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옹달샘】 다문화가정 2세들의 미래는?⑥

다문화가정 2세들의 고통
다문화가정 2세들의 고통

 

혹시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전화를 드립니다.”

옹달샘봉사단으로 걸려온 전화다. 대부분 독거어르신들에게서 전화를 주신 것과 달리 아이들을 위한 요청이었다.

방문을 약속한 날짜. 일러 준 주소를 가지고 찾아 간 집은 빌라였다. 언 듯 보기에 평수도 넓고 지은 지 얼마 안 된 깨끗한 빌라로 도움을 요청하기엔 호화(?)롭다.

거실에는 아이 둘이 책상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2학년 남자 아이들이다. 그동안의 경험상 다문화 가정임을 금새 알 수 있었다. 전화를 주신 분은 아이들 아빠의 누나 A 씨다.

아이들 아빠, 엄마는 어떠신가요?”

남동생(아이들 아빠)은 새벽에 일터로 나가고, 아이들 엄마는 몇 년전에 집을 나간지 연락이 없어요.”

처음엔 어머니가 같이 살며 아이들을 돌봤는데, 지난 해 요양원에 모시게 되어 남동생을 서산으로 이사 오게 했어요. 일용직으로 일을 나가는 동생이 애들을 돌볼 수가 없잖아요. 누나라고 하나 있는 제가 맡을 수 밖에.......”

A씨는 아이들 공부를 봐 주고 있는 분을 가리키며 그래도 매형이라고 처남에게 우선 살 집을 마련해 주고, 도움이 됐는데, 안 좋은 일은 같이 몰려 온다고 하더니 갑자기 암 진단으로 수술한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본인의 몸도 잘 추스르기 어려온 매형은 아이들 공부 가르치는 일도 버거워 보였다.

 

#10쌍의 다문화 가정중 4.5쌍 가정 해체

인구 버티목이 되고 있는 다문화 혼인율은 2019년 기준 전체 혼인건수 대비 9.8%에 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혼 건수도 6.2%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상 10쌍의 다문화 가정이 탄생할 동안 4.5쌍의 다문화 가정이 해체됐다.

이처럼 상당수 다문화가정에서 언어·문화·연령 차이,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이혼이 급증하면서 자녀들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다문화가정 2세의 70%는 외국인 엄마가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이혼 등으로 인해 조부모들이 육아를 맡고 있다.

다문화 청소년들은 정체성 혼란과 부모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결혼이민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은 자녀 교육문제다. 특히 도시와의 교육격차가 큰 농촌지역은 전체 학생 중 다문화 학생의 비중이 도시보다 높지만 진로·진학 상담 등의 지원은 더욱 취약한 실정이다.

 

#한국의 다문화 정책에 대한 소고

한국의 다문화정책을 돌이켜본다면 모델이나 지향점을 생각하기엔 너무나 역사가 짧다. 그나마 사회적 영향을 가져온 것이 다문화가족이라는 말을 만들고 지원센터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다문화라는 용어가 이주민들이 자기네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다보니 다문화가 아닌 사람이 온정을 베풀어야 하는 대상으로 범주화되는 경향이 있다. 양쪽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면서 두 나라의 가교 역할을 하는 글로벌 인적 자원이라는 주장은 긍정적이지만 이상적인 이야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 국제결혼 자녀의 경우 한국어든 부모 출신 나라 언어든 어느 쪽이나 모두 언어 발달이 느린 경우가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방문의 핵심도 아이들 교육문제였다. 첫째 아이의 난독증이 문제였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한글해독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중국이나 일본, 필리핀보다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같은 동남아 다문화가정의 언어 발달이 더 느린 경우가 많다. 충남도에 난독증 학생을 위한 조례가 제정되어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못하다. 주변에 전문치료기관도 없고, 학교에서도 별 다른 특별 치유대책이 없다.

도움을 받을 기관에 연락도 취하고 도움을 요청해봐도 시원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다문화가정의 약 70%가 경제적으로 어렵다. 한쪽 부모는 한국말이 안 되니 어렸을 때부터 학습지도가 안 된다. 대학등록금이 한 500만 원이 넘는다. 대학을 갈 수 있는 능력이 되어도 취업이 우선이다. 하지만 4년제 대학 출신도 취업이 어려운 현실에서 제대로 된 직장을 얻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유럽에서 나고 자란 다문화 2, 3세들이 왕따를 경험하고 실업상태로 방치되면서 사회문제화되었던 사례를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한 전문가가 전하는 자신의 경험담이다. “기재부의 고위 관료와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분이 하신 말씀이 보통사람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으로 본다. 제가 이민자에 대한 취업지원은 일반인들에 대한 서비스와 맞지 않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으냐고 말하니 한국사람도 취직이 안 되지 않느냐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이 사람들도 한국사람들이다라고 답하니 그래도 본적이 다르잖아요라고 말했다.”

이글을 읽고 있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어떤지 묻고 싶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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