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춘(시인, 한국공무원문학협회고문)

 

네 목교 길다

내 다리 짧다

네 다리 아무리 길다하더라도

늘 내 다리한테 밟히기만 한다

 

호수중앙 팔각정에서

소꿉장난하는 개미친구

신랑각시의 연지곤지가

빤히 건너다 보일정도로

아주 가까운 거리인데도

호수 위를 걸어야 하는

아기의 마음은 멀기만 하다

 

해 뜨는 목교

꽃 피는 호수

아장아장 걷고 걸어

팔각정에 다다른 아기

양쪽어깨에 날개가 돋는다

아기는 제가

은하수를 건너온 왕인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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