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충남공항의 역사와 과제

충남민항
충남민항

충남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충남민항(충남공항) 조성 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충남공항 기본계획수립비가 조건부 사업으로 반영되면서 사업 추진을 위한 첫 발판을 마련했다.

정부가 확정한 내년 예산안에 충남공항 기본계획수립비 15억 원이 반영됐다. 다만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등 사전절차를 완료해야 예산집행이 가능하다.

충남공항은 서산 공군비행장 활주로를 그대로 활용하고, 터미널과 유도로 등만 설치하는 사업으로 2017년 진행된 사전타당성 연구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1.32로 높게 나와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가능성이 높다.

충청남도는 충남공항에 국내선은 물론 국제선 운항도 동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항공교통 소외지역의 서비스 제공과 환황해권 성장거점 육성, 충남혁신도시와 해미순교성지 국제성지 지정에 따른 항공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국제선 운항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충남공항이 관광산업은 물론 산업 전반에도 큰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이에 그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1997년 김영삼 대통령이 지시한 충남공항

2000년엔 IMF 여진이, 2020년엔 코로나19가 발목 잡아

국내 최대 규모의 서산 공군기지가 1997618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공군은 이날 김영삼(金泳三)대통령, 김동진(金東鎭)국방장관, 윤용남(尹龍男)합참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산 공군기지 전력화 기념행사를 가졌다.

면적은 11.9(350만평)()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공군 기지이며, 동아시아의 최대 규모 비행단이다. 7.3인 김포국제공항의 1.63배에 이른다. 1989년 국방부에 의해 서해안 방어를 위한 K-Z비행장으로 계획되었다. 당시 충청남도 서산군과는 사전 협의 없이 계획된 것이어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다. 비행장은 1991년 착공하여 1997년 완공하였다. 2,743m×46m의 활주로 2개와 평행유도로 4개를 갖추고 있다.

당시 준공식에 참석한 김영삼 대통령은 서산공군비행장 민항설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20002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반영되었다.

발목을 잡은 것은 1990년대 말 IMF 위기로 항공수요 급감하면서 민항 유치는 무산됐다. IMF의 여진이 충남의 하늘길을 막은 셈이다.

그로부터 6년 후 2016년 국토교통부는 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충남공항을 설치 검토 반영이란 문구를 새겨넣었다. 이듬해 국토부 사전타당성조사가 통과되고, 20209월 투자심사까지 거침없었다. 그러나 한 달 뒤인 10월 기획재정부에 예타 대상사업으로 신청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코로나19 영향 등 재정부담 여건으로 전체 신규 재정사업이 선정 불가 통보를 받은 탓이다. 2000년엔 IMF 여진이, 2020년엔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충남공항, 경제성은?

2025년 기준 항공 수요 378000

충남공항 사업비는 509억 원으로, 새만금공항(7796억 원)과 울릉공항(6651억 원), 흑산도공항(1833억 원) 등과 비교해봐도 투자비가 적다. 반면 잠재적 수요는 가장 높다.

충남도에서 분석한 2025년 기준 항공 수요를 보면 충남공항은 378000명으로, 군산(304000), 사천(171000), 무안(15만명), 원주(123000), 양양(58000)보다 높다.

여기에 충남이 혁신도시 지정에 따라 공공기관 이전이 남아 있고, 국제성지 지정과 서해선 고속화 등 공항연계 교통망 확충 등 미래 항공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이런 배경에서 2017년 당시 충남도와 서산시가 진행한 사전타당성 검토연구용역에서 경제성은 1.32로 나왔다.

청신호도 켜졌다. 해미순교성지가 지난해 1129일 교황청이 승인한 국제성지로 지정됐다. 국제성지 선포는 대한민국에서는 20189월 선포된 서울대교구 순례길 이후 2번째며, 아시아에서는 3번째다. 국내에서도 단일성지로는 유일하다.

세계적인 국제성지로는 이스라엘(예루살렘), 이탈리아(로마), 스페인(산티아고) 3곳과 성모 발현지인 멕시코(과달루페), 포루투갈(파티마) 20, 성인 관련 순례지 6곳 등이 있다.

국제성지 승인은 천주교 신자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의미 있는 역사문화유산의 공간으로 천주교 순례객들의 방문이 예상되고 있다. 해미순례길 역시 조성이 완료되면 국제성지로 포함될 예정이다.

여기에 유홍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이 세계 가톨릭교회의 총본산인 교황청에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성직자 장관으로 임명됐다. 대주교 칭호를 부여됐다.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로마교황청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유 대주교는 지난 4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홍콩 소재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청년조직 아시아유스데스크의 서산 해미 유치를 건의했다.

충남공항의 아시아 노선 국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배경이다. 이에 맹정호 서산시장은 충남공항을 세계와 대한민국을 연결하는 공항, 전 세계 천주교 순례객과 관광객이 모여드는 공항으로 만들 것이라며 강조했다.

맹 시장은 현재 시가 역점 추진하는 가로림만 해양정원과 산림휴양복지숲, 간월도 관광지, 가야산옛절터 이야기길 등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관광객 수요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해미국제순교성지는 수많은 해외 순례객을 이끌 것이라며 충남공항에 자신감을 비췄다.

충남공항 유치에 따른 또 다른 의견

공항은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에 역행

기후위기 충남행동이 충남공항 유치에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기후위기충남행동은 항공분야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프랑스, 스웨덴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항공산업을 줄이거나 단거리 국내선 운항노선 폐쇄에 나서고 있다"기후위기 시대에 공항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명백하게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올 3월 프랑스 하원은 기차로 2시간 30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의 비행기 운항을 금지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법안에 따르면 파리 오를로 공항과 낭트, 리옹, 보르도 공항을 잇는 거리가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그 다음의 결과에 대해서는 보도를 하지 않았다. 결과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이와 같은 계획은 7월 상원에서 무산됐다. 우파 공화당(LR)이 우위를 점한 상원 동의를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기차로 2시간 30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의 비행기 운항 금지라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계획은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이런 배경에는 재선을 노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 있다는 평가다. 마크롱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임기 내내 환경 파괴 주범으로 언급된 대기업에 대한 세금 감축이나 산업 규제 완화를 추구했다. 시민들의 표심이 떠나자 마크롱 대통령은 헌법 개정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헌법 제1조에 국가는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존을 보장(garantir)하고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운다(lutter)”는 문구를 삽입하면서 친환경 정부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한 전략을 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이러한 시도는 상원이라는 보수의 벽에 막혔다.

더구나 2016년 이후 봄마다 기록적인 폭우로 프랑스 수도권 일부 지역이 수몰되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증가하고 있지만 특정 지역특정 계층에 한정돼 기후변화에 대해 전반적인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결론적으로 프랑스의 경우 기후 위기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은 전반적으로 존재하지만, 도시와 지방, 기후위기 원인자와 피해자간의 합의된 고통 분담은 아직 덜 성숙된 상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기후위기,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지만 한 마디로 아직은 초보적이다. ‘기후위기 충남행동의 주장처럼 탄소중립 담론으로 충남공항 유치를 반대하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고통 분담의 당위성을 이해시켜야 하는 과제부터 실천되어야 한다.

공항 건설에 대한 지역의 세가지 의제

경제성·환경성·사회성

신공항 같은 정부의 인프라 건설사업이 정상 추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관문이 경제성, 환경성, 사회성 등 세가지 측면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첫째 경제성이다. 경제적 타당성 확보는 모든 사업의 기본 요건이다. 그동안 서산시는 2017년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조사에 대응키 위해 한서대 산학협력단과 연구용역을 실시하는 등 논리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국토부 예타에서 B/C 1.32라는 높은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종 기재부 예타 대상사업에는 선정되지 못했다.

이에 충남도와 함께 서산시는 군비행장 진출입로 공사를 농어촌 도로 개설로 추진에 나섰다. 이는 509억 원의 사업비를 461억 원까지 줄여 예타 비대상 사업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전략 수정이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농어촌 도로 개설 역시 사업비에 포함된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신규사업 억제라는 국가정책 기조 탓이다. 하지만 이번 기본계획수립비 15억 확정과 같이 경제성에 대해서는 국토부도 인정하고 있는 대목이다.

둘째 사회성이다. 이는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말한다. 충남의 하늘길, 충남공항 건설을 위해, 충남도민의 결집, 정치권의 힘을 모아야 하는 절대절명의 순간. 맹정호 서산시장은 지난 3월부터 220만 충남도민의 염원을 담은 #충남에도_민항이_필요해_챌린지를 전개해 나갔다. 국회의원, 충남도지사, 충남도의회의장, 충남기초단체장 등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여기에 충남 시장 군수협의회 건의를 통해 충공민항 조기건설 공동건의문을 채택하고 청와대, 국회,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에 충남공항의 절실함을 전달했다.

여기에 충남 도민들의 힘도 보태졌다. 서산상공회의소, 충남북부상공회의소, 당진상공회의소 등 충남 3개 민간단체가 충남공민항 조기건설 공동건의문을 국토부에 전달하고, 각계각층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연일 충남공항 유치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캠페인을 전개해 나갔다. ‘서산민항에서 충남도 핵심과제인 충남공항으로 명칭을 전환한 것도 주효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과제도 남아 있다. 공항은 기본적으로 편의시설로 분류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은 숨죽이고 있지만 당사자인 해당 지역 주민들의 우려는 적지 않다. 그들은 해미공군기지 운영으로 인해 오랜 세월 소음피해를 입어 왔다. 이들에 대한 피해 배보상과 생활 환경 개선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충남공항의 유치에는 피해당사자인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배보상 문제거 선결되어야 한다.

셋째 환경성이다. 공항은 해당 지역 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생태계 피해 방지 또는 최소화하는 한도 내에서 인간의 편의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기후위기 충남행동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중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당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서산의 천혜자원이며, 보고인 천수만 철새 보호에 대한 문제이다.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의 중간기착지이며 겨울철새의 보금자리인 천수만이 인간의 편익만을 위해 훼손된다면 충남공항은 지속가능한 미래지향적인 결정이 아닐 수 있다.

인간의 편익과 자연생태 보전. 이 둘은 인간의 행복한 삶을 위한 전제에서 어느 하나 소홀이 할 수 없는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맹정호 서산시장이 충남민항 기본계획수립비 15억 확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맹정호 서산시장이 충남민항 기본계획수립비 15억 확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내년 예산안에 충남공항 기본계획수립비 15억 원 반영이라는 쾌거는 민관의 노력들의 결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도 적지 않다. 일단 이번 충남공항 기본계획 수립비는 기재부의 수시 배정 사업에 해당되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 등 사전 절차를 완료해야만 예산 집행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

양승조 도지사는 지난 93일 서울 국토발전전시관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충남공항 예타 신청 등 현안을 설명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도다.

양 지사는 서해 중부권 항공 서비스 소외 지역 교통편의 제공 충남혁신도시와 해미순교성지 국제성지 지정 등 미래 항공 수요 대응 환황해권 성장거점 육성 등을 위해 충남공항은 반드시, 그리고 조속히 건설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연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신청해 줄 것을 재차 건의했다.

맹정호 서산시장도 7일 국토교통부를 방문했다. 주종완 공항정책관을 만나 서산공항을 3분기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에 선정해줄 것을 구체적으로 요청했다.

맹 시장은 서산공항은 220만 충남도민과 18만 서산시민의 숙원사업이라며 국가균형발전 뿐만아니라 천혜의 자연인 가로림만, 전 세계인이 찾을 해미국제순교성지 등 수요 여건만으로도 반드시 3분기 예타 대상으로 선정해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공항! 수 차례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그 문은 열렸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다시 한 번 충남도민과 정치권이 힘과 지혜를 모아 충남공항 건립이 최종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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