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기에 희망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이 결코 두렵지 않다

6차산업 청년대표 이강권 씨
6차산업 청년대표 이강권 씨

와인이란 두글자를 말할 때 주로 사람들은 신은 물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는 말을 자주 쓴다. 인간이 만든 와인은 결국 물 속에 숨어있는 불이며 또한 별이 되었다.

지난 4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이른 아침나절, 서산시 모수내길32 ‘리쿼 앤 웨이브 샵 앤 스몰바를 운영하는 6차산업 청년대표 이강권 씨를 만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국 주류 시장에서의 와인 소비 현황은 지난해에 비해 무려 1조 원을 돌파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만큼 매니아층이 단단하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고품질 와인으로 홈술족이 많이 생겨난 것은 코로나19 이후였다는 말로 포문을 연 이강권 씨는 바로 옆동네인 당진과 비교하면 서산이 그래도 와인 월 매출이 약 1,200만 원 정도로 높더라고 했다.

Q 서산 입성을 환영한다.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달라.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려면 먼저 먹먹해진다. 내 어린시절은 사실상 상처로 얼룩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 혼자서 우리 삼남매를 키우며 억척스럽게 살아오셨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가난이라는 얽매임은 마치 올가미에 걸린 하루살이처럼 우리 가족을 옥죄였다.

마을회관을 빌려 살았다. 유년시절은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의 많은 아픔이 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의 다독이는 눈빛으로 그 시절을 견뎌 나왔다. 긴 터널을 거쳐온 기분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나는 우리 어머니를 상당히 존경한다. 어머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라면 한 상자를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며 사셨다. 그때는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이 무슨 나눔이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어머니의 모습을 조금씩 닮고 있는 나를 보며 화들짝 놀랄 때가 있다. 어떻게 하면 지금 하는 일들이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될까. 나도 모르게 고민하고 있더라. 내 경험과 지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오픈되어 있음을 알려드린다.

Q 와인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언제부터였나?

스무 살 무렵이었다. 갓 사회에 나온 대부분의 새내기들이 소주에 취해 휘청거릴 때 나는 이상하게 와인을 접했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것은 와인 만한게 없다. 와인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스쳐지나가기엔 와인의 매력이 무한대였다. 그때부터 와인에 대해 관심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하다보니 국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됐다.

이강권 대표가 운영하는 서산시 모수내길32 ‘리쿼 앤 웨이브 샵 앤 스몰바’ 실내 전경
이강권 대표가 운영하는 서산시 모수내길32 ‘리쿼 앤 웨이브 샵 앤 스몰바’ 실내 전경

Q 서산에 오기 전에는 당진에서 트렌지(TRENGE) 라이브바를 운영했던데?

현대제철에 다니면서 와인을 공부했고 돈을 모은 후 2017년 회사를 그만뒀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당진CGV 인근에 있는 트렌지(TRENGE) 라이브바를 오픈했다. 와인과 칵테일, 위스키 등을 마시며 재즈 등 다양한 공연을 즐기는 곳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당진엔 와인도 생소했지만 공간자체가 생소한 곳이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해보지 않은 분들이 처음에는 상당히 낯설어했다. 그러다 햇수로 3년차가 되면서 와인을 즐기는 단골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약간 대중화됐다고 본다.

사실 와인은 맛과 향을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와인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한 편의 스토리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님들이 와인을 선택하면 나는 손님들에게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즐기는지 소개했다. 그렇게 손님들과 함께 교감하면서 트렌지를 운영해 나갔는데 덕분에 트렌지를 중심으로 와인 동호회가 생길 정도로 호황이었다.

이강권 씨가 직접 제조한 드슈 와인 ‘로제스위트’와 ‘드라이 화이트’
이강권 씨가 직접 제조한 드슈 와인 ‘로제스위트’와 ‘드라이 화이트’

Q 지난해부터 와인 양조용 포도 청수재배 농가와 계약을 맺고 와인 양조를 생산하고 있.

트렌지가 자리를 잡아가다 보니 뭔가 새로운 도전의식이 꿈틀거렸다. 세계 각국의 와인을 즐기기만 하니 뭔가 벽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찰나 나만의 와인을 만들자는 것이 계기가 되어 직접 양조에 도전했다.

내가 태어난 고향인 당진 순성은 그 옛날 가화포도축제가 열릴 만큼 포도로 유명했던 곳이다. 당시 본리에서 우리농원을 운영하던 고내현 대표가 충남에선 유일하게 와인 양조용 포도 품종 청수를 재배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우리는 계약을 하고 청수 포도를 이용해 지난해 6월부터 와인 양조를 시작했다. 물론 청년들의 꿈을 지원하는 사업인 당진 청년타운 나래에 선정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된 것이 양조 생산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Q 트렌지 라이브 바를 운영하면서 코로나를 맞았다. 다들 힘들었는데 어땠나.

상당히 힘들었다. 기존 손님들마저 코로나19로 인해 발걸음이 끊어졌다. 매출은 바닥을 쳤고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개인적인 시간이 굉장히 많아져 버렸다. 내가 또 누군가. 새로운 도전에 눈을 돌려 피트니스 대회를 목표로 하루 5시간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꾸준히 했다. 물론 남는 시간에는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다른 여러 교육을 받았다.

이후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여전히 트렌지를 운영했다. 코로나19를 핑계삼아 불평하고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하루 3~4시간 눈을 붙이며 운동, 공부, 일을 병행해 나갔다.

그런 생활을 4개월간 하다 보니 시간 활용과 불필요한 감정소비 등 삶에 대한 많은 것들을 다시 재정립하게 됐다. 코로나19는 경제적으론 무척 힘들었던 한 해를 보내게 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선물해 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해가 바로 2020년이었던 것 같다.

이강권 대표는 지난해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하여 그랑프리를 석권했다.
이강권 대표는 지난해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하여 그랑프리를 석권했다.

Q 늦었지만 축하드린다.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해 그랑프리를 차지했는데 그때 얘기를 들려달라.

사업을 하다보니 개인 여가 시간도 없고 하여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평소에 꾸준히 해오던 운동을 조금 더 집중하게 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몸 만들기에만 급급했는데 하다보니 자꾸 욕심이 생겼다.

하루 5시간 이상 운동을 하고 지난 10월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했다. 어슬래틱 3, 스포츠모델 노비스 1, 스포츠모델 일반부 3위라는 쾌거를 얻었다. 특히 스포츠모델 노비스 부문에서는 왕중왕에 해당하는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기존에 선수로 활동해왔거나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던 사람들이 상당히 놀라워했다.

입상하고 보니 끈기와 인내가 생기면서 뭔가 희망, 용기, 자부심이 막 높아지더라. 그게 또 사업에 간접적으로 반영되고 아무튼 여러 가지로 이득이 컸다. 가만 보면 역시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않는다는 말을 다시금 깨우쳤다.

Q 당진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당진에서 서산으로 옮겨오게 됐나?

지리적 위치가 좋은 당진은 그만큼 또 언제든 수도권으로 쉽게 빠져나 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렇게 때문에 내수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서산은 다르다. 지리적으로 당진보다는 이동이 덜하기 때문에 내수시장이 잘 돌아가 결국 매출로 직결되는 장점이 있었다.

사실 이곳에 둥지를 틀기 전에 이미 소상공인에 대한 자료 분석 등 시장조사를 했었다. 하다보니 내가 하고자 하는 종목 관련 월 매출이 대략 800~1,200만 원 정도가 서산이 높다는 걸 알게 됐다.

많은 분들이 당진에서는 이미 브랜드를 대부분 알고 있는데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게 무리는 없겠냐며 걱정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달랐다. 가까운 옆동네 서산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실지로 오픈해 보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이 예상보다 더 높았다. 대중화되지 못한 와인에 대한 경외심. 와닿는 시선들이 당진과 달라서 요즘은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강권 씨가 운영하는 서산시 모수내길32 ‘리쿼 앤 웨이브 샵 앤 스몰바’ 실내 전경
이강권 씨가 운영하는 서산시 모수내길32 ‘리쿼 앤 웨이브 샵 앤 스몰바’ 실내 전경

Q 와인을 취급하는 체인점 대표로서 기존 업체들과 다른 점은 뭔가?

우리는 전통주 와인을 직접 제조 해 내고 있기에 신뢰가 최우선이다. 특히 전통주를 활용한 칵테일도 선 보이고 있다. &스몰바로 여기는 샵처럼 주류,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저렴한 가격에 드실 수도 있다.

고객이 평소 드시는 주류로 그 사람의 기호와 취향을 맞춰 독특한 맛과 빛깔을 내도록 하는 칵테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것은 여러 가지 맛을 즐기기 위함이다.

낮에는 커피 판매와 주류샵을 운영하고 있고, 저녁에는 bar 운영과 간단한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프로그램을 개발중 이다. 홈술, 혼술 트렌드가 너무 강력하게 커지다 보니까 이제 집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잠자기보다는 문화를 즐기는 소규모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손님들에게 레시피와 주류 정보를 제공하여, 가정까지 배달해 줄 수 있는 어플을 개발 중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점주에게 특화가 되어있다. 요리를 잘하시면 음식에 특화 지점, 칵테일에 특화 된 지점, 서산 본점은 찾기 힘든 위스키를 취급하는 점으로 유명해졌다고들 사람들이 말하더라.

개인적으로 나는 레저라이프를 지향하고 있다.집 이라는 거주공간이 단순히 취침하는 공간을 떠나 문화공간으로도 넓혀지고 있지 않은가. 가족, 지인들과 집에서 모임, 캠핑, 피크닉, 여행 등의 여가생활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따라 우리도 샵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모든 고객분들에게 피크닉, 캠핑 장비를 무상으로 대여 해드리고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고객들에게 돌려드리는 감사 차원의 서비스다.

순성 왕매실영농조합에서 생산하고 있는 수제맥주와 당진 특산물 실치와 김으로 만든 김스낵
순성왕매실영농조합 청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강권 대표.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는 수제맥주와 당진 특산물 실치와 김으로 만든 김스낵

Q 많은 일을 해나가고 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뭔가?

안 그래도 사람들이 그러더라. 청년이 그 많은 일들을 해나가냐고. 나는 말한다. 배고프면은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고. 이 모든 게 다 배고파서 이루어진 성과물이라고. 그러고 보면 코로나가 나를 성장시켜주고 안보이던 것을 보여주게 했다. 내게는 적어도 코로나19가 스승인 셈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을 심감하게 해 준 것도 코로나다.

꿈이 있다면 계속 와인을 만드는 유럽형 와이너리를 당진 순성지역에 만들고 싶다. 그리고 서산에 있는 벌천포 바닷가에서 재즈공연을 즐기며 와인 선셋파티도 열고 싶다. 와아너리 투어부터 와인축제까지 정말 멋질 것 같지 않은가.

현재 나는 순성왕매실영농조합법인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소주 상록수아미등의 전통주 외에도 순성브루어리 수제맥주도 출시했다. 앞으로는 서산지역에서도 직접 양조한 와인과 수제맥주를 결합해 지역의 축제를 열겠다는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청년이기에 희망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이 결코 두렵지 않다. 많은 응원을 기대한다.


이강권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우리 삼남매를 키워주신 어머니를 위해 멋지고 큰 건물을 지어드리고 싶다는 꿈이 빠졌다고 말했고 이어서 아직도 꿈이 없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꿈과 용기를 줄수 있도록 여건이 닿는 한 노력하면서 함께 동행하고 싶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부자가 되기보다 먼 훗날 제 인생을 뒤돌아봤을 때 제가 걸어 온 길이 결코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살 것이라며 뿌듯하고 보람 있는 발자국들로 내 삶이 채워지기를 기원한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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