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84

다은이와 다연이
다은이와 다연이

배를 먹으면서 언니와 뛰어놀던 다연이가 사래에 걸려 캑캑 기침을 했다. 뛰면서 음식을 먹으면 목에 걸려서 숨을 쉴 수 없다고 주의를 줬다. 그러나 같은 행동이 반복되었고 다연이는 다시 사래에 걸렸다. 다연이의 기침이 잦아들었다. 뛰면서 먹다가 숨이 막히면 구급차를 불러야 하니 앉아서 먹으라고 말하며 언니의 사연을 들려주었다.

다은이와 다연이
다은이와 다연이

다은이의 목에 자두 씨가 걸렸던 것은 2017년 여름이었다. 3살 다은이가 밥을 잘 먹지 않아 남편과 상의 끝에 밥을 제외한 간식은 주지 않기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배가 고프면 밥을 잘 먹을 줄 알았는데 식사량과 식사속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밥을 조금 먹어서 배가 고픈 아이가 중간에 간식을 찾았지만 눈을 질끈 감고 거절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때 문화센터에서 알게 된 친구와 그 딸 지원이가 우리 집에 놀러왔다. 자두를 씻어서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걸 본 다은이가 손님보다 먼저 허겁지겁 자두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지원이가 자두를 먹지 않기에 이번에는 키위를 내왔다. 과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다은이의 눈이 반짝 빛났다.

주방 불을 끄고 거실로 돌아왔는데 다은이가 이상했다. 손으로 목을 감싸고 있었는데 눈물이 고여 있었다. 숨을 잘 못 쉬고 목구멍이 아파 보였다. 가슴이 철렁했다. 입을 벌려보니 음식이 보이지는 않았다.

기도폐쇄 증상으로 판단하고 옆에 있는 친구에게 119에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전화를 거는 사이 한쪽 무릎을 구부려 다은이를 내 허벅지 위에 엎드려 눕혔다. 손으로 날개 뼈 사이를 탁탁 두드렸다. 다은이의 입 안에서 굵은 자두 씨앗이 나왔다.

아이의 목에 자두 씨가 걸린 것도, 응급처치로 목에 걸린 자두 씨가 빠져 나온 것도 순식간이었다. 119에 전화연결이 되기도 전이라 옆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끊어도 된다고 말했다.

엄마만큼 본인도 놀랐을 텐데, 무엇보다 굵은 자두 씨가 목구멍에 걸렸으니 아팠을 텐데도 다은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내 키위를 집어 먹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허기진 두 돌이 안 된 아이가 키위를 먹기 위해 들고 있던 자두를 씨까지 급히 삼킨 사고였다.

자두 씨가 빨리 빠져 천만다행이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조건적으로 간식을 제한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공동육아를 하기 위해 같은 아파트에 있는 세현이의 집에 갔다. 평소처럼 다은이는 아침밥을 조금만 먹은 상태였다. 세현이 엄마는 빵과 함께 내가 가져간 카스테라떡을 접시에 담아왔다. 접시를 본 다은이가 걸신에 들린 듯 떡을 먹기 시작했다.

하는 소리에 다은이를 보니 다람쥐처럼 볼이 한가득 부풀어 있었다. 입에 든 떡을 삼키지도 않은 상태에서 떡을 마구 집어넣은 결과였다. 입을 벌려 손가락으로 음식을 꺼내주자 비로소 아이가 숨을 쉬었다. 이틀 연속으로 목격한 내 아이의 기도폐쇄였다.

모녀의 다정한 하루
모녀의 다정한 하루

기도폐쇄가 일상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하임리히법, 심폐소생술 같은 응급처치는 누구나 알아야 한다)과 무조건적인 금기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 아이를 키우면서는 내려놓기가 참 어려웠다. 책에서 본 시간만큼 잠을 자야한다고 생각했고, 책에서 본 양만큼 밥을 먹어야한다는 생각이 강박적으로 작용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아이를 불행으로 몰아넣는 줄도 모른 채...

시간이 흐르면서 육아에도 내려놓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은 평준화 될 수 없는 개별적인 존재이고 책은 참고용일 뿐이다. 그렇게 마음먹자 육아가 한결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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