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경찰서장 김석돈

아주 느리지만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비행기와 아주 빠르지만, 가끔 추락하는 비행기가 있다. 당신은 어떤 비행기를 타고 싶습니까? 선택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다를 것이다.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면 자신이 소중하게 여겨야 할 가치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치란 무엇인가? 어떤 것에 대하여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가치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목적으로서의 가치와 수단으로서의 가치다. 행복이나 사랑처럼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마음 상태가 목적 가치고, 돈이나 지위는 수단 가치다. ‘돈은 당신에게 무엇을 줍니까?’하고 물었을 때 ‘자유, 영향력, 봉사할 수 있는 능력, 안정감’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돈은 단지 좀 더 근원적인 가치, 즉 우리가 인생에서 경험하고 싶어 하는 감정을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목적으로서의 가치와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구분하지 못하면 어려움에 빠지기 쉽다. 수단 가치를 추구하기 바빠서 진정으로 원하는 목적 가치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단 가치를 마치 자신이 원하던 목적 가치인 양 착각하여 전력을 다해 추구하다가는 불행한 덫에 걸릴 수도 있다. 진정으로 행복하려면 목적 가치와 수단 가치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목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사람의 삶에 있어 안전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안전은 인류 생존의 근본 문제이다. 매슬로우는 욕구 충족 5단계 이론에서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서는 애정, 존경, 자아실현의 욕구는 충족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안전은 행복의 시작이요, 끝이다. 안전이 바탕이 될 때 비로소 행복을 추구할 수 있고, 행복한 사람도 안전을 잃으면 그것으로 행복은 구겨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중한 안전이 가장 심각하게 위협받는 분야는 어디일까? 단연 교통사고다. 2013년 한 해 교통사고로 5,092명이 사망하고, 328,711명이 다쳤다. 자동차 1만 대 당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2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2명에 비해 두 배나 높다. 웬만한 전쟁도 이런 참사는 없다.

교통사고의 비극은 목적 가치가 수단 가치의 덫에 걸린 고통이다. 문명의 이기(利器)인 자동차가 쓰는 이의 잘못된 가치로 인해 나와 내 이웃의 생존을 파괴하는 원흉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교통사고, 이제는 근절해야 한다. 눈앞의 어설픈 이익 대신 행복이라는 목적 가치를 선택하면 예방할 수 있다.

나와 내 가족의 행복을 위한 출·퇴근길에 굳이 과속하고, 신호 위반하고, 음주 운전할 필요가 있을까?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딸은 우리 아빠만큼은 느려도 추락하지 않는 비행기를 타고 오길 기대할 것이다. 잘못된 가치, 옳지 못한 운전습관은 지금 당장 고치자. 그것이 행복을 추구하는 민주시민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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