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80

헌혈하는 모습
헌혈하는 모습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주말 가족들과 헌혈의 집을 찾았다. 헌혈 독려 문자를 볼 때마다 뜨끔했는데 한동안 날이 좋아 선뜻 그쪽으로는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기온이 떨어져 외출을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특별한 일정도 없고 컨디션도 괜찮고 생리기간도 아니었다. 대략 헌혈하기 좋은 날이었다.

차를 타고 주말에도 운영하는 헌혈의 집으로 갔다. 주차하고 걷는 동안 차가운 공기가 옷을 여미게 했는데 헌혈의 집에 들어가는 순간 밝고 쾌적하고 따뜻한 공기가 우리를 포근히 맞아주었다.

다은, 다연이를 돌보느라 남편과 번갈아가며 문진과 예진을 했다. 혈압과 빈혈 수치는 정상, 체중도 당연히 헌혈이 가능한 45kg 이상이었다. 고등학교에서 단체 헌혈을 한 이래로 지금까지 누적 헌혈 횟수는 19. 1년에 한 번이 채 안 되는 셈이다.

이제는 어엿한 두 자매의 엄마가 됐다.
이제는 어엿한 두 자매의 엄마가 됐다.

20대 중반에는 체중미달로 일정기간 헌혈을 하지 못했고, 30대 초중반에는 임신과 출산, 수유를 하느라 헌혈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었다. 가임기 여성이라 생리기간에는 헌혈이 어렵고, 경주나 구미에 살 때는 가끔 오는 헌혈버스 외 헌혈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없었다.

남편은 29번째 헌혈이었다. 30번을 채워 은장을 받아보겠다는 다짐을 4년째 반복하고 있는 그는 헌혈유공훈장을 받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불태웠다. 전혈은 2개월의 간격을 두고 헌혈을 할 수 있으니 남편의 소망 실현을 위하여 12월에도 헌혈의 집에 출동해야 할 전망이다.

여타의 이유로 헌혈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헌혈을 하는 게 좋고, 주변에도 헌혈을 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신체기관이 계속 만들어낼 혈액 일부를 위급한 사람에게 나누어줌으로써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병원에는 빈혈이나 출혈 이외에도 혈소판이 부족하거나 혈액응고수치가 낮아 수혈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혈액 수급이 되지 않아 수술이나 시술이 어려운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살면서 각자에게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언제 생길지 모를 일이다. 헌혈을 하는 건강한 사람이 많다면 수혈을 받아야 할 상황에서 피가 부족해 안달복달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굵은 바늘의 따끔함이나 손의 저림, 약간의 어지러움 정도는 눈 한번 꼭 감으면, 시간이 지나면, 물 몇 컵 마시면 쉬이 견딜 수 있는 일이다. 그 정도의 불편감은 뒤따를 보람과 뿌듯함에 비하면 새 발의 피수준이다.

혈액검사를 통해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헌혈의 장점이다. 남편은 이번 헌혈을 통해 최근 몇 개월간의 다이어트 결과 혈압과 간수치가 정상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헌혈을 하면 받는 헌혈증과 선물도 빼놓을 수 없는 기쁨이다. 헌혈증을 모아두었다가 도움을 요청하는 난치병 질환자에게 기부를 한 적도 있고 수혈이 필요한 친척, 급성백혈병으로 수술을 하는 고향 아저씨에게 드린 적도 있다. 헌혈증을 기부하면 상대는 병원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새 헌혈증이 제법 모였다.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면 내가 모은 헌혈증을 기꺼이 내어줄 것이다.

선물을 받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이번에는 문화상품권과 햄버거 세트를 받았다. 헌혈 후 나누어 주는 과자와 두 개의 선물은 우리와 동행하고 긴 시간을 기다려준 아이들 몫이다.

헌혈로 받은 간식은 아이들의 몫, 오물오물 먹어주는 모습이 있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헌혈로 받은 간식은 아이들의 몫, 오물오물 먹어주는 모습이 있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안정과 휴식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시간, 찬 바람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지만 마음만은 따스하고 풍족했다. 차안에서 마스크를 벗고 오물오물 과자를 먹는 아이들이 더 귀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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