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랑 ‘정책선거’ 한번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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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랑 ‘정책선거’ 한번 하시겠습니까?”
  • 서산시대
  • 승인 2021.10.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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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찬성 서산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주무관
오찬성 서산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주무관

내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는 참 낡은 곳이었다. 지은 지 20년도 더 된 낡은 집, 연탄난방, 높고 가파른 언덕. 그 시절 우리 동네는 빛바랜 누런 동네였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낡고 누런 동네 담벼락에 어울리지 않는 풀칼라 재질의 반짝반짝 멋진 인물 사진들이 숫자와 함께 도배되고, 우체통에는 크고 묵직한 봉투가 꽂히곤 했다. 나이를 좀 더 먹고 나니 멋진 사진들은 선거벽보라는 것이었고, 크고 묵직한 봉투는 선거공보라는 것이었다. 공보종이로 접은 딱지는 두껍고 튼튼해서 딱지치기할 때 공격용으로 쓰기에 제격이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상영하여 전세계적으로 흥행중인 오징어게임이라는 드라마를 나 역시 재밌게 본 바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뽑기등 어린시절 동네 친구들과 즐겨하던 놀이를 대상으로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는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소재로 풀어낸 이야기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단숨에 정주행해 버렸다.

특히 눈에 띄었던 부분은, 1라운드를 끝낸 생존자들이 게임을 계속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 투표로 정하는 장면이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게임을 계속하여 막대한 상금을 얻을 기회에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 예전처럼 살아갈 것인가. 게임 참가자들은 본인의 선택에 따라 크게 달라질 미래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야 했다. 주어진 정보는 극히 제한적임에도 선택에 따른 결과는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해야 했다. 무엇보다 한 사람당 단 한 번의 투표로 이 모든 것을 결정해야 했다. 숨이 멎을 듯 긴장감 있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깊었다.

2022년 내년에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내 손으로 국가와 우리 동네를 이끌고 책임져줄 누군가를 뽑아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뽑은 그 사람에게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향후 4~5년의 내 미래를 온전히 맡겨야한다. 선택을 번복할 수도, 뒤집고 다시 할 수도 없다. 내 목숨이 걸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투표의 결과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그 이상으로 지대하다. 우리는 어떤 자세로 양대 선거에 임해야 하겠는가.

세월이 흘렀어도 공보종이는 여전히 두껍고 튼튼하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시절에는 그저 딱지치기 좋은 종이였지만, 그 안에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지을 아주 중요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스마트폰으로 몇 번만 검색해봐도 선거에 나오는 사람이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쉽게 알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국민으로서, 지역 주민으로서 소중한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해 돈을 내야할 필요도 없다. 그저 꼼꼼히 살펴보고, 스스로 판단해서 나에게 가장 유리한 정책을 제안하는 누군가에게 투표만하면 될 뿐이다.

기원전 5세기경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완성시킨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가 당신을 자유롭게 두지는 않는다”. 오징어 게임에서 공유가 난데없이 딱지 두 개를 들이밀며 한 것처럼 돈을 걸 수는 없겠지만, 당신이 살게 될 그리 머지않은 미래를 걸고 조심스레 제안해본다.

선생님, 저랑 정책선거 한번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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