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현장에서는 복합적으로 처방된다

장하영 약사의 ‘처방전 의약품’-⑧

장하영 서산 세선약국
장하영 서산 세선약국

소화성 궤양이란 쉽게 말해 위벽과 십이지장벽이 파괴되어 헐고 짓무르거나 심지어는 출혈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비유하자면 피부의 찰과상이라 할 수 있다. 찰과상은 직접 연고를 바르거나 붕대로 상처를 보호하여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위벽은 직접적으로 손쓸 방법이 없다. 따라서 치료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단시간에 치료하기도 어렵다. 설상가상 위벽엔 언제나 염산(HCl)이라는 아주 강한 산이 분출되고 있다. 정상적 상황에서 위의 보호인자가 작동하여 이러한 산의 위협을 막아주어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궤양이 생긴 자리는 보호인자가 더 이상 작동할 수가 없다. 이때 콕콕 찌르는 듯한 속쓰림과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뿐인가. 위는 언제든지 음식물이 지나가는 통로이다. 우리가 무엇을 먹든 간에 위장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면 소화성 궤양은 어떻게 치료할까? 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 계열로 나눌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계열은 제산제이다. 제산제란 단순히 위산을 중화시키는 역할만 한다. 약을 먹자마자 속쓰림이 진정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증상을 경감시키는 것이지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산반동이라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약효가 떨어질 때 속쓰림이 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처방되는 성분으로는 알루미늄, 마그네슘 정도가 있는데 알루미늄은 변비를 일으킬 수 있고 마그네슘은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임상에서는 이들의 복합제인 알마게이트(almagate)’라는 성분이 흔히 쓰인다. 제형은 신속성이 중요하여 정제나 캡슐보다는 현탁제로 처방된다.

두 번째 계열은 위산분비억제제(H2길항제, PPI)’이다. 위산 분비를 줄여주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치료되도록 돕는다. 처방되는 성분(-티딘)으로는 시메티딘, 라니티딘, 파모티딘, 니자티딘, 록사티딘 등이 있으나 근래에는 파모티딘, 니자티딘, 록사티딘이 흔히 쓰인다. PPI(양성자펌프 억제약)1980년대 후반에 개발된 이래 가장 효과적인 산 분비 억제효과를 보여 산-소화성질환 치료에 중요하게 사용된다. 성분(-프라졸)으로는 오메프라졸, 란소프라졸, 라베프라졸, 일라프라졸 등이 있는데 임상적으로 역류성식도염, 소화성궤양에 상당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근래의 신약들은 대부분 PPI 계열이다.

임상 현장에서는 소화성 궤양에 단일 제제만 쓰지 않고 제산제와 위장분비억제제를 종합적으로 처방한다. 장시간의 치료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급작스러운 속쓰림 증상에는 제산제로 위를 중화시켜 통증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위산분비억제제를 통하여 위산 분비를 저하해 자연적으로 치료되도록 유도한다.

위장약을 복용할 때 유념할 점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제산제는 위장의 산도를 낮추기 때문에 다른 약의 흡수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른 약들과는 적어도 30분 정도 간격을 두고 복용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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