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59

직장맘들의 육아는 늘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산다.
직장맘들은 늘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산다.

아빠는 730분에 집을 나선다. 엄마는 8시 정각에 집을 나선다. 아빠는 정해진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쯤 일찍 회사에 도착하지만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자네가 무슨 공무원인가?”

아빠는 넉살 좋게 대답한다.

제가 공무원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엄마는 정해진 출근 시간 즈음 직장에 도착한다. 아이들은 아빠 엄마를 보내고 830분이 되면 집을 나선다. 닥치면 다 하게 된다는 말처럼, 육아휴직 동안에는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일상의 패턴이 만들어졌다.

복직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새벽 기상. 5시에 일어나 독서 잠깐, 식사와 집안정리, 출근 및 등하원을 준비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되는 가운데, 아이들은 6시만 넘으면 엄마 찾는 새끼오리처럼 종종거리며 거실로 나온다. 당초 원한 혼자만의 시간에는 방해가 되는 요소이지만 늦잠 자는 아이를 깨울 필요가 없으니 차라리 다행스럽다.

직장맘들은 늘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산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아이들 등하원을 위해 일요일 저녁마다 할머니가 오신다. 한 주를 아들네서 보내고 목요일 오전에 본인의 집으로 돌아가시는 할머니는 노년을 하릴없이 보내지 못하고 자식들, 손주들 뒷바라지에 애쓰는 이 시대의 어머니이다. 젊어서 하던 고생, 늙어서도 털어내지 못하는 엄마의 엄마들, 아빠의 엄마들. 현대사회에서 노년의 생애주기를 지내고 있는 어머니들이 고맙고 죄스럽다.

도움의 손길이 없다면 아빠 엄마가 집을 나서야 하는 시간과 아이들이 유치원, 어린이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확연히 빨라질 것이다. 어쩌면 유치원, 어린이집이 문을 열기도 전에 문 앞에서 동동거리며 기다리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도움의 손길을 끊어낼 내년이면 우리 가족이 당장 겪어야 할 일 일지도.

할머니가 등원을 도와주신다 하더라도 엄마의 아침은 결코 여유롭지 않다. 엄마는 아침마다 호들갑 나라빨리빨리 여왕이 된다.

둘째 다연이의 100일 무렵
둘째 다연이 100일 무렵

시간 없다. 밥 빨리 먹어라, 빨리 옷 입자, 빨리 머리 묶자. 빨리 양치하고 세수하고 로션 바르자. 엄마 곧 나가야 해. 빨리 하자. 빨리 빨리

엄마는 아침마다 풍자 동화책에나 나옴직한 말들을 연거푸 내뱉는다. 귀에 못이 박혀 정작 아이들은 그 말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데 엄마만 안달복달이다.

육아휴직 중이던 몇 년 사이 육아시간이라는 제도가 생겼다. 하루 근무시간 중 2시간을 육아에 할애할 수 있다. 나는 학생들이 하교한 오후 시간에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어영부영 하다보면 3시가 넘기 일쑤지만, 최대한 빨리 퇴근을 하여 아이들 하원 시키고 종전처럼 놀이터에서 5시까지 논다.

하원 차량시간까지 여유가 있다면 쌀을 씻고 취사예약을 해둔다. 그래야 저녁준비 시간이 절약될 테고, 배고픈 아이들이 밥을 기다리는 동안 간식을 먹지 않아야 저녁을 잘 먹을 테니까.

놀이터에서 부지런히 아이들을 쫓아다니고 집에 와서는 반찬을 한두 가지씩 뚝딱 만들어 저녁을 먹인다. 할머니가 반찬을 만들어주시면 좋겠지만 그것까지 기대할 수는 없다. 사실 처음에 조금 기대했다가 단념했다. 아이들 등원시켜주시고 설거지, 청소, 빨래를 도와주시는 오전 일정만 해도 어디냐 감히 생각한다. 아픈 허리와 무릎을 움직여 도와주시는 거니까. 가끔 엄마의 퇴근이 늦어질 때만 할머니께 하원을 부탁드린다.

일주일에 하루, 금요일은 할머니의 부담을 덜어 드리고자 아빠가 아이들을 등원시킨다. 그 날만은 아빠도 출근시간에 맞춰 9시 땡 회사에 도착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남편은 어린 딸들에게 몇 번인가 이 말을 했다.

다은이 다연이가 아기 낳으면 아빠가 봐 줄게.”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아기를 꼭 낳아야 하는 건 아니야.”

나는 당연한 줄 알고 했지만 결혼, 출산, 육아 모두 선택의 문제다. 아이들은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고민하고 선택하고 결정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도로 어머니의 어깨가 가벼워지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