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73

 

화장실에서 식사한 적? 물론 없다. 그러나 어린 내 아이들은... 화장실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화장실에는 세균이 많으므로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고 가르쳐놓고, 막상 그 아이들이 영유아기일 때 화장실에서 젖을 먹였으니 언행이 불일치한 엄마다. 굳이 변명하자면, 수유실이 없는 건물에서 젖을 먹일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한 부득이한 행동이었다.

10월 말에 태어난 다은이가 첫 여름을 맞이할 즈음이었다. 장난감을 빌리러 간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같이 간 친구의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유아를 위한 복지가 제공되는 곳이었지만 수유실이나 기저귀 교환대가 없었다. 친구는 하는 수 없이 화장실 변기에 걸터앉아 모유수유를 했다. 화장실에서 수유라니 처음에는 뜨악했고, 나중에는 모자가 모두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던 내가 같은 처지가 되었다.

수유 가리개를 챙겨 다니면서 수유실이 없는 곳에서 몇 번 모유수유를 한 적이 있다. 그때마다 나는 나대로 아기가 보이지 않아 답답했고, 아기는 아기대로 덥고 갑갑한지 먹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수유가리개를 걷어내려 애썼다.

 

모유수유하는 모습을 힐끔거리며 불편해할 사람들이 두렵기는 했지만, 아기가 배고파 우는데 남의 시선이 무슨 상관이람. 나는 여차하면 가리개 없이도 수유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정작 당사자인 내가 신체 노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에 반해 남편은 타인을 의식하며 공개된 장소에서 모유수유를 하지 않도록 말렸다. 그럴 때면 주로 주차해둔 자동차로 향했는데 그것조차 여의치 않은 어느 날, 아기를 안은 채 비좁고 지저분한 화장실의 밀폐된 한 칸을 차지하고야 말았다. 처음이 두렵지 두 번째, 세 번째는 현실을 수긍하며 자발적으로 화장실로 걸어 들어갔다.

 

최근에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깨달았다. 비록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횟수였지만 그건 어린 아기에게 해서는 안될 행동이었다는 것을. 두고두고 미안해야 할 행동이었다는 것을.

그러니까 수유부가 외출은 왜 했느냐 묻는다면, 그것은 아기를 둔 엄마도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말 못하는 아기와 단둘이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다 보면 주말만이라도 바람을 쐬며 사람들 속에 머물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유모차를 미는 엄마, 아빠들이 많은 이유가 의문스러웠다. 그런 곳의 공기질이 좋지 않다는 뉴스를 본 후로는 공기가 안 좋은 곳에 신생아를 데리고 오는 부모를 흉보기도 했다. 날씨에 구애를 받지 않으며 수유실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인 것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으니, 역시 겪어 보지 않은 일은 알 수가 없는 법이다.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도 아기가 배고파하면 모유수유를 하고, 식당이나 공원 벤치에서도 자연스럽게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 국가가 부럽다. 모유를 생성하는 여성의 유방은 수유하는 순간만큼은 성적인 느낌을 지닌 신체기관이 아니라 젖을 생성하고 공급하는 모성의 신체기관 일부라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늘어나는 노키즈존 대신 수유실이라는 공간이 대중화되는 사회면 더 좋겠다. 가냘픈 아기들에게 화장실에서 식사를 하라는 건, 더는 안될 일이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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