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편집국장

대한민국의 사회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고도성장과 인구 고령화 등으로 사회가 급속히 변화한 탓에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 이념 간 갈등이 유독 심하게 불거진다. ‘갈등사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양한 집단의 정책결정 참여와 이해관계 표출로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문제는 사회갈등 관리능력에 있다. 우리나라의 갈등관리 능력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일자리에서 복지혜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회적 현안들이 갈등요인으로 자리 잡는 동안 그저 방치하기만 했다. 그동안 갈등은 그 자체가 문제라는 식의 인식으로 갈등관리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갖지 못했다.

지난 가로림만 조력발전 관련 주민갈등처럼 최근 지역사회에서 불거진 갈등 또한 예외가 아니다. 갈등은 있는데 갈등에 대한 대처방식이나 관리부재가 심각하다.

더구나 갈등의 관리주체로 일정 역량을 발휘해야 할 주체인 시 집행부와 시 의회조차 갈등관리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여타 집단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벌어진 학교 운동장의 인조잔디 건설 문제 또한 학교 측과 이를 반대하는 학부모간 갈등이 첨예하다. 여기에 지역 언론 또한 갈등해소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부추기는 경향이 없지 않다.

혹자는 지역에 어른이 없다고 말한다. 이는 다시 말해 갈등관리 주체가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이대로 가다간 사회 안정과 지속 가능한 성장은 꿈조차 꿀 수 없다.

사회갈등의 근본 원인인 사회 구성원들의 불신과 불만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소통을 늘려야 한다. 남을 배려하는 정신적 가치를 확산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야 이분법적 사고와 흑백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해결 방안을 찾아낼 수 있다.

시의 각종 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나 주민 공청회, 공람공고 등의 절차가 요식행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시민 중심의 시정이 되려면 기존의 행정시스템을 혁신하고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구체적으로는 민․관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 거버넌스는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는 정책을 미리 이해당사자, 시민사회 등이 토론을 통해 그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

시민 주도로 이뤄지는 민·관 거버넌스인 라운드테이블이나 많은 시민들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모을 수 있는 타운미팅(시민원탁회의) 등도 좋은 방안이다.

실제로 이러한 거버넌스가 잘 발달된 나라일수록 지방자치의 성공적 정착으로 지역사회 민주화는 물론,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결과를 만들어냄으로서 갈등해소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게 된다는 것이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이처럼 계획 때부터 주민이 참여하는 민관협치는 갈등해소의 핵심대안이기도 하다. 교육기관 또한 예외는 아니다. 애초 학부모와 함께 공론의 장을 만들었다면 지금과 같은 갈등문제는 최소화 되었을 것이다.

주요 현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사회통합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그 대안은 참여와 소통이다. 참여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정보의 공개를 당연시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참여도 없이 뒷북치는 일은 또 다른 사회갈등을 일으키는 행위이다. 참여와 소통 이것이야말로 우리지역의 밝은 미래를 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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