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 22

부동산 단기간 임대 행위는 부동산 구매 전의 샘플링 단계이자, 사회성의 표출구이기도 하다.
부동산 단기간 임대 행위는 부동산 구매 전의 샘플링 단계이자, 사회성의 표출구이기도 하다.

보고 싶고 듣고 싶어. 다니고 싶고 만나고 싶어.

알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 영심이. 영심이


어린 시절 추억 속에서 빼꼼히 튀어나온 노래가 요즘의 내 심정을 여실히 드러낸다. 거기에 덧붙여 숙박 대전놀이 대전등의 경제 부흥책이 대대적으로 한창이다. 전 국민의 심신이 지쳐 있었던 만큼 폭넓은 스펙트럼의 공간을 체험할 절호의 기회이다.

다양한 공간을 체험한다는 것은, 많은 공간을 임대하는 행위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카페에서는 식음료 비용을 지불하여 일시적으로 개인 공간이나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홀연히 떠난 여행에서는 숙박비를 지불하고 안락한 쉘터를 이용한다. 그리고 부동산을 한껏 공들여 조성한 공원이나 행사장 등에 입장권을 끊으면, 추억과 레저를 비롯한 이성과 감성의 영역을 빌릴 수 있다.

다수이자 대부분의 사람의 경우, 이용하고 싶지만 가질 수 없거나 혹은 가질 필요까지는 없는 부동산을 일정 기간 동안 임대하여 사용하곤 한다. 통상적으로 부동산이라 하면 임대차 보호법을 적용받는 계약 여부와 연관하기 마련이다. 토지나 주택, 상가나 사무실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에서 모종의 자릿세를 지불하며 부동산을 초단기로 임대중 이었다.

지인분이 여행지에서 묵은 단독 주택 숙소에 한껏 반하여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주택살이를 실행하셨다. 소중한 나의 아이들이 눈부신 웃음 흩날리며 노는 모습. 여기저기 돌아설 때마다 초록한 풍경. 언제나 새로운 음색으로 실시간 스트리밍되는 새들의 지저귐. 길고양이인 듯 집고양이 같이 다정한 냐옹이의 불시방문. 같은 곳에 묵어보니 그 마음과 결단이 충분히 공감되었다. 경험이 일상으로 젖어 들어서 변화를 도모해준 선한 영향력이다.

얼마 전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만석으로 채워 진 경기를 보았다. 함성으로 빼곡한 그곳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온몸에 전율이 흐를 만큼 감격스러웠다. 하루는 매일 반복되는데, 발전하지 못하던 나날이 길었다. 오감의 언저리를 맴돌게 하던 가상 세계의 경계를 넘어서고 싶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제는 축구장도 빌리고, 미용실도 빌리고, 수영장도 빌리고, 콘서트장도 빌리며 조금 더 경험할 것이다. 2년여의 기간 동안 웅크리고 있었으니 기지개를 켜 보려 한다. 손 끝에 맞 닿는 현실을 통해 격하게 배우고 부지런히 익힐 시간이다.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주)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현)서산시대 전문기자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주)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현)서산시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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