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부부 사이에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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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 부부 사이에 누워 있다!
  • 서산시대
  • 승인 2021.05.1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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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의 소통솔루션
방송인/소통전문가/한국가정문화연구소 소장
방송인/소통전문가/한국가정문화연구소 소장

프랑스의 작가 샹포르는 이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혼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매일 저녁 그것은 부부 사이에 누워있다.” 이혼이 자연스럽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하는가? 살아온 배경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철학도 다른 두 남녀가 함께 사는 것이 기적이지, 이혼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다. 결혼은 가장 판단력이 흐릴 때 하는 것, 이혼은 가장 참을성이 없을 때 하는 것, 재혼은 가장 기억력이 떨어졌을 때 하는 것이다. 이혼은 참을성이 없을 때 한다고 하니, 결혼생활이라는 것 자체가 인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황혼이혼을 다시 점검해 보자, 결혼해서 20년 이상을 살고 나서 이혼을 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이혼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이혼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혼으로 잃는 것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소중한 가정, 행복한 인생과 노후, 그리고 자녀의 행복에도 작지 않은 상처를 입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황혼이혼의 증가 추세가 꺾일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다. 그렇다면 황혼이혼이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혼은 살면서 겪을 수 있는 가장 힘든 경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혼 그 자체는 부부 일방 또는 쌍방에 의해 결정되지만, 이혼의 파장은 그들의 자녀는 물론 그 부모에게까지 미친다.

자녀가 독립하기 전까지, 혹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부부 사이가 다소 좋지 않더라도 갈등을 표출하지 않은 채 참고 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자녀가 독립하고 부부만 남은 황혼기에 접어들면 가정의 안정성과 결혼생활의 질은 전적으로 부부 둘만의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오히려 황혼기에 불만족스러운 부부관계와 결혼생활이 이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이다.

황혼이혼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황혼이혼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우리와 가까운 일본에서는 나리타 이별이란 말이 있을 정도이다. 나리타공항에서 막냇자식 부부의 신혼여행을 배웅한 뒤 부부가 바로 이혼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 바로 나리타 이별이다. 일본에 나리타 이별이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대입 이혼과 웨딩 이혼이란 말이 있다.

대입 이혼은 자녀의 대학 입학을 계기로 이혼을 하는 것이고, 웨딩 이혼은 자식의 결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이혼을 보류하다가 자녀가 결혼한 후 이혼하는 것을 말한다. 씁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왜 수십 년을 산 부부가 황혼이혼이라는 결정을 내리는지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수명 연장과 핵가족화, 그리고 여성의 경제적 능력과 사회 참여 확대, 의식 수준 향상이라는 것이 표면적 이유이지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지금까지 수동적으로 참고 살았던 여성들에게 지속해서 가해지는 인격적인 모독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66세 할머니가 80세 남편에게 이혼소송을 청구했는데 그 이유가 남편이 지나치게 가부장적이고 자린고비여서라고 한다. 맞벌이 부부인데도 경제권을 독점하고 겨울철엔 개별난방을 통제할 만큼 인색했다는 것이다. 남편은 딸이 추위에 떨다가 전기포트로 물을 데워 족욕을 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추우면 나가서 뛰라라고 혼내고, 아내에게는 가스레인지를 30분 이상 켜지 말라며 사사건건 강압적으로 간섭했다. 거기다 여자가 살림을 그렇게 헤프게 하면 어쩌자는 것이냐, 생긴 대로 살림을 한다라는 모독과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혼소송에서 법원은 아내의 손을 들어주었고, 위자료와 재산 분할로 총 45천만 원을 아내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인격적인 모욕도 황혼이혼의 중요한 원인인 셈이다.

50~60대를 대상으로 배우자를 바꿔버리고 싶을 때가 언제였냐?’는 설문 조사에서 남녀 모두 나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을 때1위로 꼽았다고 한다. 황혼이혼이 증가하고 있는 근저에는 자녀들의 의식변화도 자리 잡고 있다. 남부끄러운 일이라면서 부모의 이혼을 무조건 말리던 자녀들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그동안 불행하게 산 부모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자녀들이 이혼을 오히려 권유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경우는 질병에도 취약하다고 하니, 치료비까지 감안하면 황혼이혼을 한 후 즐거운 인생을 누릴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고 추정된다. 황혼이혼이 있으니 황혼 재혼도 있을 수 있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으나, 첫 번째 결혼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다시 시작하는 재혼은 새로운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상대방의 경제적 능력을 보고하는 재혼은 자식들의 심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황혼이혼에 대한 심각성만 강조하고 왜 솔루션을 제시하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앞서 인용한 샹포르의 말을 살짝 바꿔보겠다.

매일 저녁 황혼이혼이 부부 사이에 누워 있다라고 하니 아무쪼록 배우자에게 잘하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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