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의 소통솔루션

방송인/소통전문가/한국가정문화연구소 소장
김대현 방송인/소통전문가/한국가정문화연구소 소장

내가 아는 사람 중엔 귤 한 봉지로 부부의 관계가 회복된 사례도 있다. 그들은 무언부부로 산지 7년째였다. 각방을 쓴 지도 7년째, 남자는 회사에 가서 돈을 벌고 여자는 집에서 아이를 키웠다. 둘 사이에 교감은 전혀 없었다. 이제는 왜 싸웠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남편이 퇴근길에 전철역 앞에서 귤 한 봉지를 샀다. 그저 골을 파는 노인의 모습에서 행상하시던 어머니가 떠올랐던 것뿐이다. 남자는 귤을 사고 나서도 걱정이었다. 집에 과일 같은 것을 사들고 가는 것은 처음이라, 뭐라고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아무 말없이 식탁에 귤 봉지를 올려두고 씻고 나왔더니, 아내와 아이들이 귤을 먹고 있었다.

귤이 다네.” 실로 오랜만에 아내가 말을 건넸다. 그냥 못 들은 척하고 방에 들어가서 자려는데 문득 연애시절이 떠올랐다. 추운 겨울날 헤어지기 아쉬워 골목어귀에서 얘기를 나누며 귤을 까먹던 추억이 생각난 것이다.

며칠 후 남편은 붕어빵을 한 봉지 사들고 들어갔다. 역시 식탁에 올려놓았더니 아내와 아이가 맛있게 먹고 있었다. 자기도 끼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데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밥 먹고 가.”

몇 년 만에 차려 놓은 아침상을 뿌리칠 수 없어 식탁에 앉으니 아내가 그 맞은편에 앉는다. 밥을 먹으려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온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밥을 먹다가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 한마디를 꺼낸다.

미안해. 그 한마디에 아내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마 성인이란 먼저 사과할 줄 아는 사람, 덧붙여 진실한 태도로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표정과 행동만 진지해도 사과는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사과를 받아주어야 할 사람이 말을 많이 하게 되면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이럴 때 갖춰야 할 것이 경청이다. 상대가 받아주지 않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처는 상처를 준 사람의 사과로만 치유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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