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은 공동체의 기억이며 미래를 여는 창(窓)

【기획】잃어버린 백제문화유산을 찾아서

충남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충남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문화 분권은 지역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고유한 문화 양식을 보호 확산하며, 지역 시민들의 문화 향수와 문화 참여 권리를 보장하는 핵심 문화정책이다.”

문화재 제자리 찾기는 문화 정의 실현과 문화 분권 창달이라는 시대정신과 부합한다. 반출된 문화재 환수는 단순히 유물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을 넘어서 그 문화유산 속에 담긴 선조의 정신과 역사를 되찾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 편집자 주

돌아온·돌아와야 할 문화유산 서산 사진전
돌아온·돌아와야 할 문화유산 서산 사진전

국외 소재 문화재와 국내 소재 문화재

일본과 미국 두 나라에만 전체 70%

반출 문화재는 국외 소재 문화재와 국내 소재 문화재로 나눌 수 있다. 국외 소재 문화재의 경우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201941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문화재 182,020점이 21개국 580여 기관 및 개인에 소장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42%에 해당하는 76,383점의 유물이 도쿄국립박물관(東京國立博物館)을 비롯한 일본에 소재 중이고, 미국(27.75%, 50,532)과 독일(6.62%, 12,052)의 순서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182,020점의 해외 소재 문화재 중 일본과 미국 두 나라에만 전체 70%에 해당하는 126,914점의 우리 문화재가 소재 중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지난 날 우리나라가 겪었던 수많은 외침과 전란, 일제강점기, 미군정, 한국전쟁 등의 아픈 역사를 단편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어보를 비롯하여 어보 45, 조선 국새 22, 대한제국 국새 8, 옥책 8, 교명 4책 등 국보보물급 조선왕실유물도 여러 나라에 흩어진 채 아직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 부석사 불상 4년 만에 진품 인정”....기존 주장 번복

10년 째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부석사금동관음보살좌상의 눈물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을 둘러싼 충남 서산 부석사 측과 정부 측의 법정 공방이 10년쨰 지리한 공방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측이 불상의 위작 주장을 철회하고 서산 부석사에서 제작된 불상이라는 문화재청 감정을 인정했다.

대전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박선준 부장판사)15일 오후 대전고법 315호 법정에서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 인도 소송 심리를 열었다.

그러나 돌연 정부의 입장이 바뀌었다. 1심 재판부가 왜구에 의한 약탈을 인정하고 부석사에 소유권이 있음을 판결하자, 정부는 전혀 다른 이유인 불상의 복장물 중 하나인 결연문이 가짜일 가능성과 현재의 부석사가 고려 때 부석사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들어 항소했던 주장이 번복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 측은 지난 20171심 재판 과정에서 불상 안에서 발견된 결연문의 진위가 의심된다며 부석사 측과 가품 논쟁을 벌여왔다. 결연문이 가짜라면 이 사건 불상이 고려시대 부석사에서 제작됐다는 사실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반면 정부 측은 불상을 국내에 보관하게 된 계기는 관련 절도 형사재판에서의 압수 및 몰수확정판결인데, 당시 이미 일본 측 교부 청구가 된 상황이라며 1심 재판으로 돌아가 반환주장을 다시 폈다.

이러다보니 일본 관음사 측의 소송 참여가 다시 쟁점이 됐다. 이에 원고 측(부석사)은 일본 관음사 측의 소송 참여 입장을 재차 물었고, 정부 측은 다음 공판까지 외교 경로를 통해 관음사의 소송 참여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피고측은 일본 측의 재판 관여를 주장하며 재판 연기를 계속 요청했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마도 관음사에서 참여하겠다고 하였으나, 코로나19가 해소되면이라는 전제를 깔기도 했다. 이처럼 항소심 5년 동안 피고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일본 측의 재판 관여주장을 되풀이함으로써 내 손을 피하려는 시간 끌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코로나19이 심각하지만 백신 접종으로 인해 한일간 왕래는 조만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다음 기일 전까지 관음사 측의 소송 참여 여부를 확인해서 재판부에 알려 달라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1124일 오후에 진행된다.

이와 관련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상근 이사장은 한국정부를 대표로 하는 검찰이 준비서면을 통해 그동안의 허황된 주장을 뒤집고 이제와서 (우리 정부는) 부석사 불상에 대해 직접적 재산권적 이해관계나 처분권한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대한민국의 법률적 위임자이고 정부의 대리인 자격인 검찰이 국가의 문화유산과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이처럼 회피할 수 있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부석사 측은 이 불상은 국내 문화재 중 유일하게 제작 연도와 장소를 특정할 수 있는 국보급 문화재라며 그 가치가 상당한 만큼, 정당하게 소유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이 서산의 돌아와야 할 문화유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이 서산의 돌아와야 할 문화유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돌아온, 돌아와야 할 문화유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등 사진전 열려

지역 문화유산의 회복과 가치 발굴을 위한 충남 시·군 순회 사진전이 개최됐다.

서산의 경우 서산보원사지 고려철불·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돌아와야 할 대표문화유산으로 전시됐다.

서산시 전시 첫날인 9일에는 서산시민회관 1층 로비에서 맹정호 서산시장, 이연희 서산시의회 의장, 조규선 서산문화재단 대표이사, 서산 부석사 덕림 주지스님과 신도, 그리고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부석사
문화재청 수장고에 있는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접견

이번 전시는 충남도청 전시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전시회로 국회 문화유산회복재단, 충청남도국외소재반출문화재실태조사단, 서산 부석사 불상 봉안위원회가 주관했고 이어 925일부터 103일까지 열린 백제문화제가 개최된 공주 및 부여에서 전시회를 이어갔다.

이번 사진전은 충청남도국회소재반출문화재실태조사단이 지난 2018년부터 국내외 반출된 문화재에 대해 조사·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영국 박물관, 미국 새클러박물관 등에 있는 국외 반출 충남 문화재 및 환수 문화재를 집중 조명했다.

특히 서산 전시회에서는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와 일제강점기에 반출돼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서산 보원사지 고려 철불 등 앞으로 환수해야 할 문화유산의 사진과 함께 각 유산의 가치와 사연을 소개했다. 또 홀로그램을 통해 환수를 추진 중인 국외 소재 백제문화 유산에 대해서도 알렸다.

맹정호 서산시장은 이번 전시가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재 환수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책임감을 높이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서산의 돌아와야 할 문화유산에 대해 듣고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이연희 시의회 의장은 돌아와야 할 문화유산 전시회 사진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서산 보원사 고려 철불좌상의 환수를 위해 서산시의회에서도 각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상근 이사장은 역사를 잊는 것은 쉬우나 지키고 이를 후손에게 전해주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보원사지 고려 철불도 돌아와야 한다. 이번 사진전을 기회로 돌아와야 할 문화유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다시금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문화유산 회복운동의 시발점이 된 서산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의 환지본처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산의 문화유산을 비롯하여 백제 유산들이 우리들의 품으로 되돌아 올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역량을 집중해 나아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상근 이사장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상근 이사장

인터뷰()문화유산회복재단 이상근 이사장

부석사금동관음보살좌상의 눈물

20191, 서산부석사금동관세음보살좌상 항소심 재판부가 교체되고, 새 재판부가 소송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 올해는 항소심이 끝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그것은 희망사항이었을 뿐이다. 20131, 수덕사로부터 활동을 요청받은 지 8년이 지나고 있다.

20132, “정당한 취득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라는 대전지법의 가처분인용결정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가 정한 박물관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것으로 소장자의 합법적 소유권 입증 책임을 명확히 한 매우 중요한 판결이었다. 20171, 1심 재판부는 부석사 소유를 인정하고 도난이나 약탈의 방법으로 대마도로 운반되었음으로 부석사로 인도하고 최종판결 전이라도 가집행명령을 통해 부석사로 이운하라고 판결하였다.

9월 25알~10월 3일까지 개최된 백제문화제 '돌아온, 돌아와야 할 문화유산 백제문화재 사진전'
9월 25알~10월 3일까지 개최된 백제문화제 '돌아온, 돌아와야 할 문화유산 백제문화재 사진전'

 

가처분과 1심 판결을 통해 대마도로의 이동이 약탈 등 비정상인 방법으로 이뤄졌으며,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어떠한 설명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2017년 피고는 전혀 다른 주장을 폈다. 첫째 불상의 제작 이력을 기록한 결연문이 조작되었다는 것. 둘째 불상 조성 당시의 서주 부석사가 현재의 부석사가 아니다. 셋째 유네스코 협약에 의해 도난 문화재는 원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항소이유서에 적시하였다.

우리는 18가지에 이르는 재판부의 석명과 재판과정을 통해 피고의 항소이유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해왔다. 결연문의 진정성에 대해서 이미 고려시대 복장물 연구 등을 통해 축적된 내용을 연구자의 사실확인서를 통해 제출하였다.

부석사의 동일성은 불교문화재연구소의 지표조사 결과, 1938년 작성한 홍경표의 부석사 상량문, ‘서산지명 연혁, 부석사가 등장하는 고지도 등으로 최대한 입증하였다. 정당한 소유권에 한해 유네스코협약이 적용된다는 점과 일본 문화재보호법의 제한적 적용으로 부석사불상은 적용되는 않는다는 점도 국제법학자들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증거로 제출하였다.

그러나 2014년 검찰청이 문화재청에 의뢰 용역한 <불상재감정조사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당시 피고 검찰은 일본 정부와 문화재청으로부터 부석사의 불상이 진품임을 확정하고, 국내 잔류를 결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항소심에서 대부분의 조사위원이 확정한 <부석사의 불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항소심을 4년째 끌어왔다. 더구나 일본에 있는 결연문의 탄소연대 측정 등 감정 결과를 원고에게 제기하고 올해 1월에는 일본 측의 재판 참여를 주장함으로 막연한 시간끌기에 들어갔다. 최근 수차례의 재판에는 문화재청의 감정위원이 피고의 소송수행자로 참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17127, 부석사 불상 1심 승소 판결은 설날을 며칠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추석을 앞두고 항소심 내내 지리한 공방을 한 '진위' 공방이 끝났다. 이제 두 고비만 넘으면 된다. 소송은 상대의 주장을 증거로서 입증하면 된다.. 상대보다 10배 더 준비하겠다.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묻고 싶다. 우리는 헌법 9조에 명시한 문화국가인가! 문화국가로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전승하는 데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의 재산권과 국가의 문화유산을 보호하지 않고, 그 책임을 온전히 국민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향후 역사의 법정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을 것인가? 돌이켜 보길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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