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도 시시한 날은 없다

내가 되는 나의 시간, 익숙한 오늘에서 낯선 행복을 만나다

 

햇살 좋은 날, 하루를 널어 말리고 싶다아마도 열 번은 되뇐 것 같다. 속지를 펼치기도 전에 와 닿은 파스텔 톤의 달달한 울림 같은 제목에 반해 몇 번이고 속삭여 본 글.

햇살 가득한 날 하루를 널어 말리면 정말 어떤 기분일까? 토닥토닥 위로와 쓰담쓰담 손길에 어느덧 편안해지는 하루를 선물 받은 기분일까. 아니면 그저 그런 하루들이 나름의 의미와 가치로 바뀌어 애써 살아낸 우리 모두에게 어쩌면 위로와 희망은 아니었을까.

인문영성에세이라는 익숙한 듯 낯선 장르의 이 책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인문학자 김경집 교수와, 하이브리드 지식인이며 지식유목민 김건주 목사가 소소한 질문과 통찰로 꾸며진 선물이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사유를 지닌 책 햇살 좋은 날, 하루를 널어 말리고 싶다는 오늘이라는 날에 작은 질문을 던지며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꼭 친구 같은 느낌이다.

그토록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찬 바람이 저녁을 맞는다. 어쩌면 변화무쌍한 우리 삶과 이렇게나 닮았을까. 햇빛 쨍한 날이 있으면 구름 낀 날이 있고, 비바람 몰아치는 날도,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는 날, 눈으로 흠뻑 덮이는 날도 있다.

그 어느 날에 이 책의 한 꼭지를 읽으며 하루를 탁탁 널어 말리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하여 제목을 햇살 좋은 날, 하루를 널어 말리고 싶다로 정했다는 작가. 표지와 본문 사진은 사진작가 조병준 작가의 햇살 머금은 듯한 사진으로 배치하여 눈길을 끈다.

따뜻하게 출간된 이번 책은 특이하게도 대화하듯 주거니 받거니 두 저자의 글이 교차하도록 실었다. 그렇다면 누구의 글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지만 걱정 마시라. 독자들의 궁금증에 달달한 해답을 주었다. 글 말미마다 붙여진 햇살 한 컵’, ‘바람 한 모금의 명찰이 읽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하니까.

작가 김경집은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글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와 격려가 되고 때론 잔잔한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래서 어제와 같은 듯하지만 새로운 오늘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될 수 있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삶은 때론 애틋하고 뿌듯하고, 때론 힘겹고 고통스럽습니다. 그 모든 것이 우리 삶의 부분들입니다.

삶의 작은 조각들을 잘 꿰맞추며 살아갈 지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따로 또 같이살아가는 삶입니다. 이 글들 또한 따로, 그리고 함께 사유하고 쓰고 묶은 모음입니다.”

작가 김건주의 에필로그에서는 이렇게 적어 내려갔다.

홀로 자신만의 리듬으로 걷는 것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자주 그 즐거움을 경험하려 합니다. 분주한 일상에 쫓기면 잃어버리기 쉬운 즐거움이지만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때로 느리게, 때로 빠르게 걸으며 자신을 만납니다. 자칫 덧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소모되고 잃어버릴 수 있는 자신과 대면하면서 자신을 살핍니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갇힌 내가 아니라 매일 새로운 오늘 속에 있는 나를 만납니다.

어제와 달라진 나를, 오늘과 달라져야 할 나를 살피며 걷습니다. 이런 걸음을 즐기는 사람은, 상황보다는 자신과 자신처럼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목표를 따라 살아갑니다.”

햇살 가득한 날 서점으로 달려가 이 책을 가슴에 품는다면, 그리하여 글 속에 숨겨진 따스한 햇살 한 컵과 상큼한 바람 한 모금을 마신다면 아마도 마음에는 숨표를, 삶에는 쉼표를 하나 가득 선물 받을 것 같다.

햇살 좋은 날, 하루를 널어 말리고 싶다는 장기화된 코로나로 오늘 하루도 힘들어하는 그대에게 편안함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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