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너무 짧은 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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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 짧은 방학
  • 최윤애 시민전문기자
  • 승인 2021.08.07 0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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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69
다은이와 다연이 자매
다은이와 다연이의 행복한 하루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엄마의 방학이 먼저, 다음이 다은이의 방학, 마지막으로 다연이의 방학이 시작된다. 나에게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은 고작 3. 학사일정 때문에 두 아이들의 방학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먼저 개학 한다.

긴장이 풀린 데다 그간 누적된 피로 때문에 방학을 기점으로 늦잠이 시작되었다. 알람이 울리면 벌떡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번개같이 알람을 끄고 다시 스르르 눕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아이들이 언제 일어나는 줄도 모르게 곯아떨어져 있다가 둘이 노는 소리를 한참 들은 후에야 겨우 일어나기 시작했다.

방학 첫날 미용실에 갔다. 무거워진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자르고 꼬불꼬불 말기로 했다. 역시나 머리 손질은 기분 전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가벼운 머리로 맛있는 식사를 배달시켜 여유롭게 먹고 나자 두 아이의 하원 시간이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둘째 날에는 화요일마다 동네 상가로 온다는 꽃 트럭에 달려갔다. 근무 중에는 만날 수 없었던 꽃 트럭에는 다양한 꽃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베이지색 카네이션, 알스트로메리아, 유칼립투스 3가지를 골랐다. 은은한 향기가 단숨에 코에서 대뇌로 전달되었다. 나에게 선물하는 이 꽃들이 남은 방학을 함께 해 줄 것이다.

이후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힙한 곳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실컷 나누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의 하원 시간이 코앞이었다.

셋째 날은 마사지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예정되어 있었다. 자유가 생기면 피부 관리를 꾸준히 받고 싶었는데 둘째를 보육 기관에 맡기고도 마스크 벗는 것이 두려워 주저하다가 몇 년 만에 받는 마사지였다. 관리사의 손길이 시원하면서도 등과 어깨 일부는 숨을 꾹 참아야 할 만큼 아파왔다.

나른한 상태로 식사를 하고 미리 샤워까지 마친 후 병원에 갔다. 뉴스로 접한 부작용 사례가 떠올라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기분 탓인지, 더위 탓인지, 마사지의 영향인지 몰라도 체온이 다소 높게 나와 2차례 재측정을 한 후 겨우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다.

다음날부터 이틀간은 다은이의 방학이라 둘만의 데이트를 할 수 있었다. 언니가 방학인 걸 알면 다연이도 같이 있고 싶어 할 것 같아 우리는 007작전을 펼쳤다. 그날의 계획을 일절 함구하고 아침이면 다은이도 유치원에 가는 것처럼 똑같이 준비하여 가방까지 메고 함께 출발했다. 모른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가 다연이가 어린이집에 먼저 들어가고 나면 그제야 우리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주고받았다.

주말이 시작되고 다연이까지 방학을 하면서 목요일까지 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저녁에 음악분수도 보러 가고, 별장에서 물놀이도 몇 번 했다. 육아지원센터, 도서관, 번개맨 체험관, 예쁜 카페, 시누집까지 다녀오자 나의 방학은 끝나고 아이들 방학은 하루가 남았다.

4, 7세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출근을 할 때보다 여유가 없었던 방학이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이 가득 쌓여 있는데 겨우 몇 권 훑고 온라인 연수도 눈 가리고 아웅 할 정도로만 들었다. 이번 방학을 보내고서야 교육부에서 추진한 유치원생, 저학년 초등학생의 매일 등교 이유를 알 것 같다.

2학기라는 시발점을 앞두고 할 일들이 아른거려 잠도 오지 않는 밤, 직장과 가정을 오가면서 동분서주 할 워킹맘의 내일을 그려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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