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64

남편이 다은이에게 한 말 중 “다은이는 목소리 고운 한 마리의 원숭이 같아”라는 말은 두고두고 떠오르는 문장이다.
남편이 다은이에게 한 말 중 “다은이는 목소리 고운 한 마리의 원숭이 같아”라는 말은 두고두고 떠오르는 문장이다.

다은아, 원숭이 소리 좀 내지 마.”

나 원숭이 소리 안 냈어.”

주말 아침 푹 자고 싶은 아빠와 주변에서 새된 소리로 역할극 놀이에 한창인 다은이의 대화에 푸하하 웃음이 터졌다. 원숭이 소리라. 선뜻 동의할 수는 없으나 부정하기도 힘든 절묘한 단어였다.

다은이가 태어나서 몇 년간, 아이와 놀 때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의 톤이 과하게 올라갔다. 신나게 반응을 해주려는 목적이 극대화되면서 고음으로 치솟은 목소리는 쉽사리 낮춰지지 않았고, 그 상태로 한참 놀거나 책을 읽어주고 나면 목이 칼칼했다.

남편이 가끔 내 말투를 따라 하며 놀릴 때가 있었다. 다은이도 나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놀이를 할 때면 또랑또랑 맑고 고운 평상시의 목소리 대신 한껏 톤을 올린 소리로 종알거렸다. 가느다란 고음의 쇳소리때문에 아이의 목이 아플까 저어될 때도 있었지만, 사실은 귀가 따갑다는 마음이 앞섰고 오래 듣기가 힘들었다.

한 번은 식탁 앞에서 남편이 다은이에게 말했다. 두고두고 떠오르는 문장이다.

다은이는 목소리 고운 한 마리의 원숭이 같아.”

돌 무렵 후두염을 앓은 다연이의 목소리는 허스키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세 돌이 지나자 다소 부드러워졌다.
돌 무렵 후두염을 앓은 다연이의 목소리는 허스키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세 돌이 지나자 다소 부드러워졌다.

반면 돌 무렵 후두염을 앓은 다연이의 입에서는 저음의 아저씨 같은 걸걸한 소리가 났다. MC 박경림의 목소리처럼 거칠어질까 걱정되고 질병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울쩍해 지기도 했다. 장윤정의 돼지토끼에 나오는 가사처럼 뽀실뽀실 말랑말랑한 다연이와 좀체 어울리지 않던 허스키한 음색은 세 돌이 지나자 다소 부드러워졌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어른의 우려와 달리 유연함을 알려주는 사건이었다.

아이들과 유튜브로 콩순이를 검색하다가 애니메이션이 아닌, 인형과 장난감으로 놀이를 하는 장난감 콩순이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상황을 설정하고 일인다역으로 놀이하는 모습에 매료된 다은이는 자주 콩순이를 보고 싶어 했다. 나는 주로 또 콩순이?” 같은 반응을 하였는데 이유는 영상 속 비음 섞인 고음의 목소리가 귀에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다은이는 그런 나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콩순이를 보려고 했다. 그러다 영상을 따라하기에 이르렀다. 작은 인형과 장난감을 가지고 일인다역의 놀이를 하고, 동생에게도 곰돌이는 싫다고 해야지라는 식으로 대사를 하나씩 배정해주었다.

그 모습이 재미있고 기특하면서도 다은이의 목소리가 귀에 툭 툭 걸렸다. 아이들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더니, 이번에는 유튜브에서 들은대로 비음 섞인 고음의 목소리와 말투를 흉내내는 다은이였다.

아이들이 겪는 사소한 에피소드는 육아라는 지난한 여정을 겪는 부모에겐 싱그러운 비타민으로 작용한다.
아이들이 겪는 사소한 에피소드는 육아라는 지난한 여정을 겪는 부모에겐 싱그러운 비타민으로 작용한다.

며칠 전 아이들을 씻기면서 장난감 콩순이 영상을 하나 보여주었다. 목욕을 막 끝내고 거실로 나온 다은이는 같이 놀자는 아빠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하고는,

아빠 나 바빠. 자기 전까지 빨리 놀아야 돼.”

재빨리 콩순이 아이스크림 장난감 앞으로 뛰어갔다. 9시면 방에 들어가니 남은 15분동안 영상에서 본 걸 재현하겠다는 심보가 빤히 읽혀 웃음이 났다.

목하 육아라는 지난한 여정을 겪는 부모에게 이런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그 날의 피로회복제로, 싱그러운 비타민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오늘은 또 어떤 일로 웃게 될지 사뭇 기대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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