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77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과 막내 다연이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과 막내 다연이

주말이면 어김없이 텃밭에 간다. 내가 아니고 남편 얘기다. 한 주만 돌보지 않아도 작물 사이를 무지막지하게 점령하는 잡초와 이를테면 한바탕 전쟁을 하고 오는 셈이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두고 보자’. 싸움의 승자는 보나마나 남편이다. 하지만 일주일 뒤면 잡초가 메롱~ 나 여기 있지~’ 하듯 쑥 자라 남편의 뒷골을 당기게 할 테니 장기적으로는 잡초의 승리라 해도 무방하다.

밭일을 하면서 땀과 스트레스를 잔뜩 배출한 남편은 모기에게 많이 뜯겼다고 투덜대면서도 뿌듯한 기색이다. 땀에 젖은 몰골이나마 집으로 돌아오는 두 손이 가볍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일 테다. 흙 묻은 전용 수확바구니를 보란 듯이 베란다에 턱 내려놓는 모습은 위풍당당하기 그지없다.

도깨비방망이 호박이 유난히 눈에 띈다.
도깨비방망이 호박이 유난히 눈에 띈다.

오늘 바구니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도깨비방망이 같은 애호박이다. 수확의 시기가 늦어져 웃자란 게 틀림없는, 동화 속 도깨비가 들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대왕 애호박이 평범한 애호박 사이에서 위용을 자랑한다. 가격이 고공행진 하던 작년에도 우리 집 식탁을 풍요롭게 지켜주던 애호박이 올해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바구니 아래에는 어렴풋이 보아도 서른 개쯤은 되어 보이는 가지가 잔뜩 들어있다. 이제는 끝물인가 싶었는데 날이 더워서인지 다시 많이 열리고 있다. 끊임없이 맺히는 가지를 보며 이것이 정녕 화수분이구나 매주 감탄한다.

남편이 길러낸 상추
남편이 길러낸 배추

초록초록한 상추도 보인다. 씨를 뿌린 후 처음 수확한 가을상추가 보드라워 보인다. 뭘 싸먹어야 맛있다고 소문이 날까? 아니다. 저 상추는 갓 지은 밥에 쌈장만 올려먹어도 맛있을게 분명하다.

고구마도 3개 있다. 수확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면서 한 줄기만 캐보았다는데 하나는 너무 커 부침개용으로 적당하고, 2개는 아직 좀 작아 보인다. 다음 주에는 아이들을 대동하고 고구마캐기 체험을 해도 될 것 같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작년에는 고구마 한 고랑을 다 캐도 한 소쿠리가 될까 말까였으니 말이다.

초보 농부, 땅콩 재배 1년만에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렸다.
초보 농부, 땅콩 재배 1년만에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렸다.

자랑을 보태자면, 지난주에는 땅콩도 수확했다. 명절연휴에 한 뿌리 캤을 때만 해도 덜 여물었던 땅콩이 2주 만에 폭풍 성장을 했다. 땅콩 재배 1년차에 경험한 풍년이다. 개중에는 뻥 좀 보태 다은이 손바닥만 한 왕건이도 있었다.

수확 후 곧장 흙을 씻어내고서 한 솥 삶아냈다. 껍데기가 너무 단단해 어금니로 깨물어 까야하는 것도 있었고 콩깍지 하나에 땅콩 3알이 들어있는 것도 있었다. 알이 큼직하여 씹는 맛도 있고 고소함은 물론 달짝지근함까지 느껴지는 땅콩이었다. 남편의 취미가 농사라는 게 다시 한 번 고마운 순간이었다.

분양받은 텃밭에서 매년 여러사람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분양받은 텃밭에서 매년 여러사람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분양받은 작은 텃밭에서 매년 여러 사람들과 나누어 먹을 충분한 양의 식재료가 나온다. 거름과 땀을 먹고 건강하게 자란 채소가 많은 가정의 식탁에 올랐다는 생각을 하니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최근 읽은 책에서는 채소를 직접 길러 먹는 것도 지구를 지키는 방법 중 하나로 소개되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남편은 자신의 몫 이상을 해내는 사람이다. 더불어 올해의 수확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나누어 먹는 기쁨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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