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촬영한 필름을 현상하면 명암과 색상이 실제 피사체와는 반대로 재현된다. 이것을 음화법Negative process이라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필름 베이스에는 유제가 20nm 두께로 코팅돼 있다. 이 유제에는 브로민화은 입자가 들어 있다. 이 입자는 브로민 이온과 은 이온으로 이뤄진 결정구조를 가진다. 이 입자에 빛이 닿으면 브로민 이온으로 부터 전자가 방출된다.

양이온인 은 이온(Ag+)에 전자가 결합하며 중성이 된 은 원자는 검은색을 띤다. 이런 과정에서 은 원자가 늘어나며 검게 된다. 컬러필름에도 빛의 삼원색인 빨강과 파랑, 녹색에 민감한 유제층이 있다. 현상액은 유제층의 감광제인 할로겐화은에 포함된 은 이온을 은 원자로 바꾼다. 나중에 은은 제거되고 필름에는 컬러 화상만 남는다.

파랑에 반응하는 필름층은 노랑 화상을 만들고 녹색층은 마젠타 화상, 적색층은 시안 화상을 만든다. 인화 과정에서는 컬러와 명암이 뒤집힌다. 그래서 인쇄에는 CMY색상표를 사용한다.

☞SILVER BULLET

은 이온은 세균에 달라붙어 호흡에 필요한 효소 작용을 멈추게 하는 살균 작용이 있다. 17세기 유럽에 페스트가 퍼져 수천만 명이 사망했을 때, 상대적으로 귀족 계급의 피해가 덜했는데 은식기의 항균효과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이런 효능 때문이었을까?

중세에는 늑대인간이나 흡혈귀 등 악한 괴물이 은으로 된 무기에 약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영화 등 창작물에서 종종 차용되는 설정이다.

☞SHINE

은은 고대부터 잘 알려진 금속이다. 한때는 금보다 더 비싼 몸값을 자랑했다. 자연 상태에서 은은 그대로 산출되는 경우가 금에 비해서 적고, 까다로운 정제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은의 원소 기호 Ag는 라틴어로 ‘하얗게 빛나다’라는 뜻을 의미하는 Argentum에서 유래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