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

열린마음이 모이지 않는 곳에는 청년이 찾아 오지 않는다

공주 청년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업스테어스’
공주 청년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업스테어스’
공주 청년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업스테어스’
공주 청년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업스테어스’

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효율 중심의 압축성장에서 사람중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사람을 위해 만든 도시가 사람들을 속박하고 또 다른 비용을 유발하는 비인간적인 도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사람이 주체가 되어 사람을 위한 도시로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성장의 잠재력은 청년인구의 유입. 공산성, 산성시장, 하숙마을과 제민천으로 이어지는 공주 원도심에는 다년간 도시재생 사업과 민간단위 예술가, 창업자, 기획자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로그인공주(Login 공주)’라는 청년마을 여행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 공주시 반죽동 이야기다. 말 그대로 공주라는 지방 소도시에 청년마을이라는 콘셉트로 로컬콘텐츠를 만들어 여행자를 끌어드리고 있다. ‘공주에서 직접 살아보기흥미롭고 그 내용이 궁금하다.

반죽동 주민들은 상점 문에 자신의 사진(얼굴과 이름)을 내걸고, 관청에서 뭐라고 해도 문 앞 도로의 화분 2~3개는 자신이 키운다.
반죽동 주민들은 상점 문에 자신의 사진(얼굴과 이름)을 내걸고, 관청에서 뭐라고 해도 문 앞 도로의 화분 2~3개는 자신이 키운다.

# 공주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백제의 수도, 공산성의 야경, 그리고 박찬호의 고향 정도가 전부다. 그런 공주 원도심에서 제민천을 중심으로 몇 년전부터 청년마을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아기자기하고 특색있는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공주의 원도심은 제민천을 기준으로 중동과 반죽동으로 나뉜다. 그 두 마을을 잇는 길의 이름이 감영길인데 동쪽에 있는 공주초등학교에서부터 서쪽의 공주사대부고까지 이어진다.

청년마을 프로젝트란 과연 무엇일까. 먼저 그 궁금한 일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이 활동하는 공간을 찾았다. ‘업스테어스’? 생소하다. 공주시 감영길 9에 위치한 업스테어스는 마을의 커뮤니티 코워킹스페이스라 칭한다. 쉽게 말해 지역 주민과 창업가, 예술가와 기획자들이 모여 함께 일하고 성장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공주 제민천을 재미있게 만들어 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종종 포럼과 강연이 열리기도 한다.

㈜퍼즐랩 권오상 대표와 청년마을 프로젝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퍼즐랩 권오상 대표와 청년마을 프로젝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업스테어스를 운영하고 있는 퍼즐랩 권오상 대표는 규모가 작은 개인 카페가 대부분인 제민천 마을에서 업무와 회의,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으로, 여는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2층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 업스테어스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마을의 원주민들과 이주민들 모두 퍼즐이에요. 저희는 퍼즐을 이리저리 맞춰 지역의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는 곳입니다. 주도적으로 마을을 설계하는 일과는 달라요. 저희도 언제 어떤 퍼즐 조각이 나타날지 모르거든요. 맞춰 보다가 빈 부분이 생기면 그 자리에 맞는 퍼즐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도 하고요. 생각지도 못한 퍼즐이 나타날 때는 마을이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기도 하죠.”

권 대표는 우리는 약간의 환경과 정보만을 제공할 뿐이라며 이곳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만들지는 전적으로 당사자에게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반죽동에 ‘가가책방’ 서동민 대표
반죽동에 ‘가가책방’ 서동민 대표

# 서울의 스타트업에서 도서 큐레이션을 하던 서동민씨는 3년 전 권오상 대표의 봉황재에 묵었다가 공주로 거주지를 옮기고 2019년 반죽동에 가가책방이라는 서점을 열었다. 태어난 곳이 서산시 음암면이고 초등학교까지 서산에서 살았다고 한다.

책을 팔기도 했지만 공주에 처음 오는 손님들과 대화하면서 원도심을 소개하는 날이 더 많았어요.” 가가책방은 지난해부터 주인이 가게를 지키지 않는 무인책방으로 전환했다. 손님들은 문앞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책방 자물쇠 비밀번호를 묻는다. 주인 없는 책방에 들어간 이들은 전시된 책을 읽거나 구입하고, 방명록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 흔적을 남긴다.

반죽동에는 저녁이면 다양한 모임이 진행된다. ‘고전 읽기 모임’, ‘독서모임’, ‘글쓰기 모임등 모임도 다양하다.

권오상 대표는 모임이 끝나도 회식을 하거나, 술을 마시러 가지 않는다. 서로의 나이를 묻지 않고, 존칭을 쓰며 모임의 주제와 목표에 집중한다면서 공주 원도심의 모임들은 구성원들이 서로 느슨한 관계로 이어져 있는 커뮤니티라고 말했다. 학연이나 연배를 주장하는 사람은 퇴출이라고 말한다. 권 대표는 글쓰기 모임은 공주시의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에 선정돼 참가자들이 쓴 글을 엮어 책으로 출간했다며, 두 번째 출간한 책을 선물로 줬다.

공유한옥. 한달살이 또는 1~2년 살이 고마프렌즈.
공유한옥. 한달살이 또는 1~2년 살이 고마프렌즈.

# 가가책방 주인 서 씨는 최근 연가호점인 가가상점을 열었다. ‘가가상점도 서점이다. 하지만 그 흔한 학습지나 재테크 관련 책들은 보이질 않는다. 반대로 관광객들에게 책과 함께 공주 원도심을 소개하고 원도심 기념품들을 판다. 마을의 만년필클럽에서 만든 펜그림 엽서와 스티커, 시 구절이 들어간 캘리그래피 작품, 인근 공방에서 제작한 굿즈 등 로컬굿즈를 판매한다. 한마디로 마을 가이드다.

# 서산, 논산, 홍성, 천안, 세종 등에서 공주로 유입된 청년들, 그들은 탈물질주의적, 소확행, 워라밸, 가심비 등 나다운라이프스타일에 가치를 두고 있다. 행정의 예산지원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독립된 시공간 영역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느슨한 연결, 결이 비슷한 이들간의 연대도 자유분방(?)하다. 한마디로 목숨걸지 말자가치에 충실하다. 맞다. 도시재생이나 마을공동체 활동을 시민운동가처럼 한다면 자멸이며 공멸이다. 더 깊게 말하자면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본다는 역설이다. 상인은 상인대로, 원주민은 원주민대로, 청년은 청년대로 각기 자기 할 일이 있다. 여기에 소통하며, 이야기를 나누며 마을생활을 살아가는 것이다.

반죽동 주민들은 상점 문에 자신의 사진(얼굴과 이름)을 내걸고, 관청에서 뭐라고 해도 문 앞 도로의 화분 2~3개는 자신이 키운다. 마을에는 공유자전거도 10대가 움직인다.

청년들은 마을지도를 스스로 만들고, 마을경제에 도움을 주며, 자신들의 경제적 활동을 접목시킨다. 바탕에는 책방을 두고 만나고,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작은 빈 상점을 털어 자유전시공간을 만들었다. 지역 예술가나, 작가, 주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전시를 할 수 있다. 주민도 여행객도 지나가다 들리는 그런 공간이다. 그런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거창하지 않다. 도시재생! 그 길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청년은 그런 마을을 사랑한다. 그리고 마을에 청년이 늘었다.

봉황동과 반죽동, 중학동, 중동 일대 공주의 원도심에서는 소모임이 수시로 열린다. 음악회, 독서모임, 마을장터, 영화제, 달리기 모임 등 동네를 기반으로 한 온갖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취미로 시작한 소모임이 사업 단위의 프로젝트로 이어진 경우도 많다.

# 마을지도에는 익히 잘 알여진 나태주 시인의 풀꽃문학관도 코스에 들어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구절이 도시 곳곳에 캘리그래피로 적혀 있었다. 나 시인은 마을 상점에 글을 준다. 마을에 청년이 있고, 문학이 있고, 예술이 있다.

토종 곡물을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식(食)경험’을 하게 해주는 ‘곡물집’ 판매 곡물 소포장
토종 곡물을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식(食)경험’을 하게 해주는 ‘곡물집’ 판매 곡물 소포장

# 공주 원도심 봉황동에서 있는 곡물집을 찾았다. ‘곡물집은 토종 곡물을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천재박·김현정 부부의 실험공간이다.

카페이며 다양한 토종 콩과 가루를 판매한다. 토종 곡물로 만든 음료와 디저트도 신기하다. 선비잡이콩, 재팥, 방비수수 등 이름도 생소한 토종콩에 눈길이 간다. 곡물을 배합해 밥을 지어보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부부는 토종 곡물을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실험공간이라고 소개했다.

# 제민천변에서 책방 블루프린트북과 카페 프론트’, 빵집 오초오초를 운영하는 마을호텔 주식회사와 원도심 카페 반죽동247’이 있다. 이들이 의기투합 영화제를 열기도 했다. ‘1회 제민천 보통영화제는 공주에서는 10년 만에 열린 영화제였다. 과거 직조공장이었던 빈 건물을 상영장으로 꾸몄다. 영화제에서는 독립영화 8편과 공주대 영상학과 학생들의 단편 5편이 상영됐다.

# 권 대표는 공주 원도심이 ‘NPC’ 역할을 수행하는 데 만족도가 높은 지역이라고 했다. 권 대표는 이곳에 퍼즐이 계속 유입되는 것은 공주 원도심이라는 공간을 지키고 가꿔온 원주민들의 힘이라고 설명한다. 과거에 학생들이 묵던 하숙집이 많았던 동네는 마을 밖 청년들을 반갑게 맞는 분위기다. 외지인들이 들어와서 벌이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너그럽다.

제민천 일대가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살고 싶어하는 매력을 갖게 된 것은 예전부터 살아온 주민들 덕분이죠. 나태주 시인은 시 구절을 캘리그래피 작가들이 쓸 수 있도록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요. 터줏대감 상인들은 새로운 모임, 가게가 생길 때마다 손님들에게 홍보를 해줍니다.” 그래서 퍼즐랩 역시 원주민의 생활방식을 깨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활동한다.

주민분들이 하는 대로 제민천변을 달리거나 어르신들이 타는 자전거와 똑같은 자전거를 구해 느리게 타고 다니죠. 숙소나 공유오피스 간판도 잘 보이지 않게 작게 만들었고요. 저희도 이곳 주민들이 살아가는 방식대로 녹아들려고 해요.”

반죽동 마을 주민들의 옛 사진들. 도로 가로수에 매어 놓았다.
반죽동 마을 주민들의 옛 사진들. 도로 가로수에 매어 놓았다.

# 공주의 옛 충청감영 자리 일원에 역사문화거리가 만들어진다. 공주시는 대통사지, 목관아터, 나태주 풀꽃문학관 등 다양한 유·무형 자산을 효율적으로 연계하고 조선 후기 충청도 수부도시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충청감영 역사문화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역사문화거리 조성사업은 충청감영 문화광장 조성 충청감영 역사문화가로 조성 역사가 흐르는 걷고 싶은 거리 조성 등 3가지 테마로 진행된다.

충청감영 문화광장은 포정사 문루 앞 유휴 부지를 활용해 공주감영에 설치됐던 측우기(국보 제329)를 형상화한 모형과 한식담장, 관찰사 동상, 안내시설물 등을 조성해 충청감영의 정체성을 담는다.

충청감영 역사문화가로는 포정사 문루에서 목관아터에 이르는 원도심 중심축의 상징 거리로 전선 지중화와 함께 역사경관의 정체성을 살리는 조형물, 가로갤러리 등이 설치된다.

당간지주길, 대통1, 제민천1길로 이어지는 역사가 흐르는 걷고 싶은 거리는 디자인 패턴블록을 적용해 보행친화적인 구조로 탈바꿈 된다.

행정이 할 일과 민간이 할 일은 다릅니다. 서로 소통하고 협업하는 길을 모색하면 됩니다. 도시재생하면 주민갈등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열린마음이 모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곳에는 청년이, 사람이 찾아 오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을이 살고 싶은 마을이 될 수 있는 지 넓게 보면 다 보입니다.” 권오상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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