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서천·부여 지역 푸드뱅크 운영실태 ④

좋은친구들 푸드마켓 내부 및 외부
좋은친구들 푸드마켓 내부 및 외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취약계층 먹거리 복지 분야에서 가장 전문성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는 푸드뱅크 복지전달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본다면 임시폐쇄(휴관) 및 업무중단 사업장이 한때 200여 곳에 이를 정도였다. 이는 기초 푸드뱅크·마켓 436곳 가운데 절반 가까운 수치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푸드뱅크 기부도 눈에 띄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식품기업들의 생산량이 급감했고, 이는 기부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산시대에서는 충남 지역 푸드뱅크 및 푸드마켓의 운영실태를 현장취재를 통해 살펴보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취약계층 먹거리 복지정책의 발전 방향에 대해 제시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지방이양사업으로 서자 취급 받는 푸드뱅크 태반

종사자들에 대한 권익과 보장은 미약

취약계층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지자체의 복지사업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다보니 푸드뱅크·푸드마켓 운영에 있어 지자체의 협력적 사업 운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로 지자체의 지도와 감독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재정적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푸드뱅크 사업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이양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그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졌기 때문이다.

푸드뱅크사업 내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에 최저임금 수준이다보니 전담인력이 1~2년 내외의 짧은 교체주기를 보이고 있다. 위탁사업인 경우 인력채용이 전적으로 지자체의 책임은 아니지만, 지자체의 방치가 한 몫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 푸드뱅크가 정부의 참여와 지원을 통해 전국적 확대를 이루었고, 나름의 체계성과 안정성을 갖추기까지 공공 영역의 도움이 컸다. 지금도 여전히 민관협력 사업으로 서비스 제공자들을 통해 지역내 저소득 계층의 결식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럼에도 푸드뱅크는 법적으로 사회복지기관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규제와 의무는 넘치는데 반해 사업 지원과 종사자들에 대한 권익과 보장은 미약하다.

좋은친구들 푸드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조순희 서천군사회복지협의회장
좋은친구들 푸드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조순희 서천군사회복지협의회장

조순희 회장, 7년째 푸드뱅크 사업에 매진

지자체의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 아쉬워

지난 2009년 저소득층에 생필품과 식료품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6월 문을 연 서천군 좋은친구 푸드마켓이 고정 기부자 부족과 식품 기부에 대한 인식 미흡, 운영비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인근 지자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매달 일정금액(2만 원)의 물품을 매장에서 가져갈 수 있는 푸드마켓은 월평균 3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공식품에 대한 기부가 부족하고, 고정적인 기부 단체나 개인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좋은친구들 푸드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조순희 서천군사회복지협의회장은 매달 정기적으로 식품을 기부해주시는 분이 크게 부족하다. 이용자들은 유통기한이 긴 가공식품을 주로 찾고 있지만 기부는 이에 못미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논산사랑푸드마켓의 경우 일정 부분 지자체의 지원금으로는 식료품만 구매할 수 있지만, 서천의 경우는 지원금이 없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나 개인 등의 기부자가 없을 경우 생필품은 제대로 갖추기 어렵다.

조 회장은 순수하게 기부에만 의존하다 보니 쌀이나 화장지나 세제 등 생필품이 크게 부족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후원처도 회장 지인을 중심으로 기부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자체의 인건비 지원도 1명에 불과하다. 후원자 개발이나 광역푸드뱅크 물품수령에 매장관리, 이동이 어려운 취약계층 방문 전달 등이 순수한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도움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푸드마켓의 경우 서천군이 인건비 지원을 약속했다가 4대강 사업에 밀려 삭감됐으며 운영비 역시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2009년 그 출발은 관내 기초수급자 4723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라는 장밋빛 기대였다. 당시

서천군은 푸드마켓이 운영되면 국민기초수급자 서천군 관내 3310명과 차상위계층 1352, 긴급지원대상자 70명 등 모두 4732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회원제로 운영될 예정인 푸드마켓은 고객관리 시스템을 통해 개인별 주 1회 매장을 방문, 5개 당시 서천군은 주위의 소중한 이웃들 행복나눔터로 자리매김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내에서 천안에 이어 두 번째로 개관했던 서천군이 10여 년이 지난 현재, 지자체의 관심은 가뭄에 가랑비 내리는 수준이다.

보령 행복마켓 전경
보령 행복마켓 전경

보령시, 푸드마켓 재원 마련 온 힘

부여군, 인력확충에 어려움 호소

인근 보령시의 경우도 어렵기는 매 한가지다.

다만 보령시는 행복보령 푸드마켓의 안정적인 재원확보와 기부식품 제공사업의 원활한 운영기반을 위해 행복보령 푸드마켓 11계좌 갖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푸드뱅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남다르다.

11계좌 갖기 운동은 저소득층이 이용하고 있는 푸드마켓 운영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됐다. 2019년에는 508명이 참여해 2036만 원을 모금했다.

또 보령시사회복지협의회(회장 이홍집)가 수탁 운영중인 행복보령푸드마켓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전국푸드뱅크)에서 추진하는 이머전시(긴급사태) 푸드팩 시범 사업수행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머전시 푸드팩 시범 사업은 태풍, 지진, 호우 또는 감염병, 산불, 대형화재 등 다수의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는 자연재해 및 사회재난 발생 시, 지역 내 식품을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이다.

지자체의 관심 여부가 지역내 취약계층 먹거리 지원 복지 수준을 차이나게 한다. 보령시 행복보령 푸드마켓2010년 설립됐다. 천안, 서천에 이어 충남에서 세 번째다.

한편, 이웃 지자체인 부여군의 경우는 상황이 무척 어렵다. 부여군의 겨우 푸드마켓은 없다.

그럼에도 부여지역자활센터에서 위탁운영하는 푸드뱅크는 최근 인력이 교체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명이 모든 일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것도 문제지만, 퇴사가 발생하면 업무 인수인계도 쉽지 않다. 후원처도 지속적이지 못하다.

현재는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은 꿈도 꾸지 못한다. 충남광역푸드뱅크 지원 물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가 지원하고 민간이 수행하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위기

전국의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20개 지자체만이 조례제정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비롯한 삶의 터전을 잃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현실적으로는 소득과 건강, 그리고 정보의 불평등도에 따라서 그 대상이 가려졌다.

한국의 푸드뱅크는 IMF 외환위기와 함께 태동하여 성장했다. 당시 폭발적으로 증가한 실업자, 노숙인 등과 노인, 장애인, 취약 아동의 결식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민간의 자발적 음식 나눔 운동으로 시작되었고, 이를 정부 차원에서 전국적 사업으로 확대시킨 대표적인 민관협력 사업이다. 2018년 기준으로 약 2200억 원에 달하는 식품 및 생활용품 모집 실적을 가지고 있고, 전국적으로 400개소가 넘는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이 운영되고 있다. 전국의 수많은 취약계층이 푸드뱅크 서비스의 수혜자가 된다는 것이다.

푸드뱅크는 기부를 받아 무상으로 전달하는 복지 시스템이다. 현금이 아닌 현물이라는 특성과, 그중에서도 주로 식품을 다룬다는 특수성 때문에 전문성도 필요하고 기부 물품의 수집과 배분에 있어서 충분한 시설과 장비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전반을 이해하는 인력 또한 핵심적인 요소다.

푸드뱅크 사업이 도입된지 불과 20여 년 만에 기부-배분이 2000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성장한 비결은 이 사업을 지원하는 공공영역(중앙정부 및 지방정부)과 이를 운영하는 민간영역의 합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푸드뱅크가 중앙정부에서 지방이양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국가가 지원하고 민간이 수행하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위기이다. 지자체의 무관심과 외면이 지나치다.

푸드뱅크 사업은 공공과 민간이라는 두 운영주체 중 어느 한쪽의 관심만 소홀하더라도 운영의 어려움이 발생하는 구조다. 법적으로는 중앙 및 지방정부에서 사업의 운영비 또는 사업비를 보조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의무사항은 아니나, 푸드뱅크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몇몇 지자체에서 예산에 반영하여 사업운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국의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단 20개 지자체만이 조례를 통하여 체계적으로 푸드뱅크를 지원하고 있고, 이는 전체 기초지차체 중 8.8%에 수준이다.

기초지자체들의 관심이 부족하고 운영에 있어서 실제적인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취약계층의 먹거리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글 싣는 순서>

천안·아산지역 푸드뱅크 운영실태

당진·서산·태안지역 푸드뱅크 운영실태

공주·계룡·논산·금산지역 푸드뱅크 운영실태

보령·서천·부여 지역 푸드뱅크 운영실태

광역·홍성·예산 지역 푸드뱅크 운영실태

이 취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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