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인 지점에 무조건 1등으로 들어가면 그게 바로 우승 비법이예요”

서산 부춘초등학교 6학년 박주형 선수
서산 부춘초등학교 6학년 박주형 선수

저는 어떻게 하면 1등을 하는지 알아요. 골인 지점으로 무조건 1등으로 들어가면 그게 바로 우승이에요. 아주 우습지만 진짜 그렇게 하니 1등이 되더라고요.”

지난 11일 만난 서산 부춘초등학교 6학년 박주형 선수는 63~7일까지 경북 예천에서 열린 제49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에서 남자 초등부 800M에 참가하여 218초 자기 기록을 경신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박 선수는 지난 4월에도 제9회 춘계 전국 초등육상경기대회에서 남자 초등 800m 부분에서 당당히 1위의 영광을 안았고 삼일절 기념 제49회 충남도지사가 시군대항 역전경주대회에서는 서산 대표로 참가해 1, 충남소년체육대회 대비 서산시 육상선발전에서 800m200m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는 등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육상 신동이다.

6월3~7일까지 경북예천에서 열린 '제49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남자 초등부 800m에서 2분18초로 자기기록은 경신했지만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다.
6월3~7일까지 경북예천에서 열린 '제49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남자 초등부 800m에서 2분18초로 자기기록은 경신했지만 아쉽게 2위로 은메달에 그쳤다.

Q 자기 기록 경신과 더불어 은메달 획득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아쉽지만 자기 기록 경신한 것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지난번 금메달 땄을 때는 221초였는데 이번에는 218초 뛰었어요. 다른 선수들이 준비를 훨씬 많이 해 왔더라고요. 지난 대회 1등이 이번에는 2등을 하고, 2등이 3, 3등 했던 선수가 1등을 했어요. 자만하면 안 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Q 식구 중에 누구를 닮아 육상을 이렇게 잘하나?

우리 할아버지가 달리기를 잘하셨대요. 저는 우리 할아버지를 닮았나 봐요. 어릴 때는 친구들과 달리기하면 제가 선두로 막 나갔어요. 사람들이 어린 우사인 볼트라고 할 정도였어요.

그때는 다리가 길고 발이 빨라서 골을 좀 많이 넣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축구 선수만 꿈꿨죠. 그래서 7살 때부터 취미반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축구교실에 다녔어요. 그러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산 FC 유소년 축구교실을 알게 됐고 본격적으로 축구를 배우며 선수 생활을 했어요.

Q 축구 선수를 하다가 왜 갑자기 육상선수로 전향한 이유는?

결정적인 것은 전국대회 축구 선수로 출전한 우리 팀이 16강 전에서 탈락하면서 벽을 느끼던 찰나, 때맞춰 체육 선생님께서 육상을 하라고 권하셨어요. 저는 그냥 축구만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고요. 그런데 그날 운동 후 감독님의 스팸 사건이 일어난 거예요.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도 축구를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실질적인 계기는 또 있었어요. 축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 4학년 때 서산시 육상선수에 뽑혔어요. 그런데 갑자기 충남도 대표 육상선수로도 나가라는 거예요. 자신이 없었죠. 엄청 많은 선수 가운데 연습도 안 한 제가 어떻게 입상을 하겠어요. 자신이 없어서 안 한다고 했는데도 잠깐 나갈 때만 연습하고 다시 축구하라고 하는 거예요.

겨우 한 달인가 연습하고 육상선수 도 대표로 나갔죠. 80여 명 가운데 제가 2등을 했어요. 저도 놀랐고 아빠도 엄청나게 놀랐어요.

돌아와서는 전국대회에 우리 축구팀이 출전했어요. 그런데 16강 전에서 그만 떨어져 버린 거예요. 최선을 다했는데도 그렇게 되니 너무 속상했죠. 그리고 그때 제 앞에 놓인 커다란 벽을 발견한 거예요.

그날 탈락하면서 다른 친구들은 막 우는데 저는 이상하게 눈물이 안 나더라고요. 그냥 덤덤하게 축구화 끈을 풀었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가 왜 다른 애들은 우는데 너는 안 울어?”라고 묻는 거예요. 제가 그랬어요. “아빠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 그러면 되는 거 아니에요라고요.

Q 스팸 사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아빠는 제게 늘 황소고집이라고 했어요. 제가 생각해봐도 좀 그렇고요. 형들과 운동을 하는데 감독님이 운동장을 1분 안에 뛰어 들어와야 한다는 거예요. 못 들어오면 100바퀴를 뛰어야 한다는 거 있죠. 아무리 뛰어도 안 되는 거예요. 뛰고 또 뛰고 그랬어요.

밤이 늦도록 뛰는데 어느 순간 형들을 전부 집으로 돌려보내신 감독님께서 제게 뛰어!”라는 거예요. ‘아 안 되겠구나! 무조건 1분 안에 들어오자라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 1분 안에 들어와 버린 거예요. 혼자 뛰니까 되더라고요. 너무 기뻤죠.

그날 감독님께선 주형이 밥 좀 먹여야겠다라고 하시며 저를 댁으로 데리고 가시는 거예요. 스팸 두 개를 따서 구워주시는데 진짜 꿀맛이었어요. 밥을 자그마치 두 공기나 후딱 해치웠지 뭐예요. 그리고는 완전히 육상선수로 전향을 해버린 겁니다. 그게 바로 스팸 사건이에요(웃음).

3.1절기념 제49회 충청남도지사기 시·군대항역전경주대회에서 여유롭게 V자를 그리며 골인 지점으로 향하고 있다.
3.1절기념 제49회 충청남도지사기 시·군대항역전경주대회에서 여유롭게 V자를 그리며 골인 지점으로 향하고 있다.

Q 축구와 육상을 비교하면 어떤 종목이 더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제 성격상 팀워크보다는 혼자서 뛰는 육상이 바르다고 생각해요. 교육청 소속 김미선 코치님이 계시거든요. 그분과 함께 동계 훈련이나 하계훈련을 다녀오면 제 기량이 훨씬 더 향상되는 걸 피부로 느껴요. 이제는 전국 어디에 가도 자신감이 막 생길 정도로요.

올해 첫 대회인 역전마라톤대회가 기억나는데요. 충청남도에서는 천안팀이 28초 앞서고 있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천안선수를 무려 56초 앞서서 골인 역전했어요. 저는 그때 처음부터 세게 뛰었어요. 페이스 조절 못 하면 큰일이지만 할 수 있다고 자신했거든요. 물론 페이스를 놓치지 않았어요. 그리곤 결국 역전의 영광을 안으며 우리가 1등을 먹었죠.

꾸준한 노력과 자신감은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것 같아요.

Q 감동스러운 때는 언제였나?

지난 63~7일까지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에서 아쉽게 은메달을 땄을 때였어요. 개인 기록은 경신했지만 늘 1등만 하다가 2등을 하니까 나름 충격이 컸나 봐요. 집에서 엄청나게 울었어요. 그런데 아빠 중학교 친구분들이 부춘초등학교에 플래카드를 딱 붙여놓은 거예요. 1등도 좋지만 늘 최선을 다하는 주형이를 아빠 친구들이 응원한다는 글귀였는데 진짜 감동했어요.

이제는 절대 자만심은 금물이고 진짜 노력한 만큼 기록은 세워진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다짐했어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거든요.

전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마라토너가 되는 게 꿈이라는 박주형 선수
전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마라토너가 되는 게 꿈이라는 박주형 선수

Q 마지막으로 각오 한마디 해준다면?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제 몸을 측정해 볼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 보통 한국 사람들이 다리와 상체가 5:5 비율이라는데 저는 일반인들보다는 하체 비율이 훨씬 길다고 했어요. 교수님께서 잘 커서 한체대로 오라는 덕담을 해주셨어요.

교수님 이하 선생님들, 아빠 선·후배 친구분들까지 저를 믿어주시는 만큼 올바르게 잘 커서 대한민국의 육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마라토너가 될 생각입니다. 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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