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넣고 ‘정(情)’을 가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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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넣고 ‘정(情)’을 가져갑니다
  • 박두웅 기자
  • 승인 2021.10.27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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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가 채우고 나누는’ 공동체 플랫폼 ‘공유냉장고’

【충남도 기획취재】 코로나19, 취약계층 먹거리 위기 현장을 가다
홍성공유냉장고 홍성군노인복지관점(6호점)
홍성공유냉장고 홍성군노인복지관점(6호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취약계층 먹거리 복지 분야에서 가장 전문성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는 푸드뱅크 복지전달체계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일명 공유경제의 개념이 도입된 공유냉장고다. 충남에서는 홍성군이 최초로 올 4월 처음으로 공유냉장고가 설치되고 9월까지 7대가 설치됐다.

공유냉장고는 2011년 독일의 영화제작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발렌틴 턴의 쓰레기를 맛보자(Taste the waste)’라는 다큐멘터리를 계기로 시작됐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며 환경을 보호하자는 다큐가 음식물공유사이트 푸드셰어링(Foodsharing)운동으로 지구 전체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20181호점을 개점한 이래,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다.

홍성공유냉장고 청운대 입구의 바른치킨 현모점(7호점)
홍성공유냉장고 청운대 입구의 바른치킨 현모점(7호점)

공유냉장고의 개념은?

가족 같은 이웃들과 함께 먹거리를 나누는 냉장고입니다.”

기업이나 개인이 식품을 기부하고 이를 취약계층에게 지원하는 푸드뱅크와는 그 개념이 다르다.

한 마디로 누구나 채우고 나누는공동체 플랫폼이다. 공유냉장고에는 누구나 음식을 넣을 수 있고, 누구나 음식을 가지고 갈 수 있다. 취약계층만을 위한 냉장고가 아니다. 남는 음식을 나눔 음식으로 전환하는 친환경 소비 문화 형성에 목적이 있다.

이웃과 음식을 나누어 먹던 우리의 전통 나눔 문화와 유사하다.

, 공유냉장고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는 만큼 음식물을 넣고 가져가는 데 일정한 규칙이 있다. 채소 및 식재료, 반찬류, 통조림 등 가공품, 음료수, 반조리식품, 냉동식품 등을 공유할 수 있지만 유통기한 잔여일 2일 이내의 음식물이나 주류, 약품류, 건강보조식품, 불량식품 등은 공유할 수 없다. 또 다량의 음식물이 있을 경우 한 사람이 한 개의 음식물을 가져가는 것이 원칙이다. 음식물을 담아 둔 유리병 또는 재활용기는 반납해야 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이나 비닐봉지 사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수원시 공유냉장고
수원시 공유냉장고

수원시의 공유냉장고 사례 돋보여

수원시에는 특별한 냉장고가 있다. 동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골목 어귀나 상점 앞에 설치된 공유냉장고. 음식을 넣어놓는 사람도, 보관된 음식을 가져가는 사람도 제한 없이 누구나 이용 가능한 수원시 공유냉장고는 현재 33개다. 공공의 예산 지원 없이 주민들의 의지와 관리, 참여를 통해 살아 움직이는 먹거리 거버넌스.

수원시 공유냉장고의 시작은 2017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원시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수립하기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댔고,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와 먹거리 기본권 보장, 공동체 복원 등을 위한 공유냉장고 프로젝트가 제안됐다.

프로젝트를 위해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수원시자원봉사센터, 수원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이 의견을 수렴해 20181월 고색동 생태교통문화협동조합 커피페이지 1호점에 수원시 최초의 공유냉장고가 설치됐다.

이후 구시가지와 다세대주택, 학교 등지로 늘어난 공유냉장고는 현재 33개가 됐다. 공유냉장고가 활성화되면서 운영자들끼리 온라인 채팅방을 만들어 매일 공유냉장고 운영 현황과 냉장고 관리에 관한 일화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공유냉장고는 환경부가 주최하고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주관한 제22회 지속가능발전대상 공모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실천한 우수사례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수원시는 수원시 공유경제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며 공유도시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공유경제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 찾아가는 공유경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공유경제 활성화에 관한 조례에는 공유경제 정보관리시스템 구축·운영’, ‘공유경제 지원센터 설립’, ‘공유단체·공유기업 지정등 다양한 정책안이 담겨 있다.

홍성공유냉장고 적십자봉사관점(2호점)
홍성공유냉장고 적십자봉사관점(2호점)

4월에 홍성 공유냉장도 도입 활발

비영리단체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설립

홍성군 공유냉장고 도입에는 정만철 농촌과자치연구소장의 역할이 컸다.

정 소장은 공유냉장고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11월 충청남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경제산업분과에서 개최한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작은 토론회에서였다고 밝힌다.

그는 작년 크리스마스 날인 1225일은 홍성에서 태국인 근로자 5명이 집단적으로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날이기도 하다. 홍성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한꺼번에 발생하자 지역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졌고, 홍성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는 일부 어르신이 외국인들에게 욕설과 고함을 지르는 일도 있었다. 이 사건은 홍성에서 공유냉장고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공유냉장고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이에 수원시 지속협에서 운영하는 공유냉장고 사례를 직접 보기로 하고 3월 초에 수원시 지속협을 방문했다.

공유냉장고에 대한 전체적인 소개를 듣고, 실제로 냉장고를 운영하는 관리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홍성에서도 한번 해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지만 문제는 수원시 지속협처럼 공유냉장고를 기획하고, 후원관리를 하는 등 전체적인 운영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홍성군 지속협과 홍성YMCA의 문을 두드려 봤지만 이들 단체의 여건이 그리 좋지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홍성공유냉장고의 총괄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할 민간단체 설립을 추진하게 되었고, 41일 홍성군자원봉사센터와 홍성YMCA,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몇 명이 모여 비영리단체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을 설립하였다.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은 정만철 대표와 백진숙 대표가 공동으로 대표를 맡아 이끌고 있다.

홍성공유냉장고 홍성여성농업인센터점(3호점, 홍동면)
홍성공유냉장고 홍성여성농업인센터점(3호점, 홍동면)

홍성공유냉장고 주민참여로 확산일로

412일 처음으로 홍성공유냉장고 커피오감점(1호점)과 적십자봉사관점(2호점)이 오픈한 이후로 6월에는 홍성여성농업인센터점(3호점), 결성점(4호점), 그리고 9월에 홍성성당점(5호점)과 홍성군노인복지관점(6호점), 청운대 입구의 바른치킨 현모점(7호점)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초기의 걱정과 우려와는 달리 지역 분들의 큰 관심과 후원, 참여로 빠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7호점을 돌파한 것이다.

여기에는 냉장고 4대를 후원한 에덴재가노인복지센터 김순옥 대표, 홍성신협 김민겸 이사장, 플라스틱 용기를 후원해 주신 청년사업가 기가팩 황다빈 대표, 냉장고 홍보물을 지원해 주고 있는 선우 유재중 대표, 각 공유냉장고마다 예쁜 집을 지어주고 계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냉장고에 누군가를 위해 사랑의 음식을 채워주고 계신 보이지 않는 기부자이 있다.

여기에 더해 홍성군자원봉사센터와 홍성YMCA는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냉장고 관리자 모집에서부터 설치, 홍보 등 궂은일을 도맡아 해 오고 있다.

이처럼 홍성공유냉장고는 공동체를 복원시키고 마을공동체를 활성화 시키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홍성공유냉장고 결성감리교회점(4호점, 결성면)
홍성공유냉장고 결성감리교회점(4호점, 결성면)

커피오감점(1호점) 김두홍 대표

공유경제에 대한 그의 생각이 아름답다

첫번째 찾아 간 1호점. ‘홍성청년들잇슈모임을 이끌고 있는 커피오감 김두홍 대표. 홍성공유냉장고 1호점이기도 한 이곳은 홍성군에서 활동 중인 청년 창업가들이 모여 만들어진 단체로 청년들의 지역참여와 새로운 청년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와의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공유경제에 대한 그의 생각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산청년들과의 만남 제안에도 흔쾌히 답한다. 곧 다시 만났으면 한다.

이어 방문한 홍동면 홍성여성농업인센터점 공유냉장고에는 마을 주민들이 밭에서 수확한 호박과 노각오이들이 놓여있다. 옆으로는 아이들 인형들과 생필품들이 앙증맞다. 성숙한 마을공동체의 위상을 보는 듯하다.

홍성공유냉장고 홍성성당점(5호점)
홍성공유냉장고 홍성성당점(5호점)

 

외국인노동자가 공유냉장고를 이용하며 감사하다며 꾸벅 인사를 하고 간 영상으로 방송국 이슈가 된 결성감리교회 공유냉장고에는 먹거리와 의류, 신발 등이 눈에 띈다. 커피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는 송경섭 목사님은 이곳은 특이하게 의류가 진열되어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복이 꼭 필요한 물품이라고 귀뜸해주셨다. 결성에는 외국인노동자가 200여 명 있다고 한다.

김두홍 대표는 일방적으로 주고 일방적으로 받는 소외계층 위주의 나눔하고는 다릅니다. 공유냉장고는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공유냉장고에는 누구나 음식을 넣을 수 있고, 누구나 음식을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저소득층 무료급식과 같은 낙인효과를 최소화하면서 누구나 채우고 나누는공동체 플랫폼이라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식중독에 대한 책임은 각자의 몫입니다. 다만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은 공유냉장고에 안전한 먹거리가 제공될 수 있도록 냉장고 청소와 식품 위생 상태 확인·모니터링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규칙에 동의하는 주민만 이용 가능하다는 것이 제한사항이라면 제한이라고 덧붙혔다.

이처럼 필자가 찾아 간 홍성공유냉장고는 일방적으로 누군가에게 베푸는 개념이 아니다. 말 그대로 냉장고를 공유하며 조금씩 나누는 것이다. 남는 음식을 공유냉장고에 넣어 두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가져오는 것이 공유냉장고의 쓰임새이다.


<글 싣는 순서>

천안·아산지역 푸드뱅크 운영실태

당진·서산·태안지역 푸드뱅크 운영실태

공주·계룡·논산·금산지역 푸드뱅크 운영실태

보령·서천·부여 지역 푸드뱅크 운영실태

광역·홍성·예산 지역 푸드뱅크 운영실태


이 취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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