위 50%의 소득보다 더 많다. 평균으로 치면 1인당 소득 1만 달러의 가난한 나라 중국이면서 1%의 부자들이 전 세계 럭셔리 제품의 35%를 구매하고, 전 세계 9대 명차의 27%를 사고 있다.

급속한 공업화의 후유증은 더 심각하다. , 토양, 대기의 오염은 중국인의 생활환경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 쥐만 잘 잡는 흑묘백묘(黑猫白猫)’의 부작용이 극에 달하게 됐다.

이제 중국에서 등소평과 같은 배를 탔던 흑묘백묘는 공공의 적이 됐다. ‘흑묘백묘론으로 대변되는 선부론(先富论)도 수명이 다했다.

우리 사회는 어떨까. 아직도 많은 이들은 모든 기업은 이윤 추구가 제1의 목표라고 말한다. ‘흑묘백묘론(黑猫白猫论)’를 절대적인 진리인 양 아무 생각 없이 내 밷고 있다. 여기에 기업인의 가치관이나 도덕적 수준은 천박하지만, 불효자를 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듯 기업인의 부도덕성을 법으로 다스리기 힘든 사회다. 사회구조가 이미 콘크리트화 된 탓인지 변화와 개혁에 대한 저항력이 거세다.

하지만 18세기 후반 다산 정약용은 이미 그 차이점을 명쾌하게 구분 지어 정리해 놓았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는 사업산업의 의미를,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자기의 포부를 들어서 천하의 백성에게 베푸는 것을 사업(事業)이라고 하고, 일가(一家)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을 산업(産業)이라 하고, 천하의 사람들을 해쳐서 자기 일가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을 원업(寃業· 내세에 뿌리는 악의 씨)이라 한다.”

이는 작은 가게를 하는 이나, 중소기업, 대기업을 하는 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2022년에 새해를 맞이하면서 나 스스로가 사업을 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원업(寃業·내세에 뿌리는 악의 씨)을 하는 사람인지 자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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