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인지면 토성산맹꽁이 작은도서관 안세영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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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인지면 토성산맹꽁이 작은도서관 안세영 관장
  • 최미향 기자
  • 승인 2021.08.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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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도서관에서 들리니 너무 좋아요”
서산시 인지면 '토성산맹꽁이 작은도서관' 안세영 관장
서산시 인지면 '토성산맹꽁이 작은도서관' 안세영 관장

 

양 갈래 숲길을 지나자 말간 하늘 아래 도서관이 나왔다. 이런 곳에서 도서관을 만날 줄이야. 먼저 호기심이 발동하여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날은 따가운 햇볕 속에서도 가을이 느껴지던 지난 19일이었다. 도서관 초입에서 뭔가를 하고 계시는 분을 발견하곤 관장님을 뵈러 왔다고 말했다. 검은색 뿔테안경에 작업복 차림의 남자분이 일을 하다말고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관장이라고 말하며 안내한 곳은 서산시 인지면 토성산길 29-6, 그곳에는 토성산 동산 아래 토성산맹꽁이 작은도서관이 멋진 모습으로 서 있었다. 오랜 기간 일궈온 그간의 시간이 무척 힘들었음을 보지 않았어도 알 수 있었다.

본관 옆 잔디밭 정원을 끼고 키즈존이 보였다. 기저귀를 찬 아기들과 걸음마를 뗀 유아들의 안전한 공간이었다. 보이는 곳곳에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안세영 관장의 따스한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잘 꾸며진 도서관을 보며 감탄했다는 말에 안 관장은 제 이름을 걸고 도서관을 만들었으면 제가 좀 교만해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곳은 제 조부이신 안만복 장로의 기념사업회와 후원자분들이 함께 해주시기에 좋은 도서관을 만들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성산맹꽁이도서관 내부 모습
토성산맹꽁이도서관 내부 모습

Q 이곳 도서관에 비치된 책에는 바코드가 없다. 또 하나의 특징은 책을 빌려 가고 싶으면 알아서 스스로 적어놓고 가져간다. 그렇다면 분실의 위험이 있을 수도 있는데.

여기 있는 책들은 많은 분들이 기증한 것들이다. 좋은 책을 돌려본다는 의미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책에는 도서 바코드가 없다. 책을 보다가 계속해서 빌려보고 싶으면, 도서대출대장에 스스로 연락처를 기입하고 빌려가면 된다.

그리고 한번 꺼낸 그림책들은 다시 그 자리에 꽂지 않아도 좋다.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빼도 되는 이유이다. 그냥 방문자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일반 도서관에서는 항상 그 책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우리 도서관은 어느 정도 자유롭다.

도서관 동산 위에 있는 조부 안만복 장로(위) 기념비와 부친 안상락 목사(아래) 기념비
도서관 동산 위에 있는 조부 안만복 장로(위) 기념비와 부친 안상락 목사(아래) 기념비

Q 도서관 동산 위에 조부이신 안만복 장로와 부친이신 안상락 목사의 기념비가 나란히 있는 걸 발견했다. 가족사 얘기를 들려달라.

2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념비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더하라에서 이 모든 것은 바로 맹꽁이도서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긴 시간 동안 이곳을 만들기 위해 목사님이셨던 아버지와 함께 정성껏 도서관을 일구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할아버지 얘기가 빠지면 안 되겠다. 할아버지(고 안만복)는 제1대 인지면장, 2대와 5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지역과 주민을 사랑하신 분이셨다.

당신은 야학에서 늦깎이 학업으로 한글을 터득하셨고, 일제 강점기 때는 마을 사람들에게 일본인의 만행을 알리기도 했다. 해방이 되었을 때는 밤새 태극기를 만들어 만세를 불렀고 치안대를 조직하여 마을을 지켜나갔다. 특히 4·19 이후 5대 민의원에 출마하여 당선됐으나 5·16 쿠데타로 국회가 해산되자 정치에 뜻을 접고 지역에서 전도와 목회활동을 하신 분이시다.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나는 장손이다. 할아버지가 만 평 좀 넘는 지금 도서관 자리를 나에게 물려 주셨다. 당연히 나도 지역을 위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이 길을 걸어갈 뿐이다.

도서관 본관(정면 건물)과 키즈존(오른쪽 건물)
도서관 본관(정면 건물)과 키즈존(오른쪽 건물)

Q 토성산맹꽁이도서관을 오픈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셨다. 당시 얘기를 들려달라.

도서관을 짓겠다고 대략 20년 전부터 손수 비탈진 땅을 고르고 손가락 마디만 한 크기의 묘목을 사다 심었다. 거의 15년 동안 세워질 건물을 디자인하고 조경·설계하며 공사를 해나갔다.

준비된 자금이 많지 않다 보니, 돈이 조금 생기면 또 공사하고 또 생기면 공사하면서 하나하나 세워나갔다. 잘 아는 목수님(HS산업)의 도움을 받아 기초부터 지붕 꼭대기까지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 건축주이지만 일당을 받으며 함께 일했다.

외부가 만들어지고 나서도 마찬가지로 돈이 좀 생기면 의자를 만들고, 책상을 만들고, 전등을 달고. 실내만도 대략 2년 정도 소요됐을 정도로 천천히 지어나갔다.

이 모든 일에는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과 안만복기념사업회 그리고 꾸준히 오랫동안 후원해 주신 후원자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서관에서 이어지는 산책길
도서관에서 이어지는 산책길

Q 이곳 도서관 면적은 2001만 권이 넘는 장서가 구비되어 있다. 또 주위에는 고즈넉한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20169월에 오픈하기까지는 힘도 들었지만 그래도 나름 즐겁게 준비했다. 처음에는 책이 없어 집사람과 헌책방을 다니며 책을 샀고, 누군가 책을 준다면 그곳이 어디든 가서 받아와 서가를 채워나갔다. 그러니 이곳의 모든 것들은 함께 만들어나간 여러분이 주인이다.

산책길은 인지면 둔당지구 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조성됐다. 우리 도서관은 부지면적이 33,000(1만평) 규모로 도서관, ·식물나라, 산책로, 피크닉 공간 등으로 이뤄져 일반인을 맞고 있다.

감사하게도 작년부터 서산시에서 작은도서관 운영비, 도서 구입비, 독서프로그램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시작은 힘들었는데 이젠 든든하다. 천군만마와 함께 하는 기분이다. 비록 사립도서관이지만 앞으로 더욱더 공공성을 띠고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도서관 2층 내부
도서관 2층 내부

Q 나무로 이렇게 예쁘게 데크 짜고 아이들과 함께 엄마들도 편히 쉴 수 있도록 만들고. 맨날 투자만 하시는데 그래도 경제적인 것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

지난해부터 도서관에 작은 카페를 두었다. 그것도 여기 오시는 분들이 손에 테이크아웃잔을 들고 오시길래 생각해 낸 거다. 번거로울 것 같아 차라리 우리가 여기서 공급하는 게 좋겠다해서 사업장 허가를 받고 커피를 팔고 있다. 수익금은 또한 도서관 운영비에 보탠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여기는 도서관이다. 때문에 카페로 차만 마시러 오는 분들은 거의 없고,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와서 책을 보며 휴식하는 힐링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키즈존
키즈존

Q 어떤 도서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 들어오는 입구에 공사를 하고 있던데 무엇을 만들고 있었나?

처음 도서관을 만들 때 책도 좋지만 그냥 이 지역 사람들이 마음 놓고 와서 쉴만한 곳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그냥 시간 때울 수 있는 곳. 답답한데 갈 데 없는 아기와 엄마들에게 이곳이 힐링 장소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동물원을 다시 만들고 있다. 그곳에는 하얀 토끼와 하얀 염소도 키울 계획이다. 아이들이 동물들도 보고, 식물들도 보고. 그러다 지겨우면 올라와 잔디밭에서 놀기도 하고, 키즈존에서 책도 보고 그러다 잠도 들고.

어제는 남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와 저 위에 누워 책을 한 시간이나 읽다 가더라. 요즘 애들이 어디 나가서 마땅히 쉴 곳도 놀 곳도 없는데 너무 보기 좋았다.

나는 그렇다. 그냥 아무나 와서 쉬었다 갔으면 좋겠다. 동네 아저씨들이 아침 산책길에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가는 것처럼 그렇게 편안히 다녀갔으면 좋겠다.

주차장 공간을 확장하고 있었다. 아이를 동반한 주부들의 편안한 주차를 위하여....

도서관 내부 모습
도서관 내부 모습

Q 맹꽁이도서관 이름은 누가 지었나?

친구 중에 시인이 있다. 내가 도서관을 지었는데 이름을 뭐로 하면 좋겠냐고 했더니 그 친구가 맹꽁이도서관을 추천해줬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보는 책 중에 맹꽁이서당이라는 학습만화책이 있다.

사실 나도 늙으면 산 밑에다 서당 하나 짓고 애들 가르치며 살고 싶었다. 그때 아이들이 나를 맹꽁이라고 부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째 이심전심이었다.

사람들은 독수리, 호랑이 같은 강자들을 좋아하는 게 일반적이다. 맹꽁이는 굉장히 약자다. 그리고 맹꽁이는 그냥 친환경 또는 사회적 약자, 배려 뭐 그런 단어와 잘 어울린다. 우리 도서관도 연약하고 작지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고 싶다.

도서관 초입에 붙여진 표지판
도서관 초입에 붙여진 표지판

Q 작은 도서관들이 정말 많이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활자를 멀리한다.

작은 도서관이 제 역할을 다했으면 좋겠다. 지난번 어떤 강사님이 어젯밤에 넷플릭스 보다가 밤새고 왔다고 하더라. 그분도 넷플릭스에 책을 빼앗긴 모양이다. 책을 안 본다는 건 도서관에도 안 간다는 얘기다. 도서관이건 박물관이건 사람이 없으면 끝이다.

나는 그런다. “운동 좋아하는 사람은 체육관 가세요. 책 좋아하는 사람은 도서관 오세요.” 도서관은 많은 사람이 북적일 필요는 없다. 책을 좋아하는 몇 사람들에게라도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다.

사람들에게 책을 어떻게 읽힐 것인가 하는 문제는 도서관의 책임이 아니라 작가의 책임이라고 본다.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많이 내놓으면 자연히 사람들은 책을 좋아하게 마련이고 도서관에도 오기 마련이다.

작은 도서관은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먼저 좋은 점은 작가들이 책을 쓰면 그나마 이런 곳이 중요한 수요처가 된다(웃음).

하지만 작은 도서관이 주민 편의시설로 헬스장으로 또는 커피숍으로 바뀌어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작은 도서관에서 수고하고 있는 사서 또는 봉사자들은 독서문화의 활성화를 위하여 고민하며 노력하고 있다.

키즈존 내부 모습
키즈존 내부 모습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도서관은 역사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지역주민의 문화생활 향상과 독서문화 보급을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 옆에 미술관을 지을 계획이다. 지역주민들이나 청소년 또는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일정 기간 전시해주는 것이다. 한 개의 작품이라도....

사람들이 무료라고 하면 의아해하는 경우가 있다. 도서관이 지금에 있기까지는 후원자들이 있었다. 이처럼 나도 그냥 받았으니 나도 그냥 나눠드리는 거다. 사회에 환원하는 건 당연한 도리다.


토성산맹꽁이도서관, 그곳에는 오늘도 책 읽는 즐거움을 알아갈 수 있도록 최전방에서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는 작업복 차림의 안세영 관장이 있다.

도서관 초입에 세워진 팻말에는 빌 게이츠의 어록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란 말이 붙어 있었다.

그의 뜻이 앞으로도 내내 이어질 수 있도록 여여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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