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라도 내 것, 내 아이, 내 가족에서 비껴 나와 살펴 볼 일이다

【깊은 산속 옹달샘】엄마 없는 다은이를 위해 ⑦

# 오늘도 다은이(가명)는 혼자 일어나 머리맡에 놓인 빵과 유유를 먹는다. 할아버지가 일을 나가시면서 챙겨 놓은 것이다. 아침마다 챙겨 놓는 게 또 하나 있다. 어린이집에 입고 갈 옷이다. 다은이는 오늘 따라 옷이 맘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930분이면 대문 앞에서 어린이집 차가 온다.

# 다은이 나이 6. 돌도 지나기 전 걸음마를 막 시작할 무렵 엄마는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애써 엄마의 기억을 찾으려고 한다면 엄마의 젖 냄새일까. 엄마가 집을 나가고 나서 다은이에게 생긴 버릇이 있다. 우유를 먹을 때나 잠이 들 때면 그 조그만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돌돌만다. 엄마가 없는 빈 공간이 허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다은이의 손짓. 다은이에게 엄마의 기억은 어떤 것일까?

# 다은이 아빠는 일용직 공사현장에 나간다. 새벽인력 시장에 나가 밤늦게 돌아온다. 코로나19가 시작되고 일이 없어 공치는 날도 많다. 요즘은 술을 많이 먹고 새벽에 들어오는 날이 많단다. 그에게 술은 유흥이 아니라 그날 그날 몸에 넣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주사약 같은 것일까. 그의 눈엔 절망이 담겨 있다.

# 다은이가 3살 때부터 푸드뱅크 후원을 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다은이는 또래의 친구도 없고 방에서 TV를 보며 할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다은이를 보러 가는 날은 마음이 짠하다. 한참 어리광을 부릴 나이에 엄마의 부재는 어떤 것일까. 할아버지의 손길로는 다은이에겐 너무 부족하다.

# 다은이는 늦도록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 6살이 되도록 기저귀를 차고 잔다. 오늘은 대형 기저귀가 나와 다행이다. 다은이가 좋아하는 과자와 음료수도 챙겨 왔다. 하지만 다은이의 빈 공간을 채워주기엔 역부족이다. 어른이 만들어 놓은 아이들 삶이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엄마가 없는 공간은 아이들은 힘들다.

# 다은이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가끔씩 찾아와 주는 사람이 있어서 고맙고 다행이라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끼니 준비는 할아버지가 한다. 이미 황혼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할아버지가 다은이를 챙기는 모습에 마음이 아려온다. 할아버지의 희망은 무엇일까. 다은이를 바라보는 눈빛이 애처롭다.

# 예전에 IMF가 터지면서 밥을 굶는 아이들이 많이 생겨났고, 어른들이 돌보아주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어른들의 불안정한 일자리나 불화, 가출은 그 이전에도 있던 일이다. 지금은 조금 나아져 밥을 못 먹는 아이는 많이 줄었지만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된 아이들은 여전히 남아있고 부모들의 생활수준에 상관없이 늘어가고 있다.

# 혼자 놀고 혼자 길을 가는 꾀죄죄한 어떤 아이에게, 길거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을 어떤 사람에게, 아니 그 어떤 사람이더라도 고통 속에 잠겨 있을지 모르니, 잠시라도 내 것, 내 아이, 내 가족에서 비껴 나와 살펴 볼 일이다. 마음이 가난한 아이들에게 희망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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