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60

음식에는 별반 관심이 없던 다은이가 비빔국수 앞에서는 드디어 1등을 했다.
음식에는 별반 관심이 없던 다은이가 비빔국수 앞에서는 드디어 1등을 했다.

별난 일이다. 저녁 식사에서 다은이가 가볍게 1등을 했다. 흔한 일이 아니라 아이에게 칭찬을 남발하고 한껏 추켜세워 주었다. 비결은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국수였다.

후덥지근한 저녁시간, 미리 밥을 해놓았으나 비빔국수를 먹는 것이 어떠냐는 시어머니의 제안을 넙죽 받아들였다. 매번 먹는 밥 말고 좀 더 상큼한 것이 입에 당기는 날씨였다. 당장 당근과 오이를 꺼내와 다듬고 곱게 채 썰었다. 텃밭에서 따온 상추를 여러 번 물에 헹구고, 남편 다이어트용으로 삶아놓은 달걀 껍데기를 벗겼다.

커다란 냄비에 물이 끓기 시작하자 시어머니는 적당량의 소면을 투척했다. 소면이 부글부글 끓어 넘칠 것 같으면 찬물을 조금씩 넣어주기를 몇 번, 다 삶아진 소면을 찬물에 넣고 손으로 휘감아가며 헹구기를 몇 번 반복하니 면발이 탱글탱글 찰지게 살아났다.

소면 일부를 덜어내어 참기름, 간장으로 어린이용 비빔국수 완성. 남은 소면과 야채, 비빔장을 넣어 어른용 비빔국수도 완성.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골고루 무쳐서인지 손맛(?)과 매콤 짭짤 상큼 시원한 맛이 어우러져 입맛이 확 돌았다.

아이들이 후루룩 쪽쪽거리며 먹는 소리를 귓등으로 들으며, 나는 나대로 내 앞에 놓인 국수 음미에 푹 빠져있었는데 갑자기 다은이가 식탁에 젓가락을 탁 놓더니 소리쳤다.

“1! 잘 먹었습니다.”

웃음을 최대한 참는 표정이었지만, 기분 좋게 올라간 입꼬리는 숨겨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은이가 국수를 잘 먹었던 것은 아니다. 다은이가 국수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국숫빨, 쪽 후루룩] 그림책을 여러 번 보고 나서다. 그 책은 다은이가 국수를 좋아하는데도 큰 역할을 했지만, 앞니가 어서 빠졌으면, 빠진 앞니로 국숫빨을 쪽 빨아먹었으면 하는 로망까지 안겨주었다. ^^

다은이와는 다르게 둘째 다연이는 음식을 제일 좋아한다.
다은이와는 다르게 둘째 다연이는 음식을 참 좋아한다.

나는 파스타를 제외한 국수를 썩 좋아하지 않았는데, 집 떠나 멀리 타지에 살면서 입맛이 바뀌었다. 지금은 멸치육수가 시원한 잔치국수, 국물이 고소한 콩국수, 닭고기가 어우러져 진한 닭칼국수, 담백한 바지락칼국수, 칼칼한 매콤칼국수와 얼큰수제비까지 좋아하게 되었다.

짜장면은 예외였다. 부산 큰이모네 식육점에서 난생처음 짜장면을 본 어린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지렁이인 줄 알기 때문이다. 엄마와 큰이모가 내 말에 큰 소리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지렁이가 아니라 짜장면인 걸 알고 처음에는 미심쩍어 하며, 나중에는 신들린 듯 먹었던 짜장면.

비슷한 예로 마카로니가 있다. 재래식 화장실에서 자주 본 구더기를 닮은 무언가가 초등학교 때 급식으로 나온 것이다. 속으로는 기겁을 하며, 겉으로는 태연하게 한 입 먹으면서도 의심을 내려놓지 못했는데 나중에야 그것이 마카로니라는 파스타 면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입에 침이 고인다. , 육수향이 진한 밀면도 있었지. 여름엔 육수가 사르르 얼어있는, 입이 얼얼해지고야 마는 시원한 밀면이 최곤데!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