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경련, 그 무서운 밤 “너를 잃을까봐 엄마는 너무 무서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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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경련, 그 무서운 밤 “너를 잃을까봐 엄마는 너무 무서웠단다”
  • 최윤애 전문기자
  • 승인 2021.12.25 2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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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87
병원에 입원해 있는 다연이의 모습
병원에 입원해 있는 다연이의 모습

무서운 밤이었다.

눈앞에서 경련하고 오한에 몸을 부들부들 떠는 아이의 모습에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빨리 조치해주세요! 빨리요! 아이가 숨을 못 쉬잖아요. 아직도 경련을 하는 것 같아요.”

부산하게 움직이는 의료진 곁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혹여나 4살밖에 안된 어린 생명이 꺼지기라도 할까봐 너무 무서웠다. 내가 가진 지식은 아무 소용없었다. 그건 남의 이야기일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후회가 밀려왔다.

조금만 더 일찍 응급실에 방문했더라면. 해열제를 먹고 15분 만에 구토했을 때 다시 해열제를 먹이고 나왔더라면. 응급실에서 해열제 섞인 주사를 달고도 열이 계속 오를 때 추가 해열제를 요구했더라면. 아이가 오한을 호소하더라도 과감하게 옷을 벗기고 미온수 마사지를 했더라면. 그랬다면 열 경련을 하지 않았을까?

다연이의 기침, 가래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것은 지난 금요일 저녁이었다. 토요일 오전 소아과에 방문해 3일치 약을 받아오면서 심하지 않다니 다행이라고 여겼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 다음 날 꼭두새벽부터 고열로 고생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일요일 새벽 1, 기침을 하던 다연이가 물을 찾았다. 달뜬 얼굴이 불덩이였고 급히 잰 체온은 39.7도였다. 해열제를 먹이고 옷을 벗긴 후 미온수 마사지를 했다. 닦이고 물을 먹이고 옷을 입혔다 벗기기를 반복하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의 체온은 37.4. 월요일에 진료를 봐야겠다고 섣불리 넘겼는데 스멀스멀 오르던 열이 오후가 되자 39.1도까지 났다. 입맛이 없는지 점심도 거른 채 해열제만 먹고 잠든 아이의 3시간 뒤 체온은 38.9, 해열제를 교차복용 시키고 간식을 먹였는데 15분만에 먹은 걸 다 토해내는 아이를 보며 응급실에 갈 채비를 했다.

코로나19 상황에 고열인 아이를 받아줄 병원이 있을지 의문이었다. 119에 문의하니 격리실을 운영하는 응급실을 안내해줬다. 병원에 도착해 대기접수를 하고 무작정 기다렸다. 구토 후 해열제를 다시 먹이지 않았더니 차에서 대기하는 내내 아이의 체온은 39도를 웃돌았다. 좁은 차 안에서 열나는 둘째보다 따라온 첫째가 더 못 견디며 몸을 비비 꼬아댔다.

한참 만에 격리실 자리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코로나19 간이검사 후 해열주사를 달아준 간호사가 미온수와 수건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사지가 차고 오한에 몸을 옹송그리는 아이에게 적극적으로 미온수 마사지를 해줄 수가 없었다. 응급실에 왔지만 체온은 점점 더 올랐다. 숨이 답답했을 텐데 감염이 무서워서 나는 아이의 마스크를 벗겨주지도 못했다.

대기실에 있는 남편에게 다은이가 엄마를 찾는다는 전화가 왔다. 둘째도 걱정이지만 불안해하는 첫째도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은이에게 영상통화를 하면서 동생을 보여주었다. 언니를 보면 기운을 낼 줄 알았는데 다연이는 힘없이 화면만 바라봤다.

어느 순간 다연이의 눈동자가 화면이 아닌 천장을 향했다. 시선의 끝에는 수액이 있었다. “다연아 수액보지 말고 여기 봐를 두 번쯤 외치고서야 다연이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급히 전화를 끊고 격리실 유리창을 두드려 의료진을 불렀다. 다연이를 부르며 마스크를 벗기니 아이의 입안에 거품이 고여 있었다. 아이가 경련을 하는데도 바보같이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자책감과 두려움, 무력감이 몰려왔다.

가족력이란 게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초기 면담에서 설마 하는 마음으로 아빠의 열 경련 가족력을 알렸는데 내 자녀에게 현실이 되다니. 시모에게 들은 남편의 열 경련 히스토리가 떠올랐다. 아이가 잘못 되는 건 아닐까, 대학병원으로 옮겨야 하나, 온갖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안정제를 맞은 다연이의 사지는 여전히 차갑고 경직되어 있었다. 간호사가 냉수가 된 미온수로 의식을 잃은 다연이의 몸을 닦기 시작했다. 아이가 몸을 덜덜 떨었다. 열은 떨어뜨려야겠지만 아이가 괴로워 하는 게 눈에 보였다. 물을 미온수로 바꿔달라고 요청하고 속옷을 제외한 옷을 벗겼다.

예상보다 빨리 다연이가 깨어났다. 말없이 엄마의 눈을 보고 엄마의 손을 힘껏 움켜쥐는 다연이가 고마웠다. 너를 잃을까봐, 네가 잘못될까봐 엄마는 너무 무서웠단다 다연아.

엑스레이 촬영 결과 폐렴이었다. 그래서 기침과 가래가 그토록 심했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입원을 준비하는데 당분간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소식을 들은 7살 다은이가 밖에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아이가 한명이 아닌 게 이럴 때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이후로 다연이의 폐렴은 다소 호전되는 중이다. 다은이는 다음날 아침까지 자기도 모르게 자꾸 눈에서 눈물이 난다며 힘들어했으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잘 지내고 있다. 두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더없이 좋겠지만 면역력으로 모든 외부요인을 이겨내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고 연약하다.

내 새해 소망은 올해도 가족들의 건강이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건강의 소중함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겪지 않고 깨달으면 더 좋으련만...

아이들과 남편과 나, 부모님과 형제를 둘러싼 가족들, 지인들까지 모두 건강한 2022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Happy new year!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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