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의 소통솔루션

김대현 방송인/소통전문가/한국가정문화연구소 소장
김대현 방송인/소통전문가/한국가정문화연구소 소장

사춘기를 지나 성인으로 접어드는 시기에 형성되는 것이 가치관이다. 이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역시 부모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부모의 세계관이 그대로 아이의 세계관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안 좋은 것은 늘 그렇듯 생명력이 질기고 좋은 것보다 확산이 잘 된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사회에서 부모는 아이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혹시 부모 안티카페를 아시는가? 논란이 되자 지금은 검색차단 혹은 비공개로 전환이 되었는데 201212월 전까지도 이 카페에는 아이들이 넘쳐났다. 그렇다고 현재 없어졌다고 판단하기도 이르다. 지하로 숨은 듯한데, 그 카페를 오래도록 지켜보고 있던 전문가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읽다 보면, 아이들이 부모에게 느끼는 분노가 너무 적나라해서 섬뜩하기까지 하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공부만을 강요하는 엄마를 자기들끼리 칭하는 용어는 미친X, 그리고 개 같은 X’ 뭐 도저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험하고 적대적인 표현을 쓴다.

아버지를 칭하는 용어 또한 찌질이’ ‘꼴통을 포함해 우리가 아는 욕이 대부분 등장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믿을 수 없었고 믿기 싫었다. 그렇지만 엄연한 사실이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이 막막함을 일단 걷어내고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 아이들은 소중하니까.

왜 아이들은 부모에게 분노와 적대감을 쌓아가고 있을까? 아이들의 글을 분석해 보면 자신을 공부의 노예로 만들려는 부모에 대한 분노가 엄청나다. 부모 자신도 하지 못한 일을 자기에게 강요하는 데 대한 분노, 공부를 못한다고 무시당하는 데 대한 분노가 가장 많다.

현재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들을 공부와 연결시켜 생각하고, 공부에 관련된 주제로만 대화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이런 부모를 두고 천박하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실상 그것은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태도다.

슬픈 사실은 이 중 한 학생은 여행 가이드를 꿈꾸고 있었다. 그렇게 된 계기가 가족여행의 추억 때문이었다. 가족여행 때 만난 여행 가이드는 외국어가 유창했고, 이 학생의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 주었다. 무엇보다 자신을 어린아이로 취급하지 않고 친구처럼 대해주어 좋았다고 했다. 한마디로 가족과는 되지 않았던 대화가 됐다는 말이다.

아이들에게 첫 번째 대화상대는 부모여야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나도 아이와의 단절을 겪었다. 그래도 뒤늦게나마 개과천선해서 요즘은 아이들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쓸데없는 이야기는 가족이란 테두리 안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소통방식이다.

부부간에도 부모 자식 간에도 쓸데없는 이야기가 최고다. TV를 보며 연예인 이야기, 스포츠 이야기, 친구 이야기, 옆집 흉보기 등 닥치는 대로 말하고 듣고 생각을 공유하다 보니 우리 가족들은 이야기의 주제가 끊이지 않고, 이야기를 통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여행 가이드가 되고 싶다는 아이가 있다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그 직업이 얼마나 사회에 유익한 직업인지 생각해보자. 아니 일단 아이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나 보자. 그리고 판단하지 말자. 도저히 말을 하고 싶어 참을 수 없다면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자, 최대한 치장하는 것을 잊지 말자.

자 들어가는 직업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자신의 추악함을 감추고 조금 더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처럼 발언을 해보자. 그러면 어느새 정말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보면서 아이들도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래야 하냐고? 아이들은 소중하니까. 그리고 나도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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