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신뢰가 있는 따뜻한 사회이기를...

학교전담경찰관 김현섭 경사
학교전담경찰관 김현섭 경사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학생들을 만나보면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믿을 사람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믿지 못한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믿음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데 과연 우리 학생들이 안정적일 수 있을까?

지난 12일 만난 학교전담경찰관 김현섭 경사는 많은 사건을 접해보면 사소한 문제를 화해하지 못한 채 결국 문제화되기도 한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는 말도 있다. 그로인해 감정도 흔들리면서 결국 화해되지 못한 채 사건은 진행된다.

만약 이런 문제에 신뢰가 쌓여있었다면 문제가 되었을까? 신뢰 없이 쌓인 관계에서는 시간이 전혀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하는 김현섭 경사.

개인의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직장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신뢰 있는 따뜻한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청년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도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닌 신뢰와 존중을 기준으로 선택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Q 요즘 학생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경찰관이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다. 어떻게 경찰관이 되었는지?

저는 항상 무엇을 하면 잘할 수 있을지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봉사에 큰 가치를 느끼고 봉사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경찰관이신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어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부터 경찰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내게 맞는 천직이 어딘가에는 있겠지?’라고 생각했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천직인 줄 알았는데 이 일을 하다 보니 천직은 찾는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직업은 생존의 문제였지 지금처럼 삶의 질과는 거리가 멀었잖아요.

직업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는데 요즘 청소년들과 청년들의 직업관은 필수라기보다 선택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선택지가 많아지다 보니 자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많은 선택지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더구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이라 할지라도 다른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하고 혹시 모를 대안을 생각해놔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요. 그렇다면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뒤돌아보며 삶을 설계해놔야 하는데 또 그렇지는 못합니다. 상대적인 자신의 위치를 항상 비교하며 생각하기 때문이죠.

지금 시대는 온전한 휴식은 사라지고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일상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지요. 여러 매체에서 힐링 힐링이라고 하는데 정작 힐링 목적으로 떠나는 곳에서도 단어만 힐링이지 여전히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Q 이제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다. 그래서 청년들이 더 불안에 떨고 있는 것 같은데.

맞습니다. 그래서 청년들이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면서 살아가고 있지요.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할 확률은 상당히 희박한 사회입니다. 노력이 결코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 사회가 바로 지금이라고 봅니다.

이제는 노력보다는 방향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봐요. 무언가를 하는 시간보다 어딘가로 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거죠.

세상은 상당히 빠르게 변화합니다. 청소년으로 본다면 질풍노도의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어요. 청년들이 한 번도 걷지 못한 길 위에 던져져 있다고 표현하면 맞을까요. 그렇다고 어른에게 물으려 해도 그분들 또한 지금 세상은 처음이라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기가 상당히 모호하고요.

어쩌면 방향성을 잃어가는 것은 청년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니 함께 머리를 맞대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소통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Q 혹시 살아가면서 늘 염두에 두며 꺼내 보는 명언이 있다면?

조금 느리더라도 옳은 길을 천천히 걸어가자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저도 청년이기 때문에 불안할 때가 있어요. 저만 뒤처진 느낌 같은 거죠. 그럴 때 절 버티게 하는 말이 바로 이 말입니다. 사실 느려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방향이 잘못되었을 때가 문제죠. 만약 방향이 잘못됐을 때 이것을 되돌리기에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리죠. 그럴 때 조금 느리더라도 소처럼 뚜벅뚜벅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원하는 길로 가지 않을까 믿어요.

Q 청년들이야말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어 불안할 것 같다. 그 길이 맞는지도 의문이고.

그럼요. 청년들뿐만 아니라 청소년, 또 기성세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특히 청소년과 청년들의 선택에는 마땅한 기준이 없으니 결과 또한 미지수입니다. 혈기왕성한 청년들의 선택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어요. 절실하니까 하나만 보고 뛰어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이미 안정적인 바탕 위에서 선택하는 처지라 조금 견해차는 있다고 봐요.

제 직업은 청소년들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을 보면 선택하고 노력해서 결과로 이어지는데 자신이 생각한 것만큼 결과물이 나타나지 않으면 상당히 좌절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청년들도 마찬가지고요. 이럴 때 매우 혼란스럽고 심하게 우울감에 빠져들기도 하죠.

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도움을 줘야지요. 애매한 청년들이, 청소년들이 깊은 수렁에 빠져들지 않도록요.

Q 지금 사회에서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 것 같나?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죽했으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교육이 엉뚱한 방향으로 틀이 잡힌다면 특정한 틀 안에 있는 청소년들을 가두게 될 수도 있고요. 이렇게 된다면 진로를 결정하는데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청소년 시절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그렇게 선택한 방향은 부모님 눈에 온전히 찰 리 없고요. 그렇다 보니 우리 청소년들이 작은 반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기대와 동시에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은 청소년들이지요. 어쨌든 반대를 무릅쓰고 획득한 선택은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믿고 기다려주는 여유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Q 청년들이 직장을 자주 바꾼다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청년들이 끈기가 없어서 쉽게 포기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정체된다고 느낄 때 청년들은 다른 선택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죠.

청년은 일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고용주들은 믿고 쓸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이 말은 곧 정보는 많지만, 신뢰 있는 정보를 구별할 수 없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얘기죠. 믿고 쓸 사람이 없다는 말은 신뢰가 필요한 시기라고 봐야죠. 정보는 많은데 믿고 쓸 수 없다는 것에서 문제가 생긴 겁니다.

그리고 간과할 수 없는 또 다른 하나가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결국 돈이 기준이 된다는 얘기지요. ‘내가 일한 것에 비해 받는 돈이 충분한가?’를 생각합니다.

Q 고용문제가 해결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서로 신뢰할 수 있는 믿음이 제일 중요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은 어떨까요. 경력직을 우대하는 것처럼 신뢰성 또한 고용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광범위한지는 모르겠지만 이 또한 분명 기준을 마련할 근거를 세우면 되겠지요.

지금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의심을 해야 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못하니까요. 신뢰성 있는 정보와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 또한 학창시절의 왕따 경험이 피해 학생들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이것은 꼭 인지해줬으면 좋겠어요. ‘힘들 때는 바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럴 때는 버티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열심히 버티고 있을 누군가에게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잘 버텨줬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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