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 ⑰

조적공법을 무늬로 그려넣은 핸드메이드 담장이 정감 넘친다. 건축에서 손은 만능의 도구이다.
조적공법을 무늬로 그려넣은 핸드메이드 담장이 정감 넘친다. 건축에서 손은 만능의 도구이다.

인류는 인간의 손으로 빚어졌다. 굳이 인류의 기원이나 석기시대까지 파고들지 않더라도, 수공예로 만들어진 유산이 우리 곁에 다양하게 존재한다. 작은 낙서 한 조각부터 거대한 규모로 으스대는 건축물까지, 사람의 손으로 일궈 낸 걸작이 한없이 즐비하다.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어도 'E-mail'보다 손편지가 더욱 마음 뭉클하게 함은 변함이 없다. 곱게 미장 된 시멘트 끄트머리에 낙관 마냥 새긴 이니셜도 괜스레 특별해 보인다. 핸드 메이드(Hand-made)는 감정의 파고(波高)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리고 수작업을 갈구하는 마음은 쏟아지는 DIY 강의와 각종 체험 키트(KIT)의 대유행으로 입증된 바 있다.

현대 사회는 많은 부분이 공산품에 점령당했고, 현대의 건축도 다른 분야 못지않게 수공예 요소를 다수 소실하였다. 공장에서 생산된 부품을 조합하고, 건설 기계를 이용하여 공정을 효과적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이 같은 효율적 과정은 건축물을 서로 닮은 모양새로 만들고, 쉬이 식상하게 한다.

다소 퇴행한 건축 공법을 담은 영상물에 탄복한 적이 있다. 주변의 자연물과 최소한의 도구만을 사용하여 건축물을 제작하는 구성인데, 속된 말로 넋을 놓고 즐겼다. 내용은 아주 기본적인 건축 공정이다. 그리고 주요한 콘텐츠는 고온 건조한 지역에서 단단히 굳어진 흙이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땅에 나뭇가지로 설계도 같은 낙서를 장난스럽게 스케치한다. 구덩이를 파서 나무 기둥을 심고, 나뭇가지와 덩굴을 한 땀씩 엮어 골조를 세운다. 강에서 몇 번이고 길어 온 물을 진흙과 지푸라기까지 섞어 벽체를 채운다. 편평한 판자로 흙벽을 쓸어내려 매끈하게 면 처리하고, 뾰족한 나뭇가지로 섬세하게 장식을 한다. 간혹 고운 진흙을 대나무 틀에 구워서, 기와지붕을 이어 올리기도 한다. 땅을 파서 빌트인으로 만든 수조에는 개미집을 갈아서 발수재로 바르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해와 바람이 나그네의 겉옷 벗기기 내기기를 하는 양, 경쟁하듯 건물의 양생을 돕는다. 그렇게 감히 샐 수도 없을 만큼의 손길이 쌓인 집이 완공된다.

손으로 만드는 건축물은 의외의 면모에서 획기적이었다. 과거에는 당연히 그러했을 시공법인데, 현재를 살아가며 이 같은 모습을 본다는 것은 무척이나 신선한 환기였다. 자연환경과 현지 자재를 오롯이 이해하였기에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이는 현시대의 진부하고 억지스러운 몇몇 건축에 조언을 하는 듯했다. 그리고 기술력을 과시하는 현대건축에 인류 유산의 존재 가치를 다시금 되짚어보게 하였다.

국내 건축물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거나 등록 문화재로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는 비지정 문화재 가운데 미래 세대에 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인증하고, 각종 지원을 통해 보존하고 활용하려는 제도이다. 건축 기술과 감성의 손길이 다채로운 방법으로 공존하여, 찬란한 인류 역사를 계속 기록하기를 바라본다. 지금, 이 순간은 서산의 소중하고 따뜻한 문화유산 '상홍리 공소'가 참 궁금하다.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이건축/전) 서울건축사협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이건축/전) 서울건축사협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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