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자 대부분 열악한 주거환경·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

‘고독사’보다는 ‘고립사’

# 20197월초 팔봉면 한 동네 독거 어르신이 밭에서 생사를 달리했다는 가슴 아픈 소식. 흙에서 왔고 평생 흙과 함께 살아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는 건 맞지만 세상을 떠나는 순간도 그리 슬프게 가야 할까. 어떤 이가 노년의 4(老年 四苦)...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병고(病苦)... 가난과 외로움, 일할 수 없는 것과 병든 몸은 노년을 가장 힘들고 고통스럽게 한다고 했다. 내가 소식을 들은 올해만 밭에서 돌아가신 어르신이 2분이다. 농촌의 고령화 문제는 결국 어르신들의 4고에 대한 문제다.


# 2021년 여름. 마지막 한 올의 희망의 명주실을 놓아 버린 그분의 명복을 빈다. 2평 남짓 쪽방에서 홀로 생을 마친 독거어르신. 고인은 한 달 전부터 시름시름 힘들어 하셨다. 병원 입원, 아니면 시설 입소를 권해도 손만 내저었다. 그분에게 남았던 생은 ’. 온 몸을 짓누르던 그것 뿐이었을까.

한 주 후면 추석이다. 명절이 오면 가슴 속 한쪽이 휑하니 시린 이들이 있다. 시골에 홀로 남이 있는 어르신들이다.

3단계, 4단계 자식들의 방문도 코로나가 막고 있다. 사회분위기도 방문자제다. 그러다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각지대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지역사회에서도 독거사, 고독사가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임종을 지키는 이 없이 홀로 죽음을 맞고, 시신을 수습할 가족이나 친지가 없는 무연고 사망자는 코로나19 이후 30% 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공영장례 단체인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의 분석이다.

홀로 죽음을 맞는 이들은 대부분 사회적 안전망이 절실한 사회적 취약계층이다. 나눔과나눔에 따르면 서울에서 홀로 죽음을 맞은 이들중 약 70%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이들은 주로 쪽방, 고시원, 여인숙 등 열악한 환경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고 아예 거주지가 없는 사람도 있었다.

고독사라는 표현 대신 고립사

무연고 사망자 중 가족이나 친지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죽음을 의미하는 고독사는 공식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무연고 사망자 통계로 고독사 현황을 추정하고 있다.

일부 복지 전문가들은 고독사라는 표현 대신 고립사라는 표현을 제안하고 있다. 고독한 죽음을 예방하는 소극적 대처에서 벗어나, 한 개인이 고립돼 살아가는 고립 생()’을 개선하도록 지원해 모든 인간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향상해 전반적으로 고립된 죽음을 줄이자는 취지다.

영국에서는 생애 주기에 따라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해 임신과 초년기, 아동기와 청소년기, 근로 활동기, 은퇴 및 생애 후기 등으로 구분해 관계 지향적 사회여건을 조성한다. 지역사회 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커뮤니티 카페나 정원 등을 만드는 식이다. 또 영국의 공공보건 서비스인 국민건강서비스(NHS)는 환자들이 요리 교실, 걷기 클럽, 예술 집단 등과 같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사례를 본따 우리 사회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독거노인의 경우 고독사 방지를 위해 정부가 방문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관리가 됐다고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거리 두기가 일상화하면서 방문관리 사업이 예전처럼 작동하지 못 하는 실정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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