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55

7살 다은이와 4살 다연이
7살 다은이와 4살 다연이

생후 2일된 쑥쑥이가 중환자실에 있었다.

전신마취를 하고 제왕절개를 한 나는 물론이고 분만실 밖에서 대기하던 아빠조차 아기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다. 남편은 우리 아이인 줄도 모르고, 간호사가 신생아바구니를 급히 옮기는 장면만 황망히 바라보았을 뿐이다.

이윽고 낯선 번호로 전화가 울렸고, 남편은 정신없이 걸음을 옮겼다. 인공호흡기 및 각종 치료를 위해 수많은 설명을 들어야 했던 그는 동의서에 싸인을 한 후에야 비로소 신생아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작디작은 쑥쑥이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수술 후 회복실과 병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PCA(자가 통증 조절기)가 빠진 나는 신체적으로는 배를 가른 통증으로, 정신적으로는 아이의 안위에 대한 걱정으로 말하기 힘든 이중고를 겪었다. 하지만 몸의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홀로 낯선 곳에서 사투를 벌일 여린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건강히 낳아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나는 울고 또 울었다.

다음 날 중환자실 면회시간, 나는 너무 아파서 작은 움직임조차 힘들었지만 이를 꽉 깨물고 휠체어에 올랐다. 마침내 중환자실에 들어갔을 때 남편이 한 아기를 가리키며 쑥쑥이라고 소개했다. 미심쩍은 마음에 네임카드를 보니 그 아기는 쑥쑥이가 아니었고 자리 이동이 있었다는 간호사의 설명을 들은 후에야 진짜 내 아기를 찾을 수 있었다.

아기를 처음 대면한 순간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11시간에 걸친 유도분만과 출생 후 갖은 처치로 인해 아이의 얼굴은 벌겋게 퉁퉁 부어있었고 인공호흡기며 약물주입, 심전도와 산소포화도 모니터링 등을 위한 각종 라인들이 몸에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아기가 내 눈앞에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그 힘겨운 모습에 눈물이 났다. 아이 앞에서 울지 말자는 남편의 당부에 울지 않으려 했지만 차마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흘리는 눈물과 내 몸에서 흘러나온 피를 본 남편도 그동안 억눌렀던 울음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어깨를 들썩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쑥쑥이는 다은이라는 이름을 가진 건강한 아이로 자라났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이의 올라간 눈꼬리와 민머리에 가까운 머리카락이었다. 쌍꺼풀이 없는 눈은 아빠를 닮았다지만 나와 남편, 친가와 외가 식구들 모두 눈꼬리가 내려가 있는데 왜 다은이만 눈꼬리가 올라가 있을까. 남편이 아기일 때도 머리카락이 짧긴 했지만 다은이처럼 민머리 수준은 아니었는데...

아이를 데리고 시댁에 찾아가면 시어머니는 곧잘 다은이는 누구를 닮았냐는 말을 꺼냈다. 처음 몇 번은 그러려니 했는데 그 말도 여러 번 듣다보니 스트레스였다. 주변에 엄마를 빼다 박은 아이도 시댁에 가면 친탁했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했는데, 누구를 닮았냐는 질문에 더해 다은이는 외할아버지를 닮은 것 같다는 말을 몇 번인가 들었을 때는 슬며시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심지어 남편에게 병원에서 아이가 바뀐 거 아니냐는 말까지 하셨다는 걸 전해 들었을 때는 서러움이 솟구쳤다. 지인들에게서 다은이가 아빠를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을 때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며느리가 열 달을 품어 낳은 손녀에게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을까.

그 말은 둘째 다연이가 태어나고 쏙 들어갔다. 다연이는 머리카락도 제법 길고 쌍커풀도 있지만 다은이의 아기 때 모습과 많이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다은이는 아기일 때의 자기 사진을 보고 다연이라고 할 때가 많았다. “아니야 다은이 어릴 때 사진이야라 말해도 아니야 다연이야라며 더욱 강하게 부정할 정도였다.

다은이는 눈, , 턱은 아빠를 닮고 눈썹, , 입은 엄마를 닮았다. 다연이는 코, , 두상은 아빠를 닮고 눈썹, , 입은 엄마를 닮았다. 혈액형은 아빠가 B, 엄마가 O형인데 다은이는 B, 다연이는 O형이다. 한 가지씩 골고루도 닮았다. 닮은 듯 다른 두 자매.

양가에 쌍가마를 가진 사람이 없지만 다연이는 쌍가마를 지닌 채로 태어났다. 그러나 아무도 다연이가 누구를 닮았냐, 병원에서 바뀌었냐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다은이가 더 가여웠다. 그새 다은이는 눈꼬리가 조금씩 내려왔다.

사랑스럽고 소중한 다은 다연 자매
사랑스럽고 소중한 다은 다연 자매

아빠하고 나하고 닮은 곳이 있대요. 엄마하고 나하고 닮은 곳이 있대요. 눈 땡! 코 땡! 입 딩동댕!” 한동안 아이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다. 주변에선 다은이가 아빠를, 다연이가 엄마를 닮았다고 한다. 외모가 누구를 닮았는지는 우리보다 아이들에게 더 중요한 사실일 것이다. 부모에게 그보다 중요한 점은 아이와의 애착이 아닐까. 다은이도 다연이도 태어난 순서만 다를 뿐, 엄마아빠에게는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은 매한가지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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