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 ⑫

미니멀한 자연에 담긴 맥시멀한 도시 전망. 우리는 자연을 스승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미니멀한 자연에 담긴 맥시멀한 도시 전망. 우리는 자연을 스승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오와 열의 가지런함이 간절하여 어지러운 것을 보이는 대로 정리하고 싶은 의지가 솟구치는 그런 날이 있다. 진작부터 여러 매체에서 정리와 수납을 위한 움직임을 부추기고 '미니멀리즘¹'에 도전하기를 응원한다.

사실 나는 미니멀리즘의 반댓말인 ‘맥시멀리즘’에 훨씬 가깝다. 조금 낡긴 했었지만 멀쩡히 잘 신고 다니던 양말이 10여년 전부터 지닌 유물급 이었다는 걸 깨닫고, 양말 서랍을 비좁게 하던 연식 오래되고 낡은 녀석들을 신속 정확하게 폐기했다.

대유행에 편승하고자, 얼마 전 이사하며 방 한개를 할애해야 했던 큰 옷장도 눈 꼭 감고 정리하였다. 그러나 이내 새 집의 드레스룸이 내가 가진 옷의 양에 비해서 좁다는 당혹스럽고 마음 아픈 현실을 맞닥 들이고야 말았다.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으나, 욕심으로 이고 지고 살던 옷과 함께 ‘언젠간 입을텐데...’라는 입에 발린 핑계도 돌돌 말아 퇴출 상자 한 켠에 넣었다.

주택은 설계인들 사이에서도 고난이도의 설계 영역이라 인정 받는다. 이는 주택이 다양한 프로그램과 법규를 포함하는 건축임과 동시에 평면의 구성이 거주자의 일상까지도 슬쩍 이끌어 가는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취업 전선에서만 보아도 주택관련 기업체나 기관에는, 높은 학업 성취도를 기반 삼아 수상 경력까지 많은 인재들이 많이 지원한다. 집은 흥미롭고도 무궁무진한 사례가 있는 상위 레벨의 사고력 퀴즈이다.

주택 설계를 할 때는 각 실에 필요한 기본 가구를 도면에 배치하며 적정 규모를 산정한다. 연면적에 제한이 크고, 공간을 여러 개로 쪼갤수록, 평면 짜기는 치열한 퍼즐 맞추기가 된다. 조각 낸 면적 유닛을 이리저리 옮겨보고, 벽체 위치를 연애하듯 밀고 당기며, ‘까꿍’하고 개폐 공간의 뚫어서 방향까지 짜 맞추어 본다.

그렇게 꾸려내는 상상의 장소에서 휴먼 스케일이 되어 거닐고 앉아보고 누워보는 상상까지 시도한다. 최선의 설계안은 수정과 보완을 수차례 치룬 후, 클라이언트의 경쾌한 ‘OK!’를 기대하게 된다.

가끔 들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건축주 직영 이라는 시공 운영 방식을 택하여 일반인이 그려 낸 다양한 평면을 종종 접한다. 아무래도 비전공자의 결과물이다 보니 때때로 아쉬운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간혹 건축주나 그 가족의 꿈과 희망이 잔뜩 묻어나는 독특하고 신선한 평면을 만나면 기분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나의 부모님께서도 새로운 주택을 지으실 때 거실이 휑할 만큼 크고 넓기를 바라셨고, 속 시원한 디자인과 규모로 만족도 높은 거실을 갖게 되셨다. 부모님은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상상을 실현하고 싶으셨던 것이다.

공간은 사람을 변화 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다. 원하는 결과를 위해 공간을 변화시킨다면 효과적인 약효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살게 될 집에 지금보다 더 큰 드레스룸이 있다면, 나의 일상은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이 일어 지금보다 더 멋쟁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각주1_ 미니멀리즘: 미니멀(Minimal)과 이즘(-ism)을 결합한 용어. 최소화와 간결을 추구하는 방침이나 이론.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이건축/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이건축/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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