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과 힘을 합쳐 나가고 있는 ‘삼길포구’의 하루를 엿보다

삼길포 만석식당 권정금 대표
삼길포 만석식당 권정금 대표

전날 밤에는 무섭도록 바람이 불었고 폭우가 쏟아졌다. 과연 내일 삼길포로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내내 머릿속을 헤집었고 그렇게 잠이 들었다.

명절 끝자락인 22일 아침이 되자 거짓말처럼 매미 소리 그득하니 하늘이 개어있었다. 38번 국도를 타고 삼길포항으로 들어섰다. 관광지답게 많은 사람이 포구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또 일부는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나눠주기도 하며 황금연휴 마지막을 즐기고 있었다.

각자 마스크로 얼굴만 가리지 않았다면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집어삼켰나 싶을 정도로 삼길포는 그야말로 분주했다. 하지만 대부분 4인이라는 숫자를 넘긴 팀들이 찾아보기 힘들어서야 비로소 코로나의 위력이 여지없이 포구에도 내려앉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선상에서 회를 뜨고 가까운 만석식당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식사시간이 일러서인지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마스크에 가린 친절한 주인장 권정금 대표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며 자리를 잡았다.

삼길포 만석식당 전경
삼길포 만석식당 전경

# 코로나로 매출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상을 차리는 그녀에게 코로나 이후 장사는 좀 어떠냐고 묻자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예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라고 했다.

인건비 주고 나면 없어요. 그렇다고 사람을 줄이면 또 일이 안 돌아가니까 그럴 수도 없고요. 그나마 삼길포는 좀 낫다고 하는 게 이 정도예요. 다른 곳들은 죽지 못해 사는 가게들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래도 이곳 삼길포는 상인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버텨나가고 있습니다.”
만석식당은 부모님 때부터 이어져 온 원조 터줏대감이다. “지금은 부모님 뒤를 이어 남동생은 수산을, 저는 횟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배에서 ()떠 오시는 손님은 식당에서 먹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드리는 거죠. 요즘은 코로나로 예전만 못해요.”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지방은 그래도 거리두기 3단계라 인원이 타이트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 삼길포는 연신 관광버스가 단체를 실어날랐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소수 인원만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매출이 심하게 감소했다.

손님들이 들어오기 전에 완전 소독으로 청결을 유지하고 있는 만석식당
손님들이 들어오기 전에 완전 소독으로 청결을 유지하고 있는 만석식당

#어민들과 함께 출혈을 감수하면서 어류가격 동결 지켜

코로나가 터지면서 갑자기 우럭 단가가 많이 올랐어요. 버티다 버티다 어쩔수 없이 원가가 17,000원인 우럭을 이번에 배에서는 18,000, 수산은 20,000원으로 올렸네요. 어민들께서도 많이 힘들죠.

버틴 이유는 이런 거죠. ‘한 번 죽은 상권은 회생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최근에는 인근 오지리나 벌말 쪽으로 관광객들이 분산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우리 삼길포 상인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권 대표는 이런 사정을 의논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싶어도 코로나로 대면이 어려워 상인들끼리 모이질 못하는게 안타깝단다. 그러면서도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삼길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플로킹을 한다며 시민의식이 있어 깨끗한 줄 아셨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런 일도 솔선수범해요.

사실 월요일이 되면 이곳이 쓰레기장을 연상케 해요. 그만큼 주말에 다녀가신 분들이 마구잡이로 여기저기 쓰러기를 버리고 떠났다는 결론이에요. 청소하시는 분들은 두 분이신데 이분들만으로는 전혀 감당이 안 되니 바쁜 와중에도 플로킹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 어민들과 상인들이 한마음이 되어 삼길포 상권 살리기에 앞장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는 그녀는 이러다 보면 코로나도 어느 순간 넘어가지 않겠어요. 그때는 상인회원들 다 모여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까지 모두 합쳐 많은 얘기를 나눠야겠다고 했다.

#삼길포가 상업지역으로 바뀌는 게 꿈

삼길포 식당들의 최대 축제는 김장김치를 손수 담글 때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권정금 대표. 그녀의 꿈은 두 가지라고 했다. 삼길포는 우럭이 유명하다. 우럭포를 만들 수 있는 영어조합인데 그것은 이미 결성하여 현재 서산시에 신청 중이다.

또 다른 하나는 삼길포가 상업지역으로 변경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삼길포는 준주거지역이다 보니 밤 10시만 되면 깜깜해서 여기가 과연 관광지일까 봐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했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 귓전에 맴돈다. “삼길포가 살아 움직이는 상권, 활력 넘치는 상권이 형성될 수 있도록 상업지역으로 바꿔주세요.”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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