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67

몇 달 전까지 아침에 주방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라디오부터 켰다. 요리하거나, 설거지하면서, 때로 아침을 먹으며 주로 듣던 프로그램은 [김영철의 파워FM]. 남편이 출근을 한 후, 아이들과 내가 아침식사를 하는 시간이면 로고송으로 이 노래가 나오곤 했다.

커피 한 잔 할래요~ 커피 한 잔 할래요~”

감미로운 커피 한 잔이 아이들 귀에는 전혀 다른 단어로 들렸다. 언젠가부터 그 로고송이 나오면 아이들은 신나게 두 구절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수영장 할래요~ 수영장 할래요~”

곤충 관찰하는 것이 취미인 다은이는 콩까기에도 달인
곤충 관찰하는 것이 취미인 다은이는 콩까기에도 달인

시골에 가면 다은이가 좋아하는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잔디를 발로 스윽 문질러 폴짝 뛰는 메뚜기나 방아깨비를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잡는 것이다. 다은이는 촉감으로 손에 잡힌 곤충을 충분히 느끼고 채집함에 넣어서 생김새와 움직임을 관찰하며 한참 놀다가 다시 잔디밭에 놓아주곤 했다.

대체로 곤충이나 동물을 무서워하는 다연이는 그것을 직접 잡거나 만지지 못하고 어깨 너머로 보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런 와중에 기다란 뒷다리를 잡으면 방아를 찧듯이 폴짝폴짝 뛰는 방아깨비가 친숙해진 것 같다. 다은이가 가위바위보 하나 빼기를 하자 자신있게 따라외쳤다. 내 입에도 착 달라붙던 말은 바로,

가위바위보 방아깨비

숲어린이집에 다니는 다연이는 차량을 타고 매일같이 숲으로 들로 나간다. 차에서 다양한 동요를 접한 다연이가 악어떼를 흥얼거렸다. 가사가 묘하게 어색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늑대들이 나타나면은 악어떼가 나올라 악어떼!”

서너살 아이에게 늪지대라는 단어가 낯설 법도 하다.

다은이 다연이의 가족나들이
다은이 다연이의 가족나들이

남편이 장을 보러 나가면서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게 있는지 물었다. 다은이가 완두콩우유를 주문했다. 완두콩우유?

유치원에서 완두콩 그림 그려진 우유 나왔는데 맛있었어.”

그런 우유가 있나 내가 머리를 갸웃거리는 사이, 눈치 빠른 남편이 완두콩 그림이 그려진 베지밀을 추측했다. 딩동댕! 달콤한 베지밀B를 사와 컵에 따라주었더니 다은이는 이 맛이라며 꿀꺽꿀꺽.

“엄마 머리카락에 눈곱 있어”라고 말해 내 마음을 훔쳐간 다연이
“엄마 머리카락에 눈곱 있어”라고 말해 내 마음을 훔쳐간 다연이

가끔 다연이는 내 얼굴로 내려온 머리카락 몇 올을 쓸어 넘겨주기도 하고, 눈곱이 붙어있으면 떼 주기도 한다. 작고 부드러운 손으로 어루만져 주는 다연이의 손길에서 그 어떤 말과 행동으로도 견줄 수 없는 사랑이 느껴진다. 마음이 뭉클해질 정도로 고마운 내 아이. 그러던 어느 날 다연이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머리카락에 눈곱 있어.”

내 머리카락에 뭐가 붙어 있나 의아했는데 다연이가 손을 들어 내 눈을 쓸었다. 아하~ 속눈썹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구나. 아이 말의 속뜻을 깨닫는 것은 도를 하나씩 깨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코가 막히고 기가 막히는 일이다.

유아 변기에서 쉬를 한 다연이가 오줌을 닦아달라며 엉덩이를 들었다. 내가 휴지를 가지러 간 사이 다연이가 다급히 외쳤다.

엄마! 쉬 국물이 떨어질라고 해요.”

쉬에 우리가 먹는 국물을 접목시키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곰곰이 생각하자 땟국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래 다연아, 그럴 수도 있겠다 ^^

점점 나라날 내 아이들의 뒷모습까지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 너무 감사한 서산시대
점점 나라날 내 아이들의 뒷모습까지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 너무 감사한 서산시대

나를 웃게 만드는 아이들의 미숙한 표현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니 행운이다. 점점 자라날 내 아이들의 앳된 모습과 가족의 사연을 포용해주는 서산시대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고마워요! 서산시대!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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