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편제의 대가 국창 송만갑 선생, 가야금병창 집대성한 오태석 명인의 고향

【기획취재】3대 읍성과 연계된 지역유형의 판소리문화와의 결합 ①

남원 ‘국악의 성지’ 모습
남원 ‘국악의 성지’ 모습

낙안은 소리삼다(三多)의 고장

낙안은 제주도처럼 삼다(三多)의 고장으로 불린다. 이곳의 삼다는 돌과 술과 소리다. 낙안읍성 동문 앞 고인돌 군()은 그 증거 중 하나이다. 택지조성과 경지정리를 하면서 고인돌이 많이 훼손됐는데, 다행히 읍성 주변에는 아직도 195기의 고인돌이 남아있다.

인근 지역에서는 패총무덤과 선사시대 유물이 다량 출토되기도 했다. 돌이 강인함을 나타내고 외세에 대한 저항의식을 대변한다면, 술은 예()와 흥을 아우르고, 소리는 멋과 풍류로 표출된다.

낙안은 동편제의 대가인 국창 송만갑 선생이 태어난 곳이고, 가야금병창을 집대성한 오태석 명인의 고향이다. 두 분의 생가가 모두 읍성 내에 있다.

낙안읍성은 1983년 사적 302호로 지정됐으며 지난 20113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우리 조상들의 전통적인 삶의 모습과 옛 정취를 잘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역사와 문화, 예술과 삶이 오롯이 스며있는 세계적인 유적이다.

연간 12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미국 CNN이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16위에 이름을 올렸고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되기도 했다.

구례의 동편제판소리전수관
구례의 동편제판소리전수관

10년째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는?

그럼에도 10년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해 12월 낙안포럼 제4회 심포지엄에서 발제자 주재근 한양대 겸임교수(무형문화재 전문위원)낙안읍성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게 되었다.

문화재청의 업무 계획에 따르면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신청을 진행하고 있고, 2021년 제출 계획을 가지고, 2020년부터 2023년까지 259억 원을 들여 가야역사문화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낙안읍성에 대해서 문화재청의 어떤 계획도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순천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진행하겠다고 하지만 문화재청에 어떤 어필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낙안읍성의 홍매화 마을 조성사업과 김빈길 장군 창극 제작 공연 등을 준비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며 낙안읍성 유네스코 등재에 있어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 필자가 돌아 본 낙안읍성 내 판소리 무형문화 유산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생가보존은 물론이고 초가집 하나 달랑 보존한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동편제의 탯줄이라 칭하는 순천과 비교 구례의 동편제판소리전수관은 그 규모가 상당하다. 구례는 국창 송만갑의 생가 터를 마련하고 순천과 경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남원의 동편제 마을 탐방에서 보았던 남원의 소리가왕 송흥록과 박초월 생가에 대한 보전과 지자체의 노력에 비하면 부끄럽기 조차 하였다. 박초월은 순천이 낳은 명창이 아니었던가. 이러한 사실들은 남원의 국악의 성지탐방을 통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동편제의 산실이라는 순천시의 판소리 무형문화에 대한 노력은 타 지자체 대비 상대적으로 빈곤하고 부족하다.

주재근 교수는 유네스코에 우리 판소리가 지정되는 것에 있어 순천시가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는데, 2003년 이후 순천시가 판소리에 특화된 곳이라는 증거가 뭐가 있을까? 순천시민 자체가 판소리에 대한 이해도나 인프라나 사회교육이 전혀 없는데, 이런 환경에서 낙안읍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되더라도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가 의문이 든다라며 시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른 지자체의 경우, 자기 지역에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순천시에서는 앞으로 낙안읍성이나 순천만 등의 좋은 유형의 자산과 그에 따른 무형의 자산을 앞으로 어떻게 확장 시키고 청사진을 만들어낼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순천시의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구례 송만갑 선생의 동상 및 생가
구례 송만갑 선생의 동상 및 생가

낙안읍성과 판소리, 유무형자산 하나로 묶어야

성기숙 한예종 교수 “3대 읍성과 판소리문화, 지자체 상호간의 연대 필요

낙안포럼에서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낙안읍성의 유무형적 자산을 하나로 묶어 보존하고 이를 토대로 유네스코 등재 방안을 모색해야할 것을 주장했다.

성 교수는 낙안읍성과 판소리 문화의 결합을 이야기하고 있다. 낙안지역에 잔존하는 대표적 무형유산인 동편제 판소리를 주목하려고 한다. 20197월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한국의 서원은 2015년 세계문화유산에 도전했으나 반려됐다가 재도전해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밝힌 한국의 서원등재 결정 사유를 보면 한국의 문화적 전통과 고유성, 역사성 그리고 보편성이 중요한 가치로 평가되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낙안지역에 존재하는 판소리 문화와 낙안읍성을 결합해 그 가치를 더욱 부각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낙안읍성 국창 송만갑 선생 생가
낙안읍성 국창 송만갑 선생 생가

이어 우리 판소리 문화가 현재 국가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 되어있다. 낙안읍성에서 활동을 많이 하고 계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적벽가의 예능 보유자이신 송순섭 선생이 순천에서 전수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신 것도 굉장히 긍정적인 요인이며, 동편제와 순천 판소리문화에서 송만갑 선생이 순천출생이라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가야금병창을 집대성한 오태석 명인의 생가
가야금병창을 집대성한 오태석 명인의 생가

송만갑 선생은 20세기 초반 우리 전통예술계를 쥐락펴락했고 중앙에까지 활동이 활발했던 인물이다면서 “1고수 2명창이라는 말이 있듯이 판소리에서 고수는 창자와 함께 상당히 중요한데, 판소리에서 명고수였던 오수관 선생과 아들인 오태석 선생이 가야금 병창의 대가로 낙안 출신이라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오태석은 송만갑 선생한테 사사했다라며 동편제뿐만 아니라 농요와 돌노래, 굿도 굉장히 성행을 했는데 이러한 민속예능적인 것까지 포함해 자료 조사와 발굴, 학술적 작업을 통해 낙안읍성과 무형문화재를 어떻게 결합해 나가야 할 것인지 그 방향성을 제시했다.

성 교수는 낙안읍성의 동편제, 고창읍성의 서편제, 해미읍성의 중고제. 유무형자산을 결합하고 3대 읍성과 판소리문화, 거기에 판소리만이 아니라 좀더 확장 한. 지자체 상호간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유무형유산의 상생전략을 통한 어떤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방안 모색으로 3대읍성의 판소리 문화와 직접적 교류, 순차적 합동 공연 등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면서 낙안읍성이 맏형 역할로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노력을 해왔으니 쌓인 노하우를 발휘해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좋은 결실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낙안출신 명창들
낙안출신 명창들

이와 관련 이명진 국립무형문화유산원 학예연구사는 성기숙 교수의 발제의 토론자로, “성 교수님이 서원을 언급한 것처럼 제의적인 요소를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유림의 문화, 그 유교적인 가치가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됐다고 생각한다. 뉴질랜드 통가리로 국립공원도 복합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최초의 사례인데, 마오리족과 관련한 무형의 자산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며 무형자산의 가치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 또한 전통민속마을로서 낙안읍성에 대한 정체성 찾기가 더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낙안읍성의 기존 선행연구를 살펴보니, 마을이 관광지가 된 후에 전통적인 낙안읍성 마을의 생활 모습과 풍습보다 현대적으로 재창조된 모습이 많다는 지적이 좀 있었다라며 외부에서 유입된 다른 여러 무형적인 요소들을 가져오기보다, 낙안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생활문화와 풍속을 더 빨리 찾아내 복원하고 가치를 높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판소리의 경우 동편재 소리의 맥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을 의심치 않는다. 다만, 판소리가 지역의 범위를 벗어나 보편화된 것은 오래된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원 동편제 마을과 ‘남원의 소리’ 가왕 송흥록과 박초월 생가
남원 동편제 마을과 ‘남원의 소리’ 가왕 송흥록과 박초월 생가

그는 낙안을 중심으로 순천에 있는 판소리가 동편제 외에도 서편제까지도 많이 퍼져있고 오랜기간 전통성을 유지하고 있다. 판소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힘에는 향창의 존재, 그리고 순천의 귀명창 등이 존속하고 있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서편제 명창을 비롯해 보성소리까지 순천에서 많이 전승되고 있다라며 동편제가 중심이 되고 있지만 순천 자체가 판소리에 보편성을 가진 큰 문화권으로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

이어 "순천 뿐만아니라 구례라던가 곡성 등도 판소리가 있었던 지역이다. 순천을 중심으로 판소리 명창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 지역 등을 중심으로 뻗어나갔던 판소리의 문화권을 포괄적으로 넓혀나가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 힘의 동력이 낙안이라는 곳에서 활동한 큰 명창들이 중심이 되었다는 부분들로 정체성을 확보해나가는 방법임을 제시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한편,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 순천시(시장 허석)2024년 낙안읍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읍성을 보존한 도시들과 (가칭)한국읍성도시협의회를 구성, 문화유산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토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투어와 연계하고, 2022년에는 세계유산축전 유치를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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