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 ⑪

전통 시장과 신식 주차장의 사잇길. 모든 길은 시장으로 통하고, 시장과 도시는 그 에너지가 비례한다.
전통 시장과 신식 주차장의 사잇길. 모든 길은 시장으로 통하고, 시장과 도시는 그 에너지가 비례한다.

오래간만에 찾은 부모님 댁에서 삼시세끼 받아 먹으며 잉여로움을 즐기다 보니, 매 끼니 챙겨 주시느라 자리에 앉을 새 없이 바쁘신 어머니의 노고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어머니께서는 내 자식 챙겨 먹이는게 뭐가 힘드냐 하셨지만, 자식사랑은 사랑이고 힘든건 힘든 것이므로, 무엇이든 해야겠다 싶었다. 먹고 싶은게 아주 다채롭게 생겼다고 응석 부리며, 엄마 손을 끌고 무작정 인근 전통시장으로 나섰다.

어둑한 하늘에 비까지 흩날렸다. 하지만 쾌적한 쇼핑을 보좌하는 높은 천장에 깨끗한 길과 넓고 편리한 주차장 덕에, 이 구역의 인기쟁이 장소였다. 엄마의 치마 자락을 볼끈 쥐고 쫓아다니던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갖가지 색과 크기의 파라솔로 간신히 막아 낸 빗물은 자유분방하게 흘러서 곳곳에 물 웅덩이를 만들었고, 수분이 완전하게 충전 된 바닥은 신발에 이어 양말까지 공격했다. 한 손에는 우산을 한 손에는 짐을 들라치면 애초의 장보기 규모마저 축소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현대식 시장은 천지개벽 수준으로 곱게 단장을 하고 언제나 이용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이든 있고 누구든 있을 것 같은 장소.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이 즐비하고, 더 나아가 그 나라의 제철 의((()를 담아내는 풍습과 문화의 살아있는 그릇. 이는 꽤 많은 이들이 시장을 매력적인 관광지로 손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은 도시 형성 과정 중에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서로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의 거래가 필요해지면서 사람이 모여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행위의 클러스터이다. 그렇다 보니 시장의 성행은 도시의 활력을 나타내는 지표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과거에 우리네 일상을 책임지던 든든한 그 곳이, 시설이 낙후하고 온라인 구매의 증가 등의 복잡 다양한 이유로 점점 외면받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에는 많은 지자체에서 도시 재생사업이자 상권 살리기의 일환으로 전통 시장의 활성화 계획을 추진하며, 지역경제 살리기와 공동체 부흥을 기대하며 공을 들이기도 한다.

시장의 발생 과정을 곱씹어보면, 자고로 시장의 힘은 사람의 군집으로부터 분출된다. 기본적으로 시장의 시설 개선과 시스템 보완은 기반이 되어야 하겠고, 추가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온오프라인의 개성있는 요소와 연계하여 다각적인 접근이 시도 된다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건이 많고 좋아서 가는 곳에서, 재미를 찾는 곳으로 시장의 의미가 추가 되어 장소성이 승급 되었기 때문이다.

주말이라 그런지 몇몇 먹거리 골목이 좁은 통로에 줄을 서서 총총 걸어야 할 만큼 생기가 빼곡했다. 현장의 활기가 SNS를 통해서 가리는 곳 없이 번졌고, 지켜보는 이를 더 애달프게 자극하였나 보다. 여기도 저기도 맘 가볍고 몸 가벼운 젊은이의 활력으로 한껏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몇번 보았던 김밥집에 다달았다. 김밥 사랑이 물씬 느껴지는 대기줄이 제법 길었다. 기대와 설레임이 풍기는 달큰한 향내가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구나 싶어서 고맙게 느껴졌다.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이건축/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이건축/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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