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소독제, 각막화상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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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소독제, 각막화상 주의
  • 최윤애 시민전문기자
  • 승인 2021.06.20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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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63
'손소독제 각막화상 주의'가 붙여져 있음에도 여전히 어린이의 눈높이에 매달려 있는 손소독제 모습.
'손소독제 각막화상 주의'가 붙여져 있음에도 여전히 어린이의 눈높이에 매달려 있는 손소독제 모습.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엘리베이터 버튼 위로 구리필름이 덧씌워졌다. 여러 사람이 수시로 사용해 너덜해진 필름이 완전한 항균, 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는 건 어렵다는 생각에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뒤 손소독제 사용을 병행했다.

손소독제 각막화상 주의!!! 눈에 튀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니 아이들이 소독제를 사용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 비치된 손소독제 위로 안내문이 하나 붙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 눈높이가 손소독제의 높이와 엇비슷했다. 어린 아이를 둔 부모이면서 성인의 눈높이에서만 손소독제를 바라보았지 그런 위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뉴스를 검색하자, 손소독제가 5살 아이의 눈에 튀어 각막화상을 입었다는 사건이 나왔다. 그동안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된 줄도 모르고 손소독제를 사용했다니 간담이 서늘해왔다. 어린이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못한 어른이라 부끄러웠다. 위험이 있는데도 안내문만 추가된 채 손소독제는 여전히 그 높이를 지키고 있었다. 나 또한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위의 안내문이 부착된 후부터 고농도의 알코올이 포함된 손소독젤이 아이들 눈에 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각막 화상의 위험성을 수차례 설명하고 아이들 손에 내가 짠 젤을 덜어주는 식이었다. 가끔은 조심성 많은 다은이가 입구를 막아 조심히 젤을 짠 후 다연이와 나누어 바르도록 했다. 다연이가 직접 젤을 짜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많은 사고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발생하는 법! 이슬비가 내리는 오후 아이들과 귀가하는 길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을 눌렀으나 손에 든 우산과 짐이 거추장스러워 손소독제 사용은 말없이 생략했다.

입구가 막혀있던 젤이 높은 압력으로 튀어 나오면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5살 다연이의 왼쪽 눈에 그대로 들어갔던 위험한 사건이 일어났다. 다행히 즉시 응급처치를 했던 관계로 각막에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이제부터라도 아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이 주어지기를...
입구가 막혀있던 젤이 높은 압력으로 튀어 나오면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5살 다연이의 왼쪽 눈에 그대로 들어갔던 위험한 사건이 일어났다. 다행히 즉시 응급처치를 했던 관계로 각막에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이제부터라도 아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이 주어지기를...

! 10층 도착음이 울리고 문이 열리는 순간. 오른쪽 앞에 서 있던 다연이가 느닷없이 손소독제로 몸을 돌려 펌핑을 시도했다. ‘하는 소리도 내지 못한 찰나의 순간, 입구에 막혀있던 젤이 높은 압력으로 튀어나오면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다연이의 왼쪽 눈에 그대로 들어갔다.

눈에 다량의 알코올젤이 들어가 놀라움과 따가움을 느낀 다연이는 엄마의 다급한 외침을 시작으로 울기 시작했다. 내 입에서는 우는 아이를 혼내는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현관문을 열고 신발도 벗기지 않은 채 아이를 안고 욕실에 뛰어 들어갔다. 세면대 물을 틀어 빠른 속도로 눈을 씻어냈다. 다연이의 얼굴과 옷에 물이 흘렀다. 각막화상의 가능성을 머릿속에 그리며 차갑다고 우는 아이의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에야 비로소 아이의 몰골이 눈에 들어왔다.

놀란 아이를 꼭 안고 물기를 닦아주었다. 상의를 갈아입힌 후 차를 몰아 급히 동네 안과로 갔다. 온화한 의사선생님이 엄마의 무릎 위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다연이의 왼쪽 눈을 확인했다. 소리 죽여 우는 다연이의 양눈이 토끼처럼 빨갰다. 나는 각막에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듣고 나서야 묵혀둔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의사는 아이의 눈물이 알코올을 씻어내는데 일조했다며 더 울리는 것도 도움된다고 말했다.

어린 새처럼 가냘픈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이 주어지면 좋겠는데, 아이들을 단속하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은 것에 무력감을 느꼈다. 어린이로부터 출발해 어른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을 망각하며 보낸 흔한 날들과 내 아이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그 날의 내 처사를 반성한다. 많이 놀랐지? 엄마가 미안해 내 아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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