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청년정책이 끊어진 다리였다면 지금은 가지만 무성한 나무 같아

【기획 특집】

정부는 방향성만 제시해주고 한 발 빠져줬으면...

김범태 어린이집 교사(왼쪽)와 김슬기 충남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전문가위원
김슬기 충남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전문가위원(왼쪽)과 김범태 어린이집 교사(오른쪽)

 

본지에서는 지역 청년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주소와 미래를 청년이 말한다는 기획특집으로 점검하고자 한다.

정치권을 들여다봐도 청년문제에 대한 공감능력이나 의지가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청년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청년들은 청년백수, 청년 주거 빈곤, 청년채무자등의 꼬리표가 징표처럼 따라다닌다며 할 말이 많단다.

3일 용기있게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 청년활동가 김슬기 씨와 김범태 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청년에 대한 인식은 마치 끊어진 다리와 같았다하지만 지금은 마치 줄기보다 가지만 무성한 나무 같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8월 청년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년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청년문제는 청년이 말하도록 기회를 주고, 다만 사회는 우리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현주소와 청년의 속내 그리고 2021년의 한국사회와 지역이 걸어가야 할 이야기를 청년의 목소리로 담아본다.

Q 요즘 만나는 청년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가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년이란 말을 많이 한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슬기) 제 자신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될 것 같네요. 격동의 시기를 건너고 있는 청년, 그리고 저는 하나를 더 보태서 격동의 시대를 싸워내고 있는 청년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른들은 청년문제를 과연 어떻게 볼까요? 이것이 과연 청년만의 문제로 봐야할까요? 쏟아지는 통계와 수치 속에 존재하는 오류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 물음들은 결국 우리 청년들이 해답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때만이 청년의 니즈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또 청년들을 위한 섬세하고 올바른 방향이 잡힐 거구요. 그런 걸로 본다면 이런 기회를 많은 매체에서 청년들에게 할애해 주셨으면 해요.

충남 도시재생 청년토론회 서산 청년대표로 참석
충남 도시재생 청년토론회 개최 시 서산 청년대표로 참석했던 김슬기 씨

Q 얼마 전, 이제 갓 스무 살 청년에게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대뜸 불쌍한 청년들이 넘쳐난다는 말과 함께 우린 1인당 5명의 노인을 케어해야 한다는데 청년에게 희망이 어디 있겠냐란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김범태) 맞아요. 스무 살이 보는 세상이 그 정도로 막막한 거예요. 그러니 청년들은 기회와 여건만 허락된다면 무조건 외국으로 탈출하려고 하죠.

저는 그래도 청년이니까 자신들이 추구하는 미래가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역동적으로 시도해야 된다고 봐요. 또 우리 얘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있다면 청년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우리의 메시지를 던져야죠.

(김슬기) 원래 제가 2018년도에 청년 입장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당시와 또 체감도가 달라요. 그때 지역에서 도시재생이나 문화예술 쪽으로 뭔가 청년이 유입돼서 서산지역을 활성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청년이 무언가 주도적 역할을 하려했지만 결국 내몰림 현상이 있더군요.

그때 알았어요. 청년들이 아무리 목소리를 내봤자 들어주지 않는 다는걸. 또 들어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내보면 그것마저도 귀를 막더라고요. 그러니까 너무 외로운 거죠. 그렇다고 청년들이 힘이나 있나요?

저는 서산지역이 작아서 그런가? 특유의 지역 색깔이 그래서 그런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충남도로 나가니 그곳은 서산보다 더 심하더라고요. 이런 현상은 비단 충남만이 아니었어요. 대한민국이 다 마찬가지였죠. 참 이상한게 우리 지역만 그런 게 아니란 걸 아니까 뭔가 위안이 되면서도 그러면 바꿔 나가야 되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됐어요.

청년은 사람 몸으로 치면 허리역할이거든요. 허리가 부실해서 제대로 걷지 못하고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데 머리도 모르고 발도 모르는 거예요.

그래도 다행인건 작년에 청년기본법이 시행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청년들에게 권한과 기회가 주어졌다는 거예요. 하지만 여전히 가지가 더 무성한 정책이라 아쉬울 따름입니다. 사실 청년정책은 만들 당시부터 수도권 중심으로 만들었단 평가가 있었어요.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지방 엑소더스를 기조로 지역균형발전을 생각하지 않은 건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청년정책은 지방이 더 핵심이라고 봐요. 그러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속 보완·개정돼야 한다고 봅니다.

김범태 씨는 현재 어린이집 숲교사로 활동중이다.
김범태 씨는 현재 어린이집 숲교사로 활동중이다.

Q 일각에서는 청년정책에 있어 청년은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김범태) 개인적으로 지금의 청년정책이라면 저는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거죠. 경기도와 지방을 비교하면 청년들이 복지차이 때문에 벌어들이는 수익이 달라져요. 그렇다면 누가 지방으로 가려 하겠어요. 100만 원이 차이나더라도 오려고 하지 않겠죠. 이건 실제 경기도에서 온 애가 다시 경기도로 올라가고 싶다는 얘기를 하더라구요.

제발 부탁하는데 제3자 입장에서 정부가 청년들 사이에서 빠져줬으면 좋겠어요. “너희가 하려는 걸 해봐라고 해서 봐 줘야 되는데 일부 잘못된 청년들, 그러니까 약간 뭘 하려고 하지 않는 루저들이나 탁상공론자들이 콜라보가 되어 지금의 살포성 복지정책이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자면 실업급여 같은 것들이 바로 그거예요. 지금 시대는 ‘1년만 일하고 실업급여나 받아야겠다는 사람은 오히려 이득이고, 열심히 일하는 청년들에게는 차라리 손해인 세상이 됐어요. 그러니까 일을 안 하고, 경쟁하려 하지 않죠.

차라리 이런 선심성 복지정책이 없어지면 나라의 허리가 좀 더 무게를 덜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슬기)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좀 더 선한 경쟁력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임한다면 이런 문제들은 하나둘 없어질 거예요. 일에 대한 의식부재에 일부 청년들이 편승했고, 정치인들은 마치 그것이 청년들의 의식인양 치부하여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고 분위기를 조성한거죠. 그렇지 않아도 격동하는 청년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켜 버린 셈이 된 거죠. 이게 대한민국의 자화상입니다.

청년들에게 ‘10만 원씩을 나눠주겠다는 말은 표를 얻으려고 하는 정치적인 냄새가 너무 짙어요. 청년들이 이런 말을 해요. “10만 원으로 표를 하나 사는 거네. 푯값 치곤 너무 싸네.” 이것은 청년의 양심과 금전을 맞바꾸는 행위입니다. 선심성 발언이 과연 청년들의 내면마저 흔들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해 봐야 해요.

충남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촉식 단체사진
충남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촉식 단체사진

Q 표 값 치고는 10만 원이 싸다고 생각하는 것이 놀랍다. 그래도 밥을 굶는 청년들도 있다는데?

(김슬기) 아 저도 무슨 요즘 세대에 굶어 죽는 청년이 있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청년지원정책들을 쭉 훑어보니 교통비 지원해주는 정책 뭐 이런 게 있더라고요. 담당자에게 여쭤봤더니 진짜 밥을 굶는 청년들이 자그마치 27%나 된다고 말하더군요.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밥을 굶는다고? 어떻게 밥을 굶지?’

진짜 이상하죠? 그런데 자료를 살펴봤더니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들은 주로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인 니트족이나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캥거루족이었어요. 돈이 없어서 굶는 게 아니고 뭔가 고가의 물건 하나를 사기위해 밥을 한 끼 굶는 거예요. 옛날처럼 밥을 굶는다는 게 아니고 자립심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스스로 자립을 하지 않으려는 청년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으로 밥을 굶는다라고 했던 거예요.

(김범태) 그걸 도와줌으로써 걔네들은 그 생활을 유지한다니까요. 이게 어떤 정책이냐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여기서 멈췄으면 좋겠어요. 이제라도 세금을 좀 더 혁신적으로 사용하려면 행정이 먼저 변화를 해야 된다고 봐요.

(김슬기) 아 맞아요 맞아요. 행정이 혁신하지 않고서는 바뀌지 않죠. 행정은 가만히 있는데 행정을 이해해 달라고 하면 안 되죠. 청년의 현주소를 모르는 행정과 행정의 공평성을 모르는 청년과 말해봐야 서로 대화가 되나요? 행정에서는 이것은 지켜야 된다면서 혁신을 바래요. 그건 어불성설이죠.

얼마 전 장애를 가지신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장애인이 장애인에 대한 법을 얘기하면 너 힘든 것만 얘기한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결국 공격을 한다고요. 저한테 청년이 청년정책에 대해서 얘기하면 네가 청년이니까 너 힘든 얘기만 한다며 공격받을 수 있다고 얘기하시는데 진짜 놀랐어요. 그럼 장애를 가지신 분이 장애 고충을 제일 잘 알고, 청년이 청년 고충을 제일 잘 알지 누가 잘 알까요?

Q 그렇다면 청년들이 사회에 바라는 점은 과연 뭔가?

(김범태) 청년들이 필요한 건 지원이 아닌 성장할 수 있도록 방향성과 동기부여를 제시해달라는 겁니다. 포플리즘에 의한 금전적 지원은 아니라는 거죠. 그건 청년들에게 일하지 말라는 것도 같습니다. 그건 청년들에게 공부하지 말라는 거예요.

우리나라가 잘살게 된 계기가 자원이 많아서도 아니고, 인구가 많아서도 아니에요. 더구나 우리나라는 북한관련 리스크도 있잖아요. 그래도 우리 부모님들은 내 자식들에게만은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자 피땀을 흘리셨기에 저희가 이만큼이라도 잘살게 됐다고 봐요.

우리나라 문제가 뭔 줄 아세요? 선진국에서 하면 뭐든 똑같이 따라 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선진국이 52시간 일하는데 잘 살아? 그러면 우리도 하자는 뭐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나라와 우리나라는 여건 자체가 다르잖아요. 특히 복지란 복지는 다 하려고 하고. 그러다보니 청년들은 일하려 하지 않아요. 이것은 한국식이 아니라고 봐요.

(김슬기) 저도 동의합니다. 그 예가 바로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나라와 정책이 얼마나 피눈물 나는지 고려대 한민홍 교수님이 얼마 전 출연했던 유퀴즈를 보며 알았어요. 이분이 어떤 분이냐면 1993년도부터 자율주행차를 개발하신 분 이이에요. 세계 최초 자율주행차를 만들었지만 우리나라에선 외면했죠. 우리나라 자율주행차는 이미 미국 테슬라보다 30년이나 빨랐습니다. 벤츠에서도 배우려고 찾아올 정도였죠.

이와 같습니다. 청년 정책도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어요. 미래를 위해 준비하자는 겁니다. 정책에 투자하지 않고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제2 3의 식민지로 또다시 전락하고 말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준비를 해야 된다는 겁니다.

충남 청년정책 운영방안을 위한 충남도의회 의원 연구모임에서 토론자로 참석했던 김슬기 씨
충남 청년정책 운영방안을 위한 충남도의회 의원 연구모임에서 토론자로 참석했던 김슬기 씨

Q 청년이 방향성을 정확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건의를 해보지 그랬나?

(김슬기)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청년들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참여의 기회를 달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기회가 없으니까 말을 못했어요. 물론 말을 안 하니까 기회가 안 생겼을 수도 있었겠지만요. 어쨌든 청년에 관한 정책을 만들 때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고, 제발 우리 얘기를 듣고 반영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바라옵건대 우리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세워줬으면 좋겠습니다. 서산에 맞는 정책이 있고, 보령과 서천에 맞는 정책이 있는 거죠. 충남에서 대표적인 청년정책이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정책이거든요. 이것은 천안과 아산 실정에는 알맞은 정책일지 모르겠지만 보령 같은 남부권의 실정에는 실패한 정책사업과도 같습니다. 때문에 충남에서도 권역마다의 실정을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듯 하나하나 상황을 보고 여건에 맞춰서 정책을 설정해야 된다고 봐요. 이런 것을 더 넓은 광역으로 보자면 수도권 중심의 정책이 되어 있다 보니 청년들이 지방으로 유입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거죠. 사실 수도권과 비교하면 우리 서산 청년들이 돈은 더 많이 벌어요. 하지만 일자리 뿐만 아니라 주거와 인프라 등의 부족으로 청년들의 유출이 증가하고 있다는게 문제지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범태)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정부는 한발자국 빠졌으면 해요. 다만 청년들이 가야 할 길이나 방향을 제시해주고 선의의 경쟁구도를 만들어서 노력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노력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아쉬워요.

▶(김슬기) 어떤 사람들은 아 쟤는 왜 이렇게 시끄러워라고 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근데 저는 시끄러울 수밖에 없어요. 그것도 외부에서요. 이유는 간단해요. 지역에서 활동을 하려고 해도 청년이 설 자리가 없어요. 그래서 충남에서 얘기를 하고 나아가 국가교육의 장으로 나가 청년의 목소리를 알리고 있어요.

청년이 허리라면 발, , 머리에 계신 분들이 당장은 아프지 않아서 괜찮은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허리통증은 기침 한 번으로도 터져버릴 수 있잖아요.

그러니 부디 청년들의 아픔을 거울삼아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미래를 위한 설계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바로 청년이거든요. 청년이라는 씨앗이 지역이라는 땅에 심어져 나무가 되기까지는 물과 바람, 햇빛 그리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분명 그 나무는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숲을 이룰 것입니다.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함께해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