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에선 복합적으로 처방

장하영 약사의 ‘처방전 의약품’-⑫

장하영 서산 세선약국
장하영 서산 세선약국

()이 우리 몸에서 하는 일은 규명된 것만 하더라도 5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 정도면 관련 전문가라도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것이다. 혹자는 간을 화학공장이라고 칭했는데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간이 많은 기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인체에서 꽤 큰 장기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효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엄살 부리지도 않고 꿋꿋하게 일하는 천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어지간해서는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기특하면서도 둔한 장기이다.

역으로 생각해보자. 만일 간이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 많이 아파서일 것이다. 다시 말해 간이 상당히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사실 위장관이나 심장 같은 기관들은 조금만 아파도 금방 신호를 보내 초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장기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간질환 초기는 간에 지방이 쌓이면서 시작된다. 신체에 지방이 지나치게 많거나 간이 지방질을 원활하게 처리하지 못할 때 지방이 끼게 된다. 이를 지방간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간에 염증이 생겨 간염으로 진행된다.

그래도 이 상태까지는 괜찮다. 적절한 치료가 수반되면 정상적으로 회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진행된다면 간 조직이 썩어버리게 된다. 소위 간이 굳고 위축되는 것이다. 이를 간경화라고 하는데 손상된 간 조직은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는다. 더 진행된다면 간암까지 이른다.

모든 간질환이 이런 순서를 따라 진행되는 것은 아니나 술(알코올)로 인한 간질환일 경우 대개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우리가 임상적으로 자각할 수 있는 간질환의 상태는 보통 간염 이후이다. 간염의 초기 증상은 식욕부진, 소화불량, 피로감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대부분이다. 이때에는 다른 질환과 증상이 비슷하여 스스로 간염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으나 정기검진을 통하여 알 수 있다.

만일 간 손상이 계속된다면 황달, 복수 등 간질환만의 특이적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지체 없이 병원에 방문하여 적절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간질환의 치료는 어떻게 할까? 처방의약품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UDCABDD 계열이다. UDCA(우루사)는 정체되어 있던 담즙을 분비시켜 간세포를 보호하고 빌리루빈 수치를 낮추는 목적으로 쓰이고 BDD(디디셀)는 간세포를 보호하고 재생시켜 간효소(GOT, GPT)를 낮추는데 쓰인다. 그러나 임상에서는 이 두 약물이 복합적으로 처방되는 경우가 흔하다.

끝으로 두 가지만 조언한다. 첫째, 간장약은 단시간의 복용만으로 간질환에 도움이 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복용하여야 그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둘째, 최고의 치료제는 적절한 휴식과 금주라는 점이다. 휴식은 충분한 수면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금주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금주는 못 해도 절주하는 습관은 갖도록 하자. 한 가지만 더 부연한다면 단백질 섭취도 간질환에 많은 도움을 주므로 식단관리에 참고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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