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74

마스크도 패션이다
마스크도 패션이다

흰색, 파란색, 검은색이 마스크의 3색이던 시절이 있었다. 검은색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연예인 사진을 종종 접하면서 평범한 내가 검은색 마스크를 쓰는 건 어쩐지 낯간지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추운 겨울에는 하얀 면마스크를 가끔 썼는데 부모님이 쓰시던 파란 마스크가 촌스럽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마스크와 가까워진 건 병원에서 일을 할 때부터다. 전염성 있는 환자를 간호할 때면 병실 입구에 비치된 덴탈마스크나 N95마스크를 썼다. 마스크가 익숙해진 뒤론 감염 위험과 관계없이 병원 내에서 하늘색 덴탈마스크를 즐겨 썼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얼굴도 가려주고 환자들의 구취나 오물 냄새도 막아주는데다 표정을 가릴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다은이와 다연이
다은이와 다연이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미세먼지 앱을 설치하고 수치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겨울이 아니어도 황사나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쓸 일이 점점 늘었다. 나와 남편은 흰색이나 검은색, 아이들은 취향에 따라 캐릭터나 예쁜 무늬가 새겨진 마스크를 주로 구입했다.

코로나19로 너나없이 마스크 쟁이기에 혈안이 된 시기를 거쳐, 마스크가 일상생활에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 되면서 KF-80, KF-94, KF-AD 등으로 세분화 되는 마스크의 종류에 대해서도 눈을 떴다.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가격이 고공행진 하던 시기조차 마스크의 색상이나 디자인, 브랜드를 골라가며 구입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몇몇 있었다.

마스크줄도 등장했다. 마스크 분실 예방과 편의성을 위해 아이들에게 마스크줄을 꼬박꼬박 걸어주었지만 나는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므로 여기저기서 받은 그저 그런 줄은 모두 아이들 몫이 되었다.

그러던 중 나의 눈을 현혹하는 마스크줄을 발견했다. 다름 아닌 교감선생님 목에 걸린 마스크줄이었다. 대화를 할 때마다 귀 밑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에 시선을 빼앗기는 일이 잦았다. 마스크줄이 흡사 귀걸이 같아 보였고, 마스크를 쓴 교감선생님이 1.5배는 더 예뻐 보였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도 유사한 마스크줄이 눈에 띄지 않았고 급기야 내 입에서는 그동안 축적된 감탄과 함께 어디서 구입하셨느냐는 질문이 툭 튀어나와 버렸다. 옷가게에서 샀으며 기회 되면 하나 사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형식적인 말로 넘겼다.

구체적인 구입처를 알지 못한 채 다시 인터넷을 뒤졌다. 겨우 고르고 골라 마스크줄을 구입한 후로는 더위에도 풀어헤치고 다니던 머리카락을 묶기 시작했다. 귀 밑부터 목뒤까지 달랑거리며 반짝일 마스크줄이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해 주기를 바라는 욕심에서였다.

스와로브스키 보석이 박힌 마스크줄
스와로브스키 보석이 박힌 마스크줄

지난주 갑작스런 교감선생님의 호출이 있었다. 업무 관련이라 생각하고 수첩과 펜을 들고 올라갔는데 내 앞으로 손을 내미시는 게 아닌가. 그 손에는 내가 예쁘다고 감탄해 마지않던, 스와로브스키 보석이 박힌 마스크줄이 떡하니 놓여있었다. 관리자에게 선물을 받다니, 상상조차 못 해 본 깜짝 선물에 감동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마스크는 이제 생활의 필수품이자 포인트가 되는 패션의 일부다. 그리고 나에게는 1.5배 예뻐지게 만드는(나만의 착각일지도...) 마스크줄이 2개나 있다. 딸들이 고래와 곰이 그려진 마스크를 골라 쓸 때 나는 내내 새하얀 마스크만 쓰고 다니지만 보석 같은 마스크줄 2개면 게임 끝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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