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장래가 딩크족으로 전락시킨다!

가임여성들과 머리를 맞대고 끊임없는 고민을 해야...

공방을 운영하는 27살 세 아이 엄마 박유나씨
‘담다,美’ 공방을 운영하는 29살 세 아이 엄마 박유나씨

문을 열고 들어간 담다,공방 모습은 한마디로 청순하고 가련했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12월에 오픈한 선조들의 미를 담다라는 이름의 담다,’. 한쪽에서 무언가에 열중이던 주인장이 어색한 모습으로 나타난 손님을 아름다운 미소로 황급히 맞았다.

서산시 번화124에 있는 공방 담다,’. “남편과 함께 직접 인테리어 했다는 그곳은 652살의 아이들을 키우며 세상을 살아가는 29살 박유나씨의 일터다.

Q 29살인데 벌써 세 아이의 엄마란 게 믿어지지 않는다. 요즘 청년들의 결혼마인드와는 상당히 다른 것 같은데.

저는 남편이 워낙 생활력이 강해서 결혼한 케이스예요. 이렇게 힘들어질 줄 몰랐어요. 살아보니 요즘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취업이 잘 안 되잖아요. 제가 아는 친구도 원래 직장이 있었는데 그곳이 코로나 여파로 잘 안돼서 백수가 됐어요. 할 게 없다고 사업을 시작하려고 해도 코로나 때문에 결국 접었고요. 막막하죠. 아마도 알바로 빠질 것 같아요.

사실 알바의 삶이란 게 결혼과는 거리가 좀 멀잖아요. 가정을 꾸려야 되는데 불안한 장래가 걸림돌이죠. 설령 했다고 해도 아이 낳을 생각은 엄두도 못 내고요. 그러니 다들 부담스러워서 결혼 안 한다고 하는 거 아닐까요? 아니면 아예 결혼은 하되 딩크족으로 빠지고요. 아이보다 차라리 반려동물을 키우며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거죠.

‘담다,美’ 공방 내부 모습
박유나씨가 만든 작품들

Q 아이 키우면서 공방하는 건 어렵지 않나?

어렵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아침에 두 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2살 막내만 어머님께 맡기고 나와요. 남편이 벌어다 주는 게 있긴 하지만 저도 애가 셋이니까 벌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물론 나라에서 주는 돈이 있긴 있어요. 그렇지만 그것은 주로 기저귀나 분유 사면 땡이잖아요. 옷도 사 입혀야 하고요. 요즘 세상에 학원 안 보내면 안 되니 학원도 보내야 하고요.

사실 저는 불만이 좀 있어요. 어느 지자체는 아이 낳았다니까 출산지원금이 진짜 많더라고요. 그런데 똑같이 아기 낳고 기르는데 어디 지자체는 적어요.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요. 들어가는 것도 다 똑같이 들어가는데...

Q 신세대들은 남편이 육아를 공동으로 책임져준다. 남편이 많이 도와주고 있나?

남편이요? 엄청나게 지쳐있어서 못 도와줘요. 저희 남편은 택배기사예요. 새벽 5시 반에 씻고 6시에 출근하죠. 아침, 점심도 잘 못 먹어요. 먹다 보면 화장실 때문에 번거롭거든요. 그리고 밥 먹는 시간에 하나라도 더 돌려야 한 푼이라도 더 번다고 안 먹고 뛰어다니며 일해요.

오후 4~5시에 퇴근하곤 또 배달대행업체로 배달을 하러 가요. 11시까지요. 코로나로 택배 수요가 줄어드니 부족한 돈을 메우는 거죠.

11시 넘어서 집에 오면 그때 겨우 밥 한 끼 먹고 바로 곯아떨어져요. 그러니 공동육아는 꿈도 못 꿀 일이예요. 토요일에도 일하러 나가잖아요. 너무 힘드니까 10kg 정도 살이 빠졌어요.

Q 코로나 이후에는 택배기사들이 일거리가 너무 많다고 하던데?

아 저희 남편은 상가 쪽만 맡아서 해요. 아시다시피 코로나로 상가가 다 죽었잖아요. 그러니 벌써 2년째 일거리가 절반 이상으로 뚝 끊어져 버린 거죠. 우리는 긴급생활안정자금도 못 받았어요. 택배 물량이 많다고 택배기사들은 제외한 거죠. 특이사항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었죠.

이거 모르셨죠? 택배 단가는 중량·부피 관계없이 단일가로 850원이란 거요. 시급은 올랐는데 오히려 900원 하던 것이 깎였어요. 상가들이라 아파트와는 다르게 무거운 짐들만 주로 배달하는데도 똑같이 받잖아요. 정말 안쓰러워요.

지난번에는 남편이 힘들다고 택배 일을 그만둔다고 했어요. 그런데 새로운 분이 일주일 만에 힘들다고 그만두셔서 다시 또 택배하고 있잖아요. 요즘 투잡하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우리 다섯 식구 못 살아요. 그러니 잠잘 시간이 없어요. 일요일만 쉬는데 짜증이 왕창 늘었어요. 아마 힘들어서 그렇겠죠.

이렇게 살기 어려운데 정부에서는 자꾸 애만 나으라 그래요.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모슨 수로 애를 낳겠어요. 일자리도 불투명한데. 기본적인 것이 정립되어 있질 않아요. 대한민국이 주소를 잃은 것 같은데 출산에 대한 고민은 탁상공론이에요.

정말 대책을 마련해야겠다 싶으면 가임여성들과 머리를 맞대고 끊임없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봐요.

'서산시 번화1로 24'에 있는 ‘담다,美’ 공방
'서산시 번화1로 24'에 있는 ‘담다,美’ 공방

Q 너무 안타깝다. 그렇다고 공방이 자리 잡힌 것도 아니고. 그래도 남편이 생활력이 강하고 책임감 있어서 다행이다.

아빠니까요. 대한민국 아빠들은 2021년 정말 힘든 강을 건너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의 인생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아빠들이 현실을 잊으려고 술을 먹곤 하나 봐요. 술기운에 잠들고. 너무 안쓰러워요 아빠라는 존재는.

지난번에는 엄청 솔깃한 문자를 받았어요. 재테크 문자였죠. 읽어보니 정말 그럴듯한 게 가계에 보탬이 될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부업 사기인거 있죠. 코로나 이후에 다들 먹고 살기 어려워서인지 사기 치는 사람도 엄청 많아요.

Q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꿈꾸는 미래는 어떤 미래인가?

열심히 일하면 일하는 만큼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이죠. 사촌 언니가 캐나다에 이민을 갔어요. 언니 말을 빌자면 그 나라는 하루에 택배 100개만 돌려도 먹고 산대요. 더 좋은 것은 무거운 짐은 개인이 직접 가지고 가게 돼 있다네요. 남편이 택배해서 그런지 너무 부러워서 기회만 되면 저희도 떠나고 싶더라고요.

저는 우리나라가 아기 키우기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지 정작 임신과 출산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출산 후 산모들의 간호에도 문제가 있고요. 무엇보다 아이를 맡기는 곳이 너무 불안해요. 이런 기본적인 것이 안 되면 지금보다 출산율은 더 떨어지리라 생각해요.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를 빌리면 2040년 합계출산율이 0.73명을 전망하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꿈꾸는 미래는 아이가 몇 명이든 간에 부담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줬으면 좋겠어요. 어떤 나라들은 아이가 태어나서 만 18세가 될 때까지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나라들도 있더라고요. 물론 반드시 선진국을 따라갈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장점은 추려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면 당연히 키울 맛이 나지 않겠어요.

어찌 됐든 저는 내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며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토대를 우리 정부와 지자체가 마련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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