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림만 탐사단 보고

왕산포에서 이어지던 테크 길이 끊긴 중왕리 방향 해변길
왕산포에서 이어지던 테크 길이 끊긴 중왕리 방향 해변길
제방의 하수관을 타고 넘는 곡예를 감수해야 하는 해변길
제방의 하수관을 타고 넘는 곡예를 감수해야 하는 해변길

 

가로림만의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연둣빛 물빛이다. 마치 산속의 깊은 호수처럼 물결이 잔잔한 데다 쪽빛보다 조금은 더 연한 연둣빛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8월의 늦은 장맛비가 잠시 그친 828일 서산시가 주최하고 한국조직문화연구소가 주관하는 서산 구석구석 함께 걸어YOU’ 첫 번째 행사가 맹정호 서산시장, 이연희 서산시의회 의장과 5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서해랑길77구간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번 트레킹은 칠지도 마을인 서산시 지곡면 도성리를 출발하여, 가로림만 감태로 유명한 중왕리로 이어지는 서해랑길77구간일부와 해안을 따라 걷는 왕산포 코스를 추가해 진행됐다.

왕산포~중왕리 코스는 가로림만 중에서도 환상적인 연둣빛 물빛이 돌아 나가는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하지만 서해랑길77구간이 팔봉초등학교~서산창작예술촌~환성3리마을회관(19.3km, 6시간 30분 소요)으로 구성되면서 왕산포에서 중왕리로 이어지는 해변길은 서해랑길77구간에서 제외되어 있다.

왕산포에서 해안을 따라 조성된 테크 길이 중간에서 멈춰 진 까닭이 그 이유라면 이유일 수 있겠지만 왕산포와 중왕리 주민들의 아쉬움은 크다.

왕산포 이대복 회장은 가로림만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서해랑길이 왕산포 앞에서 해변을 버리고 갑자기 산을 넘어 중왕리로 빠졌다. 왕산포에서 중왕리로 이어지는 해안은 가로림만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다. 옛날에는 왕산포에서 인천항까지 배들이 다녔고, 앞바다는 태안 청산리나루터를 비롯하여 인근 포구 작은 배들이 물건을 큰배에 옮겨 싣기 위해 모여 드는 곳으로 장관을 이룬 곳이다중간에 끊긴 왕산포~중왕리까지 테크길이 완성된다면 가로림만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로 거듭 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구석구석 함께 걸어YOU’ 첫 번째 행사로 진행된 이번 코스에서 회원들은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은 질퍽한 길을 피해 걷거나, 제방의 하수관을 타고 넘는 곡예를 감수해야 했다. 아이들이나 노년층 여행객으로서는 접근이 다소 어려운 코스다.

부족국가인 치리국국 시대부터 앞바다 안섬에 전해오는 슬픈 해당화 전설과 웅진백제시대 대중국 관문이었던 닷개포구를 지척에 두고 흥망성쇠를 온 몸으로 받아냈던 왕산포.

일제강점기인 1914년 조선총독부령에 따른 행정구역 개편으로 임금의 산이란 의미인 왕산(王山)이란 이름을 빼앗기고, 천황의 땅이라는 의미를 각인시키기 위해 을 넣어 성할 왕()’을 써 왕산(旺山)’으로 바뀌었던 아픔의 땅.

왕산포~중왕리까지 테크길 조차 미완성으로 방치된다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잃어버린 역사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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