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모르는 게 가장 힘들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게 될까요?”

서산 동부시장에 밤이 내리고 있다.
서산 동부시장에 밤이 내리고 있다.

 

심리적인 위축감이란 게 있어요. 재래시장에 코로나가 터지지 않더라도 우리 지역에 코로나가 발생하면 바로 타격을 받습니다. 대체로 소비행위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래시장으로 오진 않죠.”

10일 한 곳에서 장사한 지 30여 년, 힘들다곤 했지만 이 정도로 힘이 든 것은 처음이라는 재래시장 야채코너 A씨를 만났다.

끝을 모른다는 것이 가장 힘들어

대면이 잘 안 되니까 매출 주는 것은 당연하죠.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코로나의 끝을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50% 이상 매출이 준 것 같아요. 물론 가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만 겉으로 봐서는 그렇습니다.”

이게 기간이 길어지는 것과 또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하는 게 더 큰 고민이라는 A씨는 희망이란 단어 자체를 잊어버렸다’, ‘안전 안내 문자는 수시로 울리는데 이제는 궁금하지도 않다’. ‘이러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코로나 정국에는 택배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은 불티납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재래시장 사람들은 주로 연세들이 많이 비대면으로 판매하는 것에는 취약하잖아요. 그러니 우두커니 오는 손님만 기다릴 수 밖에요.”

재래시장은 편리성과 시급성 면에서 밀려

주말이면 새벽부터 일손을 도와주기 위해 어머니가 계신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린다는 B씨는 보편성과 특이성이 있습니다. 보편적인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가게들의 매출이 대동소이하다는 것이죠. 특이성이라는 것은 재래시장이 가지고 있는 단점들입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판매처나 대형매장의 경우도 물론 타격을 좀 보긴 보겠죠. 그래도 그곳은 재래시장과는 달리 배달할 수 있잖아요. 얼마나 편리랍니까. 뿐만 아니라 시급성 면에서도 재래시장은 결코 따라갈 수 엇습니다라고 말했다.

북적거리는 추석 대목장이 그리워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예전만 하더라도 추석이 얼마 남지 않은 이맘때는 미리 생선을 사다 말리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 재래시장이었죠.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어르신들도 시장에 잘 나오지 않습니다. 또 차례를 지내더라도 간소하게 지내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추석 대목 이래 봐야 대형마트에서 한꺼번에 사가는 경향이 많아요라며 한숨을 지었다.

고향 간다고 식구들끼리 장보러 나와 양손 가득 물건 사서 고향가는 예전이 너무 그리워요. 그때는 이 시장통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는데... 이제 그런 날이 오긴 올까요?”


한적한 시장통으로 가을비가 내렸다. 을씨년스런 날씨 탓인지 손님이 거의 없었다. 아직 귀가할 시간이 남았을 것 같은데 여기저기서 벌써 파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추석이 코앞이라도 평일만도 못하니.”라며 말을 흐리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공허한 한숨이 빗물 속으로 퍼져 나갔다.

참고로,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705명을 대상으로 추석 귀성 계획을 조사한 결과, 51.9%가 귀성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설문에서 57.7%가 귀성을 포기했다고 답변한 데 이어 2년 연속 귀성 포기자가 절반 이상을 넘었다.

백신을 다 맞으면 재래시장도 옛날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돌아 나오는 등 뒤로 빗줄기가 거세지고 있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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