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 ⑳

아침 이슬을 주렁주렁 달고, 바람에 한껏 늘어나도 끄떡없는 거미줄. 거미줄의 신소재 가능성을 알고 나니, 거미 친구가 든든해 보인다.
아침 이슬을 주렁주렁 달고, 바람에 한껏 늘어나도 끄떡없는 거미줄. 거미줄의 신소재 가능성을 알고 나니, 거미 친구가 든든해 보인다.

으슬으슬해지는 날씨에 걸맞게 으스스한 핼러윈 축제일이 다가오고 있다. 귀신들의 축제라 불리는 테마를 위해서 괴기스러운 호박 모양 조명과 대유행 전염병으로 공포감이 증폭된 박쥐 장식이 즐비하다. 그리고 곳곳에서 만날 수 있지만 어쩐지 몸을 움츠리게 하는 거미도 행사의 데커레이션으로 유명하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거미를 데려와서, 건축 요소로 접목해보려 한다.

애초에는 거미 인간이 줄을 타며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영화를 보면서 한낱 판타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미는, 그리고 거미줄은, 범상치 않은 능력치가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대표적인 특성으로 최대 3배 정도로 늘어나는 탄성과, 같은 굵기의 강철보다 높은 강도, 그리고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성을 꼽을 수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성능을 가진 이유로, 자연모방 연구의 일환으로 여러 가지에 도전 중인 거미줄 님이다.

우선은 영국의 연구팀이 콩 단백질을 거미줄과 같은 구조로 결합하여 가볍고도 튼튼하면서도 쉽게 분해되는 식물성 플라스틱을 개발한 결과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의 서울대에서도 재료와 기계공학 측면에서 연구와 도전이 진행되었다. 이 같은 연구는 방탄복이나 낙하산 줄 등 탄성과 강도가 강화된 소재로 활용하는 것과 친환경 소재로 인공 힘줄 등에 사용 가능성을 두고 의학계에서도 기대감도 크다고 한다.

어떤 이는 거미줄을 놓고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천연섬유라고 칭한다. 흡사 생명체와 같은 유연한 적응력과 열전도율 등 다양한 특색이 전 세계 연구진의 상상을 능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쯤 해서 미처 밝혀지지 않았을 과학정보를 고려하고, 필자의 강력한 상상력을 보태어 큰 그림 한 장을 그려보려 한다.

'현수교'로 교량의 구조 형태 중에 한가지(삽화=최하나)
'현수교'로 교량의 구조 형태 중에 한가지(삽화=최하나)

건축 구조물 중에서 거미줄을 직관적으로 많이 닮은 형태가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Golden Gate Bridge), 광안대교, 남해대교, 영종대교 등을 떠올려보면 쉽게 상상되는 현수교이다. 현수교는 교량의 구조 형태 중에 한가지인데, 이는 바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교량 형태이기 때문에 공학적인 난이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현수교 구조요소 중에서도 주요 인장재인 메인 케이블과 행어(hanger)는 거미줄의 탄성과 강도를 적극적으로 배워 올 필요가 있는 분야이다. 이는 메인 케이블의 존폐가 다리 전체의 생명력을 좌지우지 하므로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축에서 폐기물의 부담이 적은 친환경 소재가 도입될 수 있다면 그 쾌적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혁신의 도약일 것이다.

비록 지금으로서는 공상과학 같은 아이디어일지 모르지만, 작고 많은 거미에게 건축의 미래 한 켠을 부탁해본다. 어쩌면 이 짧은 글이 혹여 신소재 개발의 발상 소재가 되지는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해피 핼러윈_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주)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주)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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