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극장가·영화관들은 새로운 변화 모색해야

번화로소극장에 올려진 연극공연 중
코로나가 닥치기 이전, 번화로소극장에 올려진 연극공연

2년 동안 ‘사회적 기업가 홍보 연극’을 유치하면서 참으로 숨 가쁜 시간들을 보낸 서산시 번화로소극장. 특히 서산 로컬 극단들 ‘극단서산’과 ‘극단 둥지’와의 협업은 연극 및 공연에 날개를 달고 세상으로 날아오를 만큼 뜨거운 반응이었다. 그리고 2020년 02월, 소극장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다른 업종과는 달리 극장과 영화관은 코로나 시작과 동시에 직격탄을 맞아야 했다. 마치 미사일 하나가 뚝 떨어져 증발해버린 듯한 느낌.

그래도 번화로 소극장의 경우에는 간간히 대관 문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2차, 3차 유행에 이어 4차 유행까지 발발하니 그때부터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라는 기대마저 무너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코로나로 텅비어버린 무대 모습
코로나로 아무도 찾지않는 무대

9일 소극장을 운영하는 김세랑 대표를 만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의 극성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들을 수 있었다.

“헛된 기대는 접어두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고 고백하는 그는 “코로나가 종식 되더라도 절대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변한 것 같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붐비고 서로 살을 부비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란 걸 안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살지 않더라도 다 살아진다는 진리를 확실하게 안 거다. 또한 지금은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소극장의 미래는 코로나시대를 맞아 암흑 그 자체

‘극장은 시민 계몽(啓蒙)의 공간이다’ 이것은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말이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번화로소극장의 모토도 이와 같다. 여기서 계몽이라 함은 ‘군중을 가르쳐 깨우친다’는 뜻의 계몽이 아닌 ‘시민들의 꿈을 열어 준다’는 뜻으로써, ‘몽’자를 꿈몽(夢)자로 바꾸어 계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번화로소극장은 이처럼 서산시민들의 꿈을 열어준다는 소셜미션을 가지고 개관한 서산최초 민간 소극장이다.

2018년 10월에 첫 개관식을 시작으로 열심히 달려온 김세랑 대표, 2019년에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9기로 선정되어 그해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꿈 많은 지역 청년들과 함께 일하며 충남콘텐츠코리아랩서북권센터로 지정되기도 했다. 전통매듭, 뜨개질과 같은 공예 수업과 스마트팜 교육, 유튜브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프로젝트와 문화기획을 주도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소극장을 살려보기 위해 ‘나 혼자 본다’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했다. 소극장을 통으로 빌려주고 영화 한편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예전 소극장 시스템에 머물러 완벽하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했다.

“<나 혼자 본다>는 프로그램도 인원 제한만 했을 뿐 대관이라는 소극장의 기본 프로세스와 다를 게 없었다. 소극장은 역시 커져가는 코로나 폭풍 속에 가기 꺼려지는 곳이었고, 영화관과 다를 게 없었다. 급하게 만든 사업아이템은 비즈니스 모델이 엉망이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금방 접게 되는 아픔을 맛봤다”는 김세랑 번화로소극장 김세랑 대표.

새롭게 쇄신하기위해 멋진 도전 준비하고 있어

그렇다고 폭탄 맞는 걸 알면서도 이대로 수직으로 서 있기에는 그는 아직 너무 젊었다. 김 대표는 올해 이런 경험을 토대로 소극장 운영을 새롭게 운영하기위해 멋진 도전을 꿈꾸고 있다.

“이제는 먼저 극장이라는 이미지를 지워내 버려야 한다. 공연이나 연극을 보거나 교육을 받거나 무엇을 하는 공간이 아닌, 코로나 시대에 안전하고 프라이빗하게 ‘쉼’을 제공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식당이나 카페도 맘 편히 못 가는 요즘 시대에 ‘안전한 지하벙커’의 역할을 수행하자는 것이 네 첫 번째 도전이다.

두 번째 도전은 소극장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어느 곳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단순히 영화관람 뿐만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닌텐도 시리즈를 배치해 몸으로 하는 게임을 넓은 소극장에서 직접 플레이하거나, 악기 배치를 통해 연습실과 녹음실로 사용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콘텐츠를 개발해 제공하고 싶다.

세 번째는 최대 4인을 ‘소극장 종일 권으로 대여'해주고 그 안에서 편히 쉬면서 다양한 놀거리와 문화 생활콘텐츠를 시간 제약 없이 안전하며 프라이빗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

서산시 번화로소극장 김세랑 대표는 말한다.

“아직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이렇게 한다고 잘 될 거라는 보장도 없다. 비즈니스 모델이 괜찮은지, 고객니즈가 확실한지, 수익이 날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도 결코 장담하지 못하는 미래가 바로 우리 극장가·영화관들이다.

이제는 생각하고 실천하고 행동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여유가 없다. 도전해야 한다.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시대는 이미 예전에 물 건너갔다. 버티는 자가 이기는 시대도 가고 있다. 이제는 변화하는 사람만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시대인 것 같다.“


번화로소극장 김세랑 대표의 희망찬 말이 벽을 뚫고 새로운 문 앞에 서 있다. 부디 그의 앞길이 내내 여여하기를 기원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