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약사의 ‘처방전 의약품’-⑩

장하영 서산 세선약국
장하영 서산 세선약국

항히스타민제는 임상적인 용도가 다양하여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약효의 원리는 동일하다.

히스타민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내는 물질인데 알레르기 반응과 위액 분비와 관련이 있다. 위(胃)에서 히스타민이 다량 분비되면 위산도 늘어나 속 쓰림, 위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피부에서 히스타민이 분비되면 피부가 빨개지고 붓고 가려움증이나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모기에 물렸을 때의 증상을 생각하면 된다. 만일 코점막에서 히스타민이 분비된다면 콧물이 줄줄 흐를 것이다.

항히스타민제는 이러한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해 준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크게 두 가지 계열로 나뉜다. 첫 번째는 H2 길항제(시메티딘, 라니티딘, 니자티딘 등)라고 하여 위액 분비를 억제한다. 여기서 H란 Histamine의 첫 글자이다.

두 번째는 H1 길항제라고 하는데 콧물, 천식, 피부 가려움 등을 억제한다. 일반적으로 H2 길항제는 위장약이라고 부르지 항히스타민제라고 칭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말하는 항히스타민제는 콧물, 천식, 피부염에 쓰이는 H1 길항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항히스타민제는 현재 3세대까지 개발되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1세대는 개발된 지 오래되었다. 약효는 좋으나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여 졸음(진정작용)을 일으키는 단점이 있다. 작용시간도 짧아 하루에 3회는 복용해야 한다. 주요한 성분으로 클로르페니라민이 있는데 가격이 싸며 주로 감기약에 처방된다. 우리가 감기약을 먹고 졸린 이유가 바로 이 성분 때문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개선한 약물이 2세대 약물인데 흔히 알고 있는 세티리진(지르텍) 성분이 여기에 속하며 로라타딘 등의 성분도 흔히 처방된다. 약효 지속 시간도 길어 하루에 1~2회 복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3세대 항히스타민제는 2세대 약물의 대사된 형태의 약물로 작용 시간이 더더욱 길고 효과도 더 세다. 주요한 성분으로 펙소페나딘, 레보세티리진 등이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고가이고 2세대에 비해 임상적으로 그 장점을 느끼기 어려워 과거에 처방 빈도가 그리 높지 않았으나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다.

그렇다면 항히스타민제는 임상적으로 어떻게 쓰일까? 경구제와 외용제로 나누어 생각하자. 모기나 벌레에 물렸을 때 느껴지는 가려움이나 통증은 국소적 반응이기 때문에 신속한 외용제를 쓰는 것이 좋다. 당장 가려운데 약을 먹고 위장에서 흡수될 시간을 기다리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는 어떻게 할까? 예를 들어 복숭아, 돼지고기, 옻닭 등을 먹고 전신적인 가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때에는 경구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머리 염색 등 알레르기가 예상될 때 예방 차원에서 미리 복용하는 방법도 있다.

다른 약물과는 다르게 항히스타민제는 내성이 없다. 수십 년 동안 항히스타민제를 매일 복용하여도 내성이나 중독성이 나타나지 않으니 약 성분을 바꾸거나 증량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필요할 때에는 병의원에 방문하여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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